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미워!” 아이도 엄마도 힘든 주2회 자가키트 검사 
“코로나 미워!” 아이도 엄마도 힘든 주2회 자가키트 검사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3.11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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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체험기] 주2회 자가진단키트 검사 후 등원, 직접 해보니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3월 새학기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는 전국 유·초·중·고등학교에 주 2회 신속항원 검사 후 등교를 권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오미크론 대응 방침을 지난 2월 16일 발표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지만 학부모와 교사들까지도 이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발한 상황. 유치원 학부모인 기자가 실제 일주일에 2번 씩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검사 후 등원을 시켜 본 체험기를 전한다. -기자 말

지난 2월 26일 6살 딸아이의 새로운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원복, 유치원 가방 등을 수령하기 위해 유치원에 방문했다. 코로나로 대면 오리엔테이션은 화상회의 앱을 이용한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으로 대체됐고, 물품 수령을 위해 유치원 방문을 할 때도 시간차를 두고 각 가정 별로 가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받아 온 물품엔 원복과 가방, 특별활동 신청서식 등 각종 안내서와 함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가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알림장에는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일요일에 자가진단키트 검사 후 음성이 나와야 등원이 가능하다고 공지가 올라왔다. 

유치원에서 주2회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권고하는 알림장을 보내왔다. 온라인알림장캡처. ⓒ베이비뉴스
유치원에서 주2회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권고하는 알림장을 보내왔다. 온라인알림장캡처. ⓒ베이비뉴스

“2차 소집일에 보내드린 자가 키트로 유아 검사 후에 내일 등원 전까지 꼭 사진 찍어 올려주세요.”

교육부 지침은 ‘권고’라고 했지만 기자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꼭’ 검사를 해달라고 했고 키트에 음성이 나온 사진을 찍어 올리라는 강화된 자체 지침까지 마련해 대응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고 이렇게라도 해야 안심이 되지 싶은 마음도 들면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유치원에 보내려면 꼭 해야 하는 일이 되었기에 입학 전날인 2일 저녁,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시행했다. 과거 아이도 여러 차례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 경험이 있었기에 일주일에 두 번쯤이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란 기자의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손을 깨끗이 씻고 검사용 면봉이 담긴 비닐을 뜯자마자 6살 아이는 겁을 먹었고 코를 막고 도망을 다니기 시작했다. 간신히 앉히고 코에 면봉을 가져다댔지만 아이의 몸은 점점 뒤로 물러났다. 

“무서워. 아파.”

“무서운 거 없어. 가만히 있어야해. 움직이면 다치고, 안 움직이면 금방 끝나.”

“무서워. 너무 무서워”

계속해서 면봉을 피하고 코를 막고, 뒤로 물러서는 아이에게 결국 반 협박을 해버렸다. 

“이거 안하면 유치원 못 가는데, 그럼 유치원 안 갈 거야?”

“코로나 미워! 코로나가 다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

유치원에 가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정아 기자 ⓒ베이비뉴스
유치원에 가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정아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도 어른도 어쩔 수 없고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이 안타까운 순간을 일주일에 두 번 매주 수·일요일 저녁마다 마주하고 있다. 아이는 좋아하는 유치원에 가기 위해 점점 이 순간을 순응하고 있는 눈치다. 눈을 질끈 감고, 유치원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공포의 순간을 이겨내고 있다. 

이후 유치원에서는 방침을 수정해, 키트 사진을 찍어 올리게 하는 대신 학부모들에게 교육부 자가진단 앱을 설치한 후 검사 결과를 입력하게 했다. 결과를 입력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알림 팝업창이 뜬다. 

◇ 교사·학부모 단체 모두 주 2회 신속항원검사 방침에 반대

교육부의 오미크론 대응 방침이 나온 후 교직원 단체들과 학부모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은 교육부의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학생의 주 2회 신속항원검사 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것은 학교현장의 업무 부담도 줄이지 못하고, 학생·학부모의 반발을 부르는 '장고 끝 악수'"라고 밝혔다. 

전교조가 진행한 '오미크론 대응 방역·학사 운영방안에 대한 교사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가 교사의 88.7%가 '자가진단 앱 관리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자가진단 앱 참여 독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주 2회 신속항원검사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은 학교의 업무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학부모 등의 반발을 의식한 '적극 권고' 방식이 학교에는 업무 부담 가중과 혼란, 민원을 더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교원들의 방역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부모단체들도 교육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집단 신속항원검사를 당장 중단하고 자가진단앱은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무증상 학생들에 대해 선제적 검사, 선제적 격리라며 자기신체결정권을 아이들에게 유독 박탈하는 행위는 인권침해일 뿐이고 어떤 의학적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어 직권남용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수가 30만 명대를 넘어서면서 유·초·중·고등학생 확진자수도 함께 늘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 2~7일간 학교급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 유·초·중·고,특수학교 일평균 확진자 수는 2만 9100명, 교직원은 2409명 수준이었다. 안전한 학교 환경을 위해선 선제 검사가 중요하단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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