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아요”
“아이가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아요”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12.06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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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한 아동의 증언] ①아동학대 피해자 학부모 김지은 씨 인터뷰 上편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연일 아동학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이 형사절차상 참고인이나 증인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동이기 때문에 증언이 인정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146조에는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어, 아동의 증언이라도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아동의 증언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부모와 해당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김지은 씨는 수민 양이 지난해와 올해 4월 겪은 유치원 강제 급식에 대해 해당 유치원·송파구청·교육청의 대처 미흡과 관련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지은 씨는 수민 양이 지난해와 올해 4월 겪은 유치원 강제 급식에 대해 해당 유치원·송파구청·교육청의 대처 미흡과 관련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금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에요. 그런데 그 전에 수민이가 작년과 올해 유치원에서 강제급식을 당했다고 계속 호소했고 저도 여러번 찾아가서 말을 했지만, 유치원은 물론 구청, 교육청이 전부 원장의 말만 들었어요. 최소한 아이가 피해를 호소하면 조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신고를 했을 때 전화로라도 아이가 어떤지 물어본 곳은 아무데도 없었어요.” (수민 양 엄마 김지은 씨)

지난 달 9일 오후 1시 베이비뉴스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지은(가명) 씨와 딸 수민(가명, 6세) 양을 만났다. 김 씨는 수민 양이 지난해와 올해 4월 겪은 유치원 강제 급식에 대해 해당 유치원·송파구청·교육청의 대처 미흡과 관련해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번에 겪은 일로 피해자가 아무리 증언과 정황 증거를 모아 제출해도 소용 없다는 걸 알았어요. 모든 기관이 ‘유치원 원장 의견이 아동학대 아니다’라는 것만 반영한 거죠. 누구도 피해자인 제 아이가 하는 말을 듣거나, 제 아이의 상황을 물어보지 않았어요.”

수민 양은 강제급식 사건을 겪은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 원장·송파구청·교육청은 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선생님이 억지로 먹였을 때는, 부끄러워서 엄마한테 말할 수 없었어요”

강제급식에 대해서 물으니, 수민 양은 “부끄러웠어요. 그땐 말하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강제급식에 대해서 물으니, 수민 양은 “부끄러웠어요. 그땐 말하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수민 양은 유치원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었고, 이 일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 밝혀졌다. 이 날을 기점으로 수민 양은 지난해에 겪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8월 19일 김 씨는 수민 양에게 “새로운 반은 괜찮아?”라고 물으니, 수민 양은 “○○반 선생님(4월)은 사과해서 괜찮아. 그런데 엄마, 사실 5살 때 ○○반 선생님도 나한테 사과할 일이 있어”라고 말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수민 양은 집과 유치원에서 강제급식에 대한 말을 쉬지 않고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 당시 바로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니”라고 물으니, 수민 양은 “부끄러웠어요. 그땐 말하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8월 19일부터 지금까지 수민 양은 “내가 입을 닫고 있는데, 선생님이 억지로 입을 열었어요”, “억지로 먹인 것 미안하다고 꼭 사과했으면 좋겠어”, “입에 너무너무 커서 많이 들어간 느낌이었어”,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나만 하지 말라고 해”,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선생님이 억지로 먹인 거”, “뇌에 보관했어. 난 다 느껴 생각하고”, “나는 이제 아무리 힘을 줘도 부서지지가 않아, 그 기억이 부서지지 않아”, “선생님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반 선생님이”, “○○반에서 억지로 먹인 게 너무 슬프다, 힘들다, 계속 생각나”, “그 기억이 너무 딱딱해, 난 통째로 먹이는 걸 싫어해” 등의 말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 PTSD 진단 받은 6세, 해당 유치원 원장은 “아동학대 아니다”고 주장

