한풀 꺾인 제주살이 로망, 순이동 14년 만에 마이너스
한풀 꺾인 제주살이 로망, 순이동 14년 만에 마이너스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4.03.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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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07. 시들해진 제주살이, 14년 만에 전입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제주 경제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제주에 산지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는데 올해처럼 어려운 상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리에도 명소에도 사람들이 부쩍 줄어들었다는 것이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인데요.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조금은 더 나아질 것 같았는데 마지막 추위가 한 번 더 기승을 부리는지 봄꽃도 경제 회복만큼 더디게만 오는 것 같아서 애가 타는 요즘입니다. 어서 빨리 제주에 훈풍이 불어왔으면 좋겠는데요.  

유채꽃이 피고 제주에 봄이 왔지만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김재원
유채꽃이 피고 제주에 봄이 왔지만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김재원

제주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제주살이로 불리는 제주 이주도 주춤하는 듯합니다. 한때는 이주 열풍까지 불던 제주도에 14년 만에 전입 인구 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만 1508명이 제주에 전입했고, 제주에서 다른 시도로 8만 3195명이 전출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요. 전출 인구가 제주로 전입한 수보다 1687명이 더 많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고요. 전출 사유는 가족(1600명), 교육(1300명), 직업(700명), 주거환경(500명) 순으로 꼽았습니다. 제주에서 이주 인구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2009년 이후 무려 14년 만인데요. 

2010년 이전에는 제주에서 육지로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이 많았기에 전출 인구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후 서서히 제주 이주 열풍이 불면서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등 순유입 인구가 증가했었는데요. 그 수치가 2014년에는 1만 1112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 1만 4257명, 2016년 1만 4632명, 2017년 1만 4005명으로 순유입 인구가 연간 1만 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인구 유입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기 시작했고 2018년 8853명, 2019년 2936명으로 급락했고 2020년 3378명, 2021년 3917명, 2022년 3148명 등으로 줄어들었다가 급기야 작년에 전입보다 전출인구가 더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이는 이주 열풍 등으로 제주지역 부동산과 땅값이 오르고, 갑자기 늘어난 인구 증가로 인해 미처 준비되지 못했던 인프라가 과부하가 걸리면서 교통 혼잡과 주차난, 일자리 부족 등 안정된 생활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판단되는데요. 실제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청년인구 순유출 요인 및 시사점’ 자료를 살펴보면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근로환경, 높은 생활물가와 주거비용, 문화·교육·교통 등에서의 생활 인프라 부족 등이 제주지역 청년층 인구 유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3.3㎡당 평균 2500만 원대를 오르내렸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김재원
제주특별자치도. ⓒ김재원

또 육지 큰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교통혼잡과 주차 문제, 자연환경 훼손도 원인이라 할 수 있었고 직업문제로 제주를 떠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국세청이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요. 2022년 울산 근로자의 1인당 총급여액은 평균 4736만 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제주는 1인당 급여가 평균 3570만 원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고요. 1위 울산과 격차는 무려 1166만 원에 달했는데요. 전년도인 2021년에 제주(3418만 원)와 울산(4501만 원)의 격차인 1084만 원보다 1년 사이에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 경제의 침체와 물가 상승 그리고 코로나 범유행이 끝난 뒤 해외로 발걸음이 향하면서 제주의 상황은 더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전출한 사람들이 남긴 제주를 떠난 여러 이유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해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아무래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점검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나 청년세대들을 위한 지원정책은 좀 더 촘촘하게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고요. 청장년 세대의 제주 이주를 위한 지원도 보다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아무래도 자녀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제일 중요할 텐데요. 단기간에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마음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주를 부디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인데요. ‘제주로 여행 가느니 해외로 가는 편이 더 낫다’는 말처럼 제주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이 들어간 말들이 많습니다. 제가 7년을 살아보니까요. 억울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물론 가슴에 새기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고요. 다만 그런 오해와 편견으로 제주를 바라보면 제주의 장점이 안 보일 수가 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설 수 있고요. 제주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 이유에 제주가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 때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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