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가 일할 수 없는 진짜 이유들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가 일할 수 없는 진짜 이유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2.01.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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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대통령선거 #대선후보 #선거공약 #후보토론 #후보공약 #육아 #양육 #경력단절 #여성취업 #워킹맘 #현실

3월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TV만 틀면 후보들의 토론과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역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 후보들이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공약에 대해 귀 기울여 들으면서, 지금 이야기하는 것들이 과연 현실에 얼마나 적용될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양육과 경력 단절에 대한 부분이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잃어버린 내 이름과 경력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하고 있지만, 매일매일 양육과 일 사이에서 고민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해도 주어진 일은 변함이 없으니 그걸 해내려면 한 쪽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는 현재 유치원에서 종일반 형태로 저녁 5~6시까지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으로도 엄마가 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워킹맘들은 아이 등 하원이라도 직접 시킬 수 있으면 다행인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직장이 집과 가까우면 모르겠지만 대게 출, 퇴근 시간을 고려해 보면 아이 등 하원 시간에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주변에 돌봄 센터도 개소했고, 나라에서 도우미 지원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소득 기준, 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실제 가정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반려견을 키우는데 아이 하원 도움을 가정에서 받으려면 반려견까지 이해할 수 있는 분을 구해야 한다.) 때문에 사비를 들여 기관이나 인력 센터에 의뢰해 보아도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사설 기관에서는 음식 섭취를 꺼리는 분위기라 저녁 6시 이후 아이가 어디론가 이동한다고 해도 저녁은 먹지 못하고 부모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그러면 당연히 비용은 추가된다.

온종일 아이 걱정인 워킹맘의 일상. 현실 가능한 공약을 실현시켜 주세요! ⓒ여상미
온종일 아이 걱정인 워킹맘의 일상. 현실 가능한 공약을 실현시켜 주세요! ⓒ여상미

최근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단지 안에 돌봄 센터가 개소되었다. 도움을 조금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희망을 품어 보았지만 아직 미취학 아동인 아이가 스스로 유치원을 마친 뒤 돌봄 센터로 이동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불과 아파트 몇 동 사이 정도 거리라도, 이동을 도와줄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는 하원 도우미라는 파트타임 구인란도 생겨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도와주실 분을 구하면 또 양육에 관한 경제적인 비용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결국 일하는 엄마의 수입은 모두 엄마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양육비로 지출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내가 알아본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가족들이나 다른 기관의 도움으로 대신하는 가정도 있을 것이고 회사 내에 아이 돌봄과 관련된 시설과 지원이 이루어지는 직장도 늘어난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내가 느끼는 현실은 여전히 버겁기만 할까?

아이가 더욱 어렸던 시절, 출산 전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 잠시 일을 나갔다가 3일도 안 되어 포기한 일이 있었다. 속상했지만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엉망인 채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말이라도 제대로 하면 일을 다시 시작해 보자. 아이가 글이라도 쓸 줄 알면 다시 일해 보자.’ 다짐했었는데, 이제 아이는 분명한 의사 표현도 가능하고 말과 글이 유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얼마 전 새해를 시작하며 남편과 올해 가장 큰 가정사에 대해 의논한 부분도 바로 아이 양육에 대한 부분이었다. 서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만 소외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렇다면 아빠가 어느 부분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엄마는 어느 부분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계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답답했던 것은 우리의 힘으로는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 한 사람이 일을 포기하고 양육을 맡는 것 밖에는 달리 최선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한숨만 오고 가는 가운데,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들을 들으며 생각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제안들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겠지만, 아마도 이제 나의 마음은 어떤 공약이라도 실제 현실에 적용 가능한가에 먼저 기울 것 같다. 부디 나라를 이끌어 갈 다음 지도자는 겉도는 지원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펼치셨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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