유치원 원장은 "아이가 트라우마 상태라면 유치원에 보내지 못할텐데, 지금 보내고 계시지 않냐"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 원장은 "아이가 트라우마 상태라면 유치원에 보내지 못할텐데, 지금 보내고 계시지 않냐"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트라우마로 인한 ‘말 반복’ 증상이 시작된 후, 김 씨는 바로 유치원에 찾아가 “수민가 5살 때 이야기를 하며 사과를 받아달라고 한다. 혹시 이런 일이 작년에 있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어서 8월 30일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김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민이의 상태는 계속 심각해졌다.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고, 집에서는 하루종일 그 말만 반복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수민 양의 ‘말 반복’은 유치원에서도 시작됐다. 새로 배정된 유치원 담임교사는 김 씨에게 “수민이가 친구들과 나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고, 계속 상황 상관없이, 숨쉬듯 계속 말을 한다.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으면 잠시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여전하다”며, “최근 들어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요’라며 눈물을 그렁거리며 신생아처럼 떼를 쓴다. 보통은 엄청 흥분을 하거나, 엄청 기운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담임교사는 즉시 수민 양의 상황을 유치원 원장에게 보고했지만, 유치원 원장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반 이야기를 하는 등 놀이 상황과 관계없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아동학대 의심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후 유치원 원장은 김 씨에게 “아이가 심각한 트라우마 상황이라면 유치원 보내는게 힘들텐데, 어머니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지금 아이가 결석 없이 유치원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고, 지민 씨는 이 상황에 대해 기자에게 “아이가 바뀐 반 담임교사와 친구들과 워낙 잘 지냈기 때문에 바로 원을 끊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민 양은 아동심리상담센터에서 “정서적으로 음식에 대한, 먹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한 상태로 정서적 학대가 맞고 그 부분에 있어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아이는 ○○반 일을 겪으며 용기가 생긴 것으로 보이고 표출할 용기를 가지게 돼서 ○○반 친구들과 선생님에게도 털어놓았던 것”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9월 18일부터 다닌 정신의학과에서는 9월 27일자로 PTSD 진단을 받았다. 

◇ 30페이지가 넘는 아동의 증언, ‘원장 의견이 아동학대 아니다’라는 답변 뿐

송파구청과 교육청의 답변은 동일하게 ‘아동학대 정황 없음’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송파구청과 교육청의 답변은 동일하게 ‘아동학대 정황 없음’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112나 129에 신고 접수 후 아동보호전문기관, 공무원, 경찰동행 현장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즉, 담당 공무원은 아동의 학대여부판단과 상담·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수민 양은 112 신고 이후 해바라기센터에 진술을 하러 간 것 외엔 연락받은 것이 없다. 유치원은 교육청의 관할이다.

김 씨는 9월 30일 송파구청에 ‘피해아동 진술, 외상후 진단에 집중해 사례판단을 해달라’는 민원을 넣었고, 10월 13일 교육청에 ‘아동학대 신고의무위반’에 관한 민원을 넣었다. 민원에는 수민 양이 석 달 동안 반복한 ‘말’들도 함께 담겼다. A4용지 30장 정도의 분량이다.

송파구청과 교육청의 답변은 동일하게 ‘아동학대 정황 없음’이었다. 먼저, 10월 13일에 받은 교육청의 답변은 이렇다. “유치원 원장님은 유아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 ○○반 담임교사에게 보고받으며 자녀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범죄로 의심되지 않아 신고를 하지 않으셨다’고 하였습니다.” 

송파구청에 넣은 민원은 10월 14일 사례판단 1차 자료 검토를 거쳤다. 

송파구청은 “우리 구는 외부 전문가를 모시고 제출하신 자료와 조사내용을 토대로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그 결과 ‘의심 정황은 있으나 아동학대로 판단할 근거 부족’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동학대 중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처럼 신체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정량화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변을 남겼다.

베이비뉴스는 지난달 25일 교육청과 송파구청의 입장을 요청했다. 우선 교육청과의 통화에서, 담당자는 질문도 다 듣기 전 “답변드릴게 없다”고 했다. 송파구청 언론담당자는 “서울시사례판단회의를 전문가들 모아서 이야기 했는데,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인정한다. 교사가 아이에게 억지로 먹인 행위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서적 학대는 고의성·반복성이 중요하다. 진단서 내용을 제출했는데, 현장의 CCTV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에 대해 김 씨는 “구청이나 교육청 둘 다 아이의 상황이 어떤지 확인 전화도 해보지 않았다. 아이가 학대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의 말만 듣는 게 맞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하면 아동학대를 멈출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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