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12.16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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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병수 미션잇 대표·이혜연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下)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어울려 규칙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곳,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아 기획·제작자와 장애아동 양육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 (상편)“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 구분없이 어울려 마음껏 놀 수 있어요"에서 이어집니다.

이혜연 고문은
이혜연 고문은 "어렸을 때 경험이 평생 가지 않느냐"면서 "찍어내듯 만든 정형화된 놀이터보다는 아이들의 창의적인 잠재력이 나올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더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장애아동 엄마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다른 시선이에요"

“아이들은 놀이 과정에서 차례차례 줄을 서거나 다른 아이가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을 기다리면서 사회성을 익히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규칙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여백의 장소도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가을 낙엽이 잔뜩 떨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흐트러뜨리고 던져보는 곳처럼 말이다.”(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가이드북, 25쪽)

-장애아동을 키우는 양육 당사자로서 놀이터에 대해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이혜연 고문 (이하 이): “일단 놀이터에 가면 저희 딸 아이 경우에는 많은 아이들이 정신없이 노니까 규칙이 있는데 그걸 잘 이해할 수 없어요. 줄을 서는 것도 그렇지만 미끄럼틀은 왜 뒤에서 타야 하는지, 그네는 왜 앞에서 타는지 등 비장애아동은 설명하면 수용이 가능한 이야기도 장애아동의 경우 몸으로 경험한 후에나 규칙을 이해하는 편이라 어려운 점이 있어요. 

접근성을 중요하게 여겨서 사방팔방에서 다 접근할 수 있도록 대부분 놀이터를 개방형으로 만들어 놨어요. 발달장애 아동들은 시각적 자극이 있을 때 꽂히면 거기가 어디든 상관없이 가거든요. 그랬을 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서 엄마들은 열린 공간은 어려워해요. 지체장애 아동의 경우, 장애가 보이니까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기도 하고 수군수군하는 것들을 당사자는 불편하게 생각하죠.

장애아동도 키즈카페에 갈 수 있지만 거기서 엄마들이 많이 느끼는 건 다른 시선이에요. 상호작용을 원하는 친구들이 놀자고 했을 때 (장애아동이) 다른 데 쳐다본다거나 아이만의 특성을 보이면 ‘아이가 이상해’, ‘바보 같아’ 그런 말까지 해요.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되도록 안 가려고 하죠.”

-모두를 위한 놀이터 기획 단계 때 그룹인터뷰에도 참여하셨다고요, 놀이터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으셨어요?

“저는 그동안 장애아동 부모대표로 활동해왔고 동료 상담도 하다 보니 다양한 엄마들 얘기를 들어왔어요. 내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타인의 시선에 대한 자유로움을 갈망하거나 불편한 시선에 대한 상처 등 상담 때 많이 이야기 나눴거든요. 장애아동이 놀이터에서 많이 보이고, 어린이집에서도 장애아동을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면, 아이들에겐 당연하게 될 텐데… 장애 비장애가 아니라 친구로 편견 없이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초의 사회적 공간인 놀이터를 바꿔보는 게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표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지난 8일 서울시 장사동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된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8일 서울시 장사동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진행된 ‘모두를 위한 놀이 Paly for all’ 체험 전시회를 찾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시 기간에 아이가 여기 와서 체험해 보셨어요? 주변 분들 반응은 어땠나요?

이: “저희 아이의 경우 낯선 공간을 싫어해서 한 번으로는 안 되고요, 네다섯 번은 가야 하는데 전시 기간이 짧아서 다음에 길게 체험 전시가 진행되면 가서 경험해보려고 해요. 여기 전시에 다녀온 부모들은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놀이를 시작하고 생각지 못한 다른 방법을 만들어서 놀더라고 하더라고요.

비장애아동과 놀고 있으니 내 아이의 장애가 보이지 않았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규칙이 없으니 더 재미있게 노는 것 같더라고도 하셨어요. 아이 아빠나 가족이 같이 와서는 벽에 적힌 문구를 꼼꼼하게 보고 생각이 많아진 듯 보였대요. 방명록이 있었으면 메시지도 좀 남기고 싶다면서 재미있고 좋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어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이: “정형화된 놀이시설이나 이런 것들은 더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찍어내듯 만든 놀이터보다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모험놀이터라고 생각해요. 밧줄로만 만들어졌다든지, 나무만 연결돼서 건너다니는 놀이터가 있다든지, 아이들의 창의적인 잠재력이 나올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더 생기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 경험이 평생 가잖아요, 정형화된 공간 속에 가두면서 아이들 미래 발전 가능성을 제한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희 지역(강서구)에서 놀이터 만들 때, 엄마들이 우려를 많이 했어요. 모래 놀이터는 개나 고양이들 때문에 청결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구청에 얘기해서 정기적으로 모래 세척 요청을 일 년에 7~8번 해달라고했어요. 어른들이 좀 더 많이 배려하고 챙겨주는 행정이 뒷받침되면 아이들 경험이 제한되지 않지 않을까요. 저희 지역 놀이터에는 휠체어 탄 아동도 모래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테이블을 만들어 놓기도 했어요. 조금만 생각을 더 해주면 더 많은 아이가 놀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이: “저는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놀지 그 모습이 다 그려져요. 이 관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공간적 기대를 하면서 터널같이 이용해 놀 거고요, 아이들 안에 있는 호기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어른이 돼도 변화하지 않고, 잘 가꿀 수 있도록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다양한 놀이의 경험을 해주면 좋겠고요, 그러기 위해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곳은 손으로 만지는 촉감놀이를 할 수 있다. 낮은 곳은 발로 밟고, 뿌리고, …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놀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 곳은 손으로 만지는 촉감놀이를 할 수 있다. 낮은 곳은 발로 밟고, 뿌리고, …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놀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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