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민 4명 중 1명은 제주를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
“제주 이주민 4명 중 1명은 제주를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1.11.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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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21. 제주살이는 제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제주 정착 주민 기본계획(2022~2025)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제주이주민들이 느끼는 현실이 이러하다면 이것 역시 제주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필요한 또 다른 정보가 될 것 같아 연구결과를 살펴보며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주의 흐린 날씨만큼 어두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재원
제주의 흐린 날씨만큼 어두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재원

제주연구원은 제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이주민 41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이주민 4명 중 1명은 현재 제주를 떠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퍼센트로 본다면 28.3%이니 체감온도는 좀 더 높게만 느껴지는데요. 특히나 현재 제주에서 살고 있는 지역이 도심과 가까운 지역일수록 떠날 계획을 하고 있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요.

제주를 떠나겠다고 답변한 분들의 현재 거주 지역을 살펴보니 서귀포시 거주 이주민이 42.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제주시 지역(32.7%) 서귀포시 읍·면 지역(25.0%), 제주시 읍·면 지역(16.7%) 순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주 밖으로 다시 이주하려 하는지'를 묻는 결과에는 '다른 지역 발령 혹은 취업을 위해서'(29.6%), '임금 등 소득이 낮아서'(15.8%)로 나타나 경제적인 이유가 45.4%를 차지했습니다. 일자리 문제를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어려움이 제주 이탈 원인의 핵심인 것으로 파악되었는데요. 이와 함께 ‘높은 물가와 주거 비용’(13.2%), ‘자녀 교육 환경 변화’(12.3%), ‘부족한 의료·복지시설 문제도 이주민들이 제주를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제주살이가 고달플 때면 제주의 자연 속으로 더 깊이 다가가게 된다. 제주의 자연은 항상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항. ⓒ김재원
제주살이가 고달플 때면 제주의 자연 속으로 더 깊이 다가가게 된다. 제주의 자연은 항상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항. ⓒ김재원

제주살이에 적응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 활동 참여율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전체 응답자의 72.9%가 '지역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직업 등의 일로 바빠서'(34.8%), '어떤 활동이 있는지 잘 몰라서'(30.8%), ’참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4.1%)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이주민들의 제주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특히 제주의 의료환경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요. 7점 만점에 ‘의료환경 만족도’는 3.39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주차·교통 환경’(3.65점)과 ‘경제활동·소득 창출’(3.66점), ‘주택 마련 등 거주환경’(3.81점)도 기준점인 4점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지역 공동체 및 사회참여 환경’(4.17점), ‘교육환경’(4.09점), ‘여가 및 문화생활 환경’(4.27점) 등 나머지 분야도 기준점에 겨우 턱걸이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제주 자연 환경’(6.13점)과 ‘제주생활 전반’(5.12점)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육지가 그리울 때면 산지등대에 올라 거센 바람을 맞는다. 거센 바람과 함께 불편했던 마음도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김재원
육지가 그리울 때면 산지등대에 올라 거센 바람을 맞는다. 거센 바람과 함께 불편했던 마음도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김재원

실제 제주에 살아보면 무엇보다 물가는 육지에 비해 많이 비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공산품의 대부분이 육지에서 조달되는 상황을 알고 있지만, 택배비와 같은 생활물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모든 부분들이 육지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육지보다 비싼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관광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흔히 말하는 관광지 물가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실생활로서의 제주의 삶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주민들 역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제주에 오기 전 살았던 곳이 서울과 같은 큰 도시라고 한다면 서울과 제주를 단순히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지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교육과 문화생활 전반에 걸쳐서 큰 차이가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 사이에서도 분명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주로의 이주를 결정했을 때는 육지 도시에서의 생활보다 불편한 부분들이 있더라도, 제주의 자연환경과 가족 중심의 생활을 통한 정서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제주살이가 고달프고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 왜 이곳 제주에 오려고 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쩌면 문제는 보다 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방산에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은 그 어느곳에서도 누릴 수 없는 큰 축복이다. ⓒ김재원
산방산에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은 그 어느곳에서도 누릴 수 없는 큰 축복이다. ⓒ김재원

제주는 지방이면서 섬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관광지라는 특수성과 지역 특유의 문화들이 특별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 제주에 살아가고 있느냐가 제주살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단초가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갖추고 살수 없는 것인 인간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제주라는 지역에서 얻고자 하는 것과 조금 부족하지만 감안해야 하는 것들의 무게를 서로 맞춰간다면 제주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제주의 제주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행복한 제주살이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러나 떠나온 곳을 돌아보기보다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집중하고 처음 이 길을 가고자 했던 그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 보며 조금 더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주의 상징인 올레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김재원
제주의 상징인 올레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김재원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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