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시대, 부모들이 즐겁지 않은 이유
무상보육시대, 부모들이 즐겁지 않은 이유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1.08 19:3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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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 믿고 맡길 곳은 적어 재원부족 문제 여전…제2의 보육대란 우려

오는 3월부터 전 계층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만 0~5세 아동을 둔 가정은 부모소득에 관계없이 정부의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만 0세는 39만 4000원, 만 1세 34만 7000원, 만 2세 28만 6000원의 보육료가, 누리과정 대상인 만 3~5세는 22만 원이 지원된다.

 

부모들은 전 계층 무상보육과 양육수당 지원을 하는 보편적인 보육정책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육아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상보육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기반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계층으로의 무상보육 확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에 대한 쏠림현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소득에 관계없이 0~5세 전 가정에 양육수당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양육수당이 10만~20만원인 것에 비해 보육료는 이보다 많은 22만~39만 4000원이어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무상보육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 믿고 맡길 곳이 없다

 

무상보육은 기본적으로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는 것을 담보로 한다. 보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안정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4만여 곳 가운데 국공립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건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자체의 관리가 철저하고, 비용도 저렴한데다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도 민간에 비해 높기 때문에 그만큼 보육의 질이 보장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무상보육 정책은 부모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듯 무상보육 정책이 정작 부모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통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무상보육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흡해 질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상황에서 무상보육은 보육료 전액 국가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는 어린이집 기본 수업료를 말하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기본 보육료 외에 추가경비 지출이 필요하다. 각 어린이집별로 영어, 국어, 예체능 등의 특별 활동을 실시하고 있어 특별활동비와 어린이집 차량비 등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필요경비는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이른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적다.

 

◇ 맞벌이·전업주부 구분 없는 일률적 서비스

 

이번 무상보육 정책은 맞벌이 가정과 전업주부 가정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부모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12시간 종일반 기준으로 똑같이 지원을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서는 기왕이면 아이를 일찍 데려가는 전업주부 가정의 아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종일반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정은 무상보육 이전보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어려워지는 등 일·가정 양립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듯 이번 전 계층 무상보육 확대가 양육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선임연구위원은 “모두 종일반만 지원하는 것을 반일반, 일시보육 등 맞벌이 가정이나 전업주부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이는 차기정부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 연구위원은 국가 책임보육의 원칙 하에서 아이의 성장발달을 고려해 영아는 가정양육, 유아는 시설보육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 연구위원은 “만0~2세 영아의 경우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에는 현재 제도화된 육아휴직이 확대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소득대체 비율을 높이 지원하는 등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짜야한다”며 “만3~5세 유아기는 언어, 사회성 등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양육수당 확대보다는 시설보육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4개월 된 첫째와 생후 1개월 된 둘째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경진 씨는 “둘째가 태어나 체력적으로 힘들어져 올해부터는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데 두 돌 밖에 안 된 아이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다”며 “워킹맘도 전업맘도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종일반 지원만 할 게 아니라 엄마들이 필요에 따라 몇 시간 씩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현실을 고려해 지원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한 어린이집의 복도 풍경. 아이들이 직접 옷걸이에 걸어 놓은 외투 위로 해맑은 표정의 아이들 사진이 걸려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한 어린이집의 복도 풍경. 아이들이 직접 옷걸이에 걸어 놓은 외투 위로 해맑은 표정의 아이들 사진이 걸려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와 보육환경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한 보육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은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 교사 간,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 간 급여와 근로시간 등의 차이를 줄이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종필 정책연구소장은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려면 우수한 보육교직원의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현실성 있는 표준보육비용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 가운데는 보육교사가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는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열악한 보육교사 근로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집 운영시간과 보육교직원의 근로시간 간에 국가책임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12시간으로 규정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인 8시간과 어린이집 운영시간과의 격차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가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아 결국 4시간 차이는 현장에 있는 보육교사가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제도상의 문제들 때문에 보육교사들은 4시간 이상의 근로를 아무 대가 없이 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소장은 “제대로 된 임금을 보장하지 못한 보육교직원들이 낮은 보육료를 받으며 장시간 보육환경에 노출되다보니 보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진정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100% 공짜 보육이 아니라 질 높은 교육이므로 질 높은 보육교직원이 보육철학에 맞게 제대로 된 보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방재정부담 문제 여전…제2의 보육대란 우려도

 

무상보육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정책사업인만큼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은 필수다. 무상보육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매칭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자체별로 분담비율이 다른데, 서울시는 무상보육 사업비의 80%, 나머지 지자체는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위원장(민주통합당)의 대표발의로 무상보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육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 법안은 오는 3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지난해 중앙정부의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에 맞춰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들은 국회가 전 계층 무상보육으로 확대 결정하면서 보육예산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지만 뾰족한 자금조달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또 다시 보육대란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이 같은 지자체의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 2500억 원을 편성했지만 지자체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7710억 원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교부금은 각 지자체마다 재난대책이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입될 돈을 빼서 돌려쓰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은 마치 학교에서 무상급식 한다고 시설투자 예산을 돌려쓰는 바람에 학교 시설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만3~5세 유아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공통의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된 ‘누리과정’도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별도로 확보하지 않은 채 교육청 예산에서 부담하도록 해 교육청의 재정 위기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위원장도 영유아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50%, 지방 80%로 상향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차등보조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지난 10월 11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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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13-04-03 13:41:00

국공립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저출산시대 대비책으로는 보육시설을 늘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늘리고 관리선생님도 늘려서 믿고 맡길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어주세요
갈수록 생계를 위한 직업은 가져야 하고 교육비도 늘고 하는 등 엄마들이 집에서만 있을수 있는 사정은 아닙니다
고출산으로 가야 국력이 강해진다고 생

20042**** 2013-01-12 13:43:00
빨리대책을..
무상보육에 따른 구체적 대책이

j**** 2013-01-08 21:20:00
무상보육
무상보육보다는 교육의 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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