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왜 모꼬지 떠나느냐고요?
어린이집에서 왜 모꼬지 떠나느냐고요?
  • 기고 = 최윤혁
  • 승인 2013.01.28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떠나 하룻밤 같이 지내며 서로에게 더 가까이…

[성미산마을-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왜 공동육아가 대안인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 그대로 서울 도심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돼 아이를 키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최근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성미산마을이 펼치고 있는 공동육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성미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육아 기획기사를 진행한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공동육아를 소개하는 기고를 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모꼬지’는 어린이집 가족 모두가 서울을 떠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행사입니다. 공동육아라는 말 뒤에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협동조합’이지요. ‘성미산공동육아협동조합’이 성미산어린이집의 정식이름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협동조합’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지요. 올해가 바로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정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어린이집은 도대체 일반어린이집과 뭐가 다를까? 제가 처음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아이를 보내면서 가졌던 질문입니다. 2년차 조합원이 되어 제 질문에 제가 답을 해본다면,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만들어진 교육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조합원이 되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함께 생활하며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곳이지요.

 

저는 2년 전 성미산공동육아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자신을 성미산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의 아빠라고만 생각했지요. 아빠로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모둠청소도 구석구석 깨끗이 하고, 아이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한 곳이 없는 지 터전 시설도 살펴보고, 아이가 새로 만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여러 행사에도 참석하고요. 이른 봄 성미산 나무심기, 봄날의 마을축제, 초여름 단오잔치, 어린이집 개원잔치, 맑은 가을날의 공동육아한마당, 마을운동회, 초겨울 김장 담그기, 그리고 해보내기.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서 참석하던 행사였는데, 아마(엄마와 아빠)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게 되고 다른 아마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부모로써 성장하게 되더군요. 더불어 어린이집의 모든 행사들은 아마,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기기 때문에 더욱 즐겁습니다.

 

마을축제 퍼레이드 참가한 아마들. ⓒ성미산마을
마을축제 퍼레이드 참가한 아마들. ⓒ성미산마을

 

이렇게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의 많은 행사 중 ‘모꼬지’가 단연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모꼬지’는 어린이집 가족 모두가 서울을 떠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행사입니다. 아이들과의 놀이, 아마들끼리의 깊은 대화,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기 등을 즐길 수 있는 행사이지요.

 

처음 모꼬지를 갈 때는 왜 어린이집에서 모꼬지를 가나 의아해했고, 아마들이 일정, 장소,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참 유별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모꼬지를 다녀와 보니 공동육아의 모꼬지는 ‘육아라는 관점’과 ‘조합이라는 관점’의 두 측면을 모두 아우르는 즉, 아이들과 아마,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다채로운 활동 등을 통해 서로의 가정을, 그리고 선생님을 허물없이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공동육아만의 매우 특별한 행사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올해는 제가 어린이집의 행사를 준비하는 임무(?)를 맡게 되어 직접 아마들과 모꼬지를 기획하고 준비했지요.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초보조합원으로서 큰 행사를 준비하는 게 부담이 되었지만,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니 많은 아마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람 수만큼이나 아이디어와 재능이 있는지라, 아마들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모꼬지에 대한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리고, 자기의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아마들로 모꼬지는 풍성해졌습니다.

 

올 초 모꼬지는 따뜻한 봄날, 서울 근교의 한적한 곳으로 다함께 갔습니다. 일부 아마들은 선배 조합원과 함께 조합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부 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고 뒹굴며 놀았지요. 저녁식사 후에는 디자인 일을 하시는 아마와 함께 모두들 가족소개게시판을 꾸미기도 하고, ‘별자리’를 좋아하는 아마는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에 올라가 별 관찰도 했지요. 그 다음날에는 다 같이 잔디밭에 앉아 도예가인 아마의 도움을 받으며 찰흙으로 자연물 만들기도 하고, 아빠들은 달리기 시합도 했습니다.

 

가족소개게시판 만들기. ⓒ성미산마을
가족소개게시판 만들기. ⓒ성미산마을

 

찰흙으로 자연물 만들기. ⓒ성미산마을
찰흙으로 자연물 만들기. ⓒ성미산마을

 

가을 모꼬지는 갯벌이 있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다에 빠져 마음껏 놀고 갯벌에 푹푹 빠지며 조개를 주웠지요. 저녁에는 선생님들의 진행으로 아마들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신나게 대동놀이를 했습니다. 다음날에는 해변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가족끼리 모래성을 만들었지요. 모래성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가족이 아닌 가족들이 왜 이리 많은지요. 꼭 내 아이만 내 아이가 아니더군요.

 

아마, 선생님, 아이들이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가정’과는 별개인 공간이 아니라, 내가 사는 마을에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어른들이 오가는 곳, 내 친구들이 있는 곳, 즉 ‘가정’의 연장선이 되지요. 아마들에게도 어린이집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맡겨두는 곳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곳이 됩니다.

 

내년에는 초등학생이 되는 딸아이와 함께 졸업조합원으로서 모꼬지에 가려고 합니다. 한번 조합원은 영원한 조합원이니까요^^

 

대동놀이. ⓒ성미산마을
대동놀이. ⓒ성미산마을

 

대동놀이. ⓒ성미산마을
대동놀이. ⓒ성미산마을

 

글쓴이 : 옹달샘(최윤혁)/ 성미산어린이집 조합원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