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청와대서 초대... 자립 준비하는 청년에 계속 힘을 주세요
올해 2월 청와대서 초대... 자립 준비하는 청년에 계속 힘을 주세요
  • 기고=박지우
  • 승인 2022.03.2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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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3.박지우(가명) 시설 퇴소 자립준비청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2020년 시설보호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립 당사자 간담회에서 '자립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란 주제에 대해 당사자 의견이 적혀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0년 시설보호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립 당사자 간담회에서 '자립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란 주제에 당사자 의견이 적혀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7년 전 시설을 퇴소하던 날, 그 날의 감정과 풍경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평생을 보냈다고 하기엔 단출한 몇 가지의 옷이 담긴 가벼운 가방과 가방에 비해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두려움의 무게는 여태 경험하지 못한 공포였고 홀로 감당하기엔 더없이 무거웠다.

이제는 제법 어른으로서의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매년 이 시기가 되어 시설보호아동의 퇴소 소식을 들으면 나와 같은 인생의 무게를 지고 가야할 후배들의 생각에 시설을 나오던 그 날이 다시 떠오른다.

사회는 지속적으로 유의미하게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제도와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9년부터 도입된 자립수당은 시설퇴소아동의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정책에는 보완돼야 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직접 자립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앞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종료아동의 홀로서기를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하고 싶다.

시설을 퇴소하는 아동에게는 자립정착금이 지원된다. 작년 7월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에 따르면 기존 500만 원이던 자립정착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지역 간 지원금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해 많게는 500만 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견딜 수 없이 몸이 아팠던 어느 날, 혼자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갔던 경험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매일 저녁이면 보잘 것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시설 퇴소 후 첫 주거지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할 때 돈이 없어 가장 저렴한 것들만 구입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물건들을 사용하지 못했다. 500만 원이라는 지원금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 살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금액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설 퇴소 아동이 다른 아이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자립정착금 상향 지원은 하루 빨리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

자립을 위한 진로탐색 및 안정적인 고용의 기회도 확대, 제공되기를 바란다. 시설을 퇴소한 이후 후배들을 만나면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 중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였다. A후배는 시설 퇴소 후 다양한 일을 하며 진로를 탐색했으나 부적응 문제로 실업자가 됐다.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는 B후배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불안정이 걱정이라고 한다. 만약 이 친구들이 자립하기 전 진로 및 직업 탐색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만 18세로 보호가 종료되며 성인이 됐지만 아직 미성숙한 아동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직업 체험의 기회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것들이 충분히 제공되었다면 지금 그들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성공적인 자립의 필수 조건이지만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저임금 노동, 고용 불안정 등으로 실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보호 종료 시점이 도래하기 전, 진로탐색의 기회와 함께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한 양질의 교육 제공, 안정적인 고용 기회의 제공은 필수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던 2022년 2월, 국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자립준비청년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것에 정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관심이 한 순간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정권에서도 지속되어 자립준비청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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