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개선 이후 삶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주거환경개선 이후 삶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 기고=전나은
  • 승인 2021.11.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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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35.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주거지원사업 대상자 전나은 씨(가명)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비 오는 날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대야로 받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비 오는 날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대야로 받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겨울이면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난방 텐트 안에 전기장판을 틀고 가족이 모두 모여 잠을 잤다. 세 명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서로 온기 때문에 춥지 않아서 매일매일 캠핑 온 듯한 느낌으로 재미나게 조잘대며 잠들곤 했다. 비가 올 때면 어김없이 천정에서 똑똑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각종 플라스틱 대야와 함께 곰팡이 방지용 벼룩시장 신문을 총동원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나의 약간의 부지런함으로 대신하면 되기에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았다.

아이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뒤늦게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늦게 온 만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책상에 앉아 공부했다. 추위를 피하고자 롱패딩, 수면양말, 털모자, 목도리, 장갑, 등등 완전무장을 하여 앉아있노라면 몸이 둔해지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추위 덕분에 졸음은 쉽게 쫓아낼 수 있어서 괜찮았던 나날이었다.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 나에겐 큰 사치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 많은 힘듦을 감수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다. 집에 누수나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와 대처방법을 알고 언제든 실천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래도 발만 동동 구르지 않고 행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살았다.

그래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우리 집을 고쳐준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집들이 많을 텐데 왜 우리 집을 고쳐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윽고 찬찬히 집을 한번 들여다보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고장 난 변기,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곰팡이 얼룩에 뒤덮인 화장실 벽과 천정, 누수로 인해 들뜬 천정과 어디에서 풍겨오는지 알 수 없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 언젠지 모를 어느 겨울날 동파되어 물이 나오지 않는 주방과 화장실, 기름이 아까워 몇 번 작동하지 못했는데 결국 고장 난 오래된 보일러, 얇은 판넬집이라 전혀 보온유지가 되지 않아 한겨울 하고 불면 입김이 그대로 나오는 집안 등등. ’그동안 여러 불편함에 이미 익숙해져서 아이들의 불편함까지도 함께 잊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수리가 시급한 집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집을 싹 고쳐준 후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오는 날에 더이상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각종 대야도 신문지도 필요가 없었다. 이곳저곳 곰팡이 세상이었던 곳은 하얗고 예쁜 벽지로 도배되어 더이상 퀴퀴한 냄새도, 얼룩도 없는 공간이 되었다. 물도 나오지 않던 싱크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주방은 이제 맑은 물도 콸콸 나오고, 일회용 버너 대신 가스레인지 설치로 음식도 할 수 있게 되어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밥도 해먹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단열재도 두껍게 들어가고 도배, 벽지까지 다 새롭게 되어 따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언제든지 책을 읽고 공부하게 되었다. 난방 텐트 없이 잠을 자고, 추위에 아이들이 감기 걸릴까, 어디 아플까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행복했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밖을 나가서 옆집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기에 무서워 꾹 참고 안 나가기 일쑤였는데, 이젠 우리집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되어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이런 환경을 진작 만들어 줬어야 했는데 그동안 여의치 않아 되는대로 살았던 나날들이 너무 후회스러웠고 반성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로 인하여 우리 가족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삶에서 다른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가 받았던 따스한 도움을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 지금도 분명 열악한 거주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따뜻한 집을 보장받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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