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둥근집에 살면 둥근마음, 네모집에 살면 네모마음’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인지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스타이너가 한 말이다. 이 건축가의 말처럼 공간은 한 아이 마음의 모양을 만들어준다. 코로나 19의 오랜 지속으로 집이 주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아동이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는 않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분석에 포함된 경상북도 거주 아동가구는 총 4만 8283가구였다. 그리고 주거빈곤 기준 중에서 최소 방 개수, 필수 설비(상수도, 부엌 등), 주택유형, 위치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주거빈곤으로 간주하였을 때, 주거빈곤에 해당하는 가구 수는 3389가구로 전체 가구의 7%를 차지하였다. 작년에 ‘경상북도 주거기본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아동주거빈곤가구 지원에 대한 언급은 주택 개조만 명시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아동 대상 지원 조례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동주거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방안이 필요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과 ‘주거빈곤’ 이슈를 별개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현재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동주거빈곤을 다루는 부서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조례를 개정하고 제정하는 과정은 물론 실질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것에 있어 아동 관련 부서와 주거 관련 부서가 따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개의 이슈가 아닌 ‘아동주거빈곤’ 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정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주시에서는 주거복지과를 신설하기도 했으며 주거약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 주거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전주시의 경우에는 사회주택사업의 일환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주거수요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주거빈곤’ 개선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둘째, 아동주거빈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모두가 그런 집에 살고, 그런 화장실을 쓰지 않았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동은 투표권이 없으니 더더욱 법과 정책에서 배제되기 쉽다. 최근 대한민국의 주거정책 또한 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확대되고 있으나, 아동주거빈곤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보편적 아동수당이 생기고, 자녀체벌이 법적으로 금지가 되는 등 아동의 권리는 향상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아동에 대한 권리가 함양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미 100년 전 비스마르크 헌법 안에 아동의 주거권을 명시해놓았고, 영국도 10세 이상의 이성 아동과 부모가 한방에서 자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해두었다. 이처럼 복지 선진국들이 이미 오래전 이루었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에 방송된 아동주거빈곤 스토리를 유심히 봤다. 여기에 나오는 사례는 부산과 대구의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아동주거예산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나 아동수당, 주거수당만 존재할 뿐 아동주거를 위한 예산 자체가 ‘0원’인 셈이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느낀 것은 아동의 주거 빈곤만큼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동의 주거권은 우선으로 그 아동의 부모와 보호자가 보장해야 하지만, 그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그다음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도시 내 대부분의 집값이 10억 원을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 주거는 개인의 책임이 되지 않는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한국은 ‘아동주거빈곤’문제를 사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권고를 받은 경험이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지 30년 된 나라로서, 아동주거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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