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을 퇴소해 자립에 나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시설을 퇴소해 자립에 나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 기고=조경진
  • 승인 2022.04.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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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6. 조경진 순천SOS어린이마을 자립전담요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원으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이 손을 모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원으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들이 손을 모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었다. 바이러스의 변이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설 내 확진자 발생을 예방하고자 무던히도 애썼던 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코로나 확진’이라는 연락이 오면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시설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확진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격리해 돌보고, 종사자는 선제 검사로 주 1회 보건소를 방문해 PCR 검사를 한 것도 여러 달째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는 시설 내 종사자 확진으로 이어져 아동 양육을 위한 근무조도 연일 수정되고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이 시기가 하루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기에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만 18세 이상 보호 종료로 시설을 퇴소하며 자립한 아동들(보호종료아동, 요즘은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르기도 한다)에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지원하는 가전제품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을 했다. ‘잘 지내고 있니? 코로나는 괜찮아?’라는 질문과 ‘선생님도 코로나 조심하세요’로 시작하는 인사가 일상이 됐다. 연락했던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5명에게서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증상도 있지만 두통,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과 비대면으로 후원 물품 전달과 함께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자립 상태를 확인하는 소위 ‘자립 아동 사후관리’를 하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온다.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애쓰고 있는 모습들을 볼 때면 더 많은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1~3월은 양육시설에서의 보호가 종료되고 아이들이 시설을 퇴소하며 ‘자립’을 하게 되는 시기다. 자립전담요원인 나에게 있어서도 가장 분주한 때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시설에서의 보호가 종료되기 때문에 자립전담요원은 자립 직전 시기의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이들의 자립 준비 서류를 갖추고 자립정착금 및 자립수당 신청, 사후관리에 대한 안내를 하다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난다’, ‘이제야 진짜 자립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자립 준비교육은 아이들의 나이에 맞추어 단계별로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되는 장기프로젝트다. 이 중에서도 자립을 코앞에 둔 아이들에게 ‘자립 직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호대상아동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자립’이 눈앞에 닥쳤을 때 비로소 ‘진짜 나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거주지를 정해 짐을 챙기고 이사하기까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 결정은 오롯이 아이들 본인의 몫이며 책임이 된다. 스스로 결정을 한다는 것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지만 이면에는 커다란 불안감도 따라붙는다. 보호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취업을 하지 못한 아이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자립’이라는 장기프로젝트는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자립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진로 탐색을 통한 취업으로 사회적 연결고리를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그리고 고립감, 실패감, 불안감이 아닌 다양한 경험으로 도전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작년 이맘때 자립했던 한 아이에게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선생님, 지금 사는 집이 햇빛이 잘 안 들어와서 생각보다 습하더라고요. 1년 뒤에 다른 집을 구할 때는 햇빛이 더 잘 드는 곳으로 구할 거예요. 그리고 주방과 안방도 더 분리되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공기청정기 감사해요. 저한테 꼭 필요한 거였어요.”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을 구하면서 아동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것이다. 보호가 종료되며 자립한 아이들이 자신의 시행착오를 실패가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 종료와 함께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관심, 지지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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