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최우선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진 스웨덴의 유보통합
아동 최우선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진 스웨덴의 유보통합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02.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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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이크 특별기고] 7. 호서대학교 유아교육과 한유미 교수

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호서대학교 유아교육과 한유미 교수. ⓒ한유미
호서대학교 유아교육과 한유미 교수. ⓒ한유미

‘유보통합’이 문재인 정부에서 ‘격차해소’라는 용어로 바뀌었다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도 유보통합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가능한지 아닌지, 만약 유보통합을 한다면 어느 부서로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OECD 시찰단은 한국의 유아교육과 보육의 발전을 위해서 재정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보통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OECD는 국가마다 영유아기의 교육 및 보육(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다르므로 교육부, 복지부, 가족부, 여성부 중 어느 곳을 주무 부처로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영유아의 발달과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 부처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복지 선진국이라 일컫는 북유럽 국가의 경우에도 일찍이 유보통합을 이루었으나, 주무 부처는 각국의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부 등으로 다양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부처에서 일원화를 이루었던 시간이 지나면서 주무 부처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것이 공통적인 추세이기는 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웨덴의 유보통합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20세기 초반 스웨덴에는 생후 3개월에서 4세 아동을 위한 종일제 보육시설(Barnkrubban)과 3~7세 아동을 위한 반일제 유치원(Barnträdgården) 등 두 가지 형태의 시설이 있었다. 스웨덴에서도 유아기의 교육과 보육은 제공되는 서비스와 수혜 대상이 유사함에도 배타적인 개념으로 인식되어 서로 다른 주무 부처, 재원, 교사 양성제도를 통해 정책적으로 분리되어 발달해왔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와 영유아의 보호와 교육을 복지체계로 통합해 보건사회부에서 업무를 주관해 왔다. 즉, 일원화된 행정 체계를 통해 관련 법규, 기금, 교사교육,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 운영 시간 등을 일관성 있게 조직하고, 보육의 이용 가능성이나 보육의 질 측면에서의 격차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교육과 보육에 대해 공통적인 관점을 형성할 수 있었다. 

◇ 1990년대 스웨덴에서는… 보건사회부→ 교육과학부, 영유아학교 ‘푀르스콜라’로 통합

부모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푀르스콜라. ⓒ한유미
부모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푀르스콜라. ⓒ한유미

나아가 스웨덴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아를 위한 기관에서 교육이 강조되고 학교에서의 보호적 측면이 강화됨에 따라 1996년 보육담당 부서를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이관하였다. 아울러 1998년 교육법에서 종일제 탁아소(Barnkrubban)나 반일제 유치원(Barnträdgården)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영유아학교를 의미하는 푀르스콜라(Förskolar)로 통합하였다. 이는 복지적 차원에서 보호의 측면이 강조된 초기 보육 체제가 교육을 중시하는 공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스웨덴의 교육과학부 이관을 유아기에 보육보다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째, 교육과학부 이관 과정에서 만들어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Lpfö 98(르포98)은 부모가 취업이나 학업을 자녀 양육과 병행할 수 있게 하고, 영유아의 발달과 학습을 지원하고 촉진해서 복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과학부 이관과 더불어 통합된 명칭으로 불리게 푀르스콜라(Försköla)가 종일제로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읽고 쓰기나 셈하기보다는 사회성 및 정서 발달을 촉진하는 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스웨덴 푀르스콜라는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 이관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초등학교의 목표와 차이가 있다. 스웨덴은 주무 부처를 교육과학부로 일원화하였지만, 복지부를 비롯한 각 부처 간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영유아를 위한 교육 및 보육정책(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은 단순히 영유아에게 교육과 보호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유급 육아휴직이나 아동수당 등 각종 가족지원정책, 건강, 사회, 고용정책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영유아를 위한 교육 및 보육정책, 아동정책 혹은 가족정책에 관한 사항들은 단일 부처에서 관장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주관 부처가 교육부냐 혹은 복지부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에서는 교육과학부 이관 과정 당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 예테보리(Göteborg)대학 쏘냐 쉐리던(Sonja Sheridan)교수에 의하면, 보건사회부에서 교육과학부로의 이관은 부모와 시설종사자는 물론이고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반발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필자에게 아이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다른 무엇이 중요하겠냐고 반문하면서 유보통합으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의아해했다. 스웨덴 교육과학부 이관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한 것이었으며, 단지 유아기의 교육이나 보육은 가정생활과 한 인간의 평생교육에 관련된 것이므로 교육과학부가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유아교육과 보육을 완전히 통합한 ECEC(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 최우선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진 스웨덴의 유보통합 사례는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보통합을 표방하는 대선 후보들도 정치적 목적이 아닌 진정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바라며, 국민 역시 진정성 있고 실효성 있는 공약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푀르스콜라 실내 환경. ⓒ한유미
푀르스콜라 실내 환경. ⓒ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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