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어쩌면 용기가 전부일지도 몰라
글쓰기, 어쩌면 용기가 전부일지도 몰라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2.06.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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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고 보는 책] 배지영 지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요?" 이 질문에 소설가 장강명은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논리나 어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남들 앞에 공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공인이 되는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고요.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 수업에서 강조하는 게 있죠. 뭘까요? 쓴 글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라는 거예요.

한 작가는 독자에게 글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온라인 매체에 투고하는 일을 꼽았습니다. 그렇게 잽을 '훅훅' 날리다가 강력한 KO 펀치를 날리는 복싱선수처럼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어서라고 해요. 그런데 무수히 많은 잽도 혼자 날리면 좀 지치지 않을까요? 팔을 맞게 뻗었는지, 발의 간격은 적당한지, 호흡은 어떻게 하는지 모른 채 잘못된 자세로 훈련을 하고 있다면요? 운동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그만 두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혼자가 아니라 옆에서 틀린 점을 알려주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코치가 있다면 좀 더 잘 해 볼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군가 옆에서 내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고 "좋다", "술술 읽힌다", "재밌다" 이런 말만 들어도 얼마나 기쁜가요. 나아가 "너의 그 이야기도 써봐라", "이런 대목이 더 궁금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 쓰고 싶어질 겁니다. 내 글을 읽어주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귀인을 만난 기분일 것 같아요. 여기 그 귀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배지영 작가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에요.

배지영 작가의 에세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계절
배지영 작가의 에세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계절

'야자 대신 저녁밥 하는 고딩 아들' 이야기 「소년의 레시피」와 '지방소도시 청춘남녀' 인터뷰집 「우리, 독립청춘」으로 잘 알려진 배지영 작가는 2018년 20년간 해 온 밥벌이(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를 접고 전업작가가 되었어요. '아이들 스스로 자기 생각과 생활을 글로 쓰게 하고 싶었던' 작가는 글쓰기 수업에서조차 '도라에몽에 나오는 암기빵 같은 기능을 요구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여러 해 좌절감을 맛봤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바라보는 데가 서로 다르면 오해와 틈이 생긴다. 남아있는 길은 하나, 결별뿐이었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돈 받고 글쓰기 수업하는 세계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은 또 다른 다짐을 낳기도 하는 법이죠. 2018년 11월 군산 한길문고 상주작가로 일할 무렵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글을 쓰고 싶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쓰기반'을 열게 됩니다. 이때의 목표는 단 하나. 나부터 재미를 느끼는 것. 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으로 반짝 거리는 눈빛을 보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다만 '돈 받고 글쓰기 수업하는 세계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은 지키고 싶었대요. 그래서 작가는 에세이 쓰기반에 온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신 딱 세 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숙제와 무결석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글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요. 그는 '글쓰기는 말이나 글로 배우는 게 아니다. 자전거 타기나 아이돌 댄스처럼 몸으로 익혀야 한다'면서 '수련하듯 일정한 주기로 글쓰기 숙제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렇게 20대부터 70대까지 함께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길 담고 있어요. 작가는 그저 재밌어서 혼자 글을 쓸 때와는 다른 글쓰기의 세계를 경험하고 이렇게 깨닫습니다.  

 

글쓰기는 퀵서비스처럼 결과물을 현관앞까지 배달해주지 않았다. 악천후를 각오하고 혼자서 걸어가는 사람에게만 저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고 암시해 주었다. 사람들은 눈물을 쏟으면서 쓰고 고쳤다. 고통을 끝까지 파고들면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지키는 힘이 생겼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현실은 바뀌지 않아도 글 쓰는 자기 자신을 달라졌다. 글쓰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작은 이야기를 써도 될까?' 의심하던 사람들이, 한 문단을 쓰는데 1시간이 걸리던 사람들이, 글 한 편을 쓰는데 2주를 질질 끌려다닌 사람들이 '글을 다 썼을 때의 뿌듯함과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는 '괜히 글쓰기 수업을 벌였다는 후회가 가벼워졌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뻔한 말을 계속 했대요. '글쓰기는 행복과 같아서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그래서 '글쓰기는 품질보다 생산량'이라고요.

이 말이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걸 작가는 자신의 생산량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간 목록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2018년 4월), 「내 꿈은 조퇴」(2020년 6월), 「군산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2020년 7월), 「환상의 동네서점」(2020년 9월),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2021년 5월),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2021년 10월) 그리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2022년 4월)까지 거의 매년 1년에 2권 이상의 책을 쓰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에 또 두 권의 책이 나올 예정이고요.

올해로 에세이 쓰기반 5년차 '나가기가 없는 단톡방'이 현재 4개, 43명의 사람들이 작가와 함께 계속 쓰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글을 완성하고 환희를 만끽한 사람들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고 쓴 이 책을 덮으면서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용기'에요. 오랜 시간 탈모로 고민했던 깡양님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별에도 꿋꿋이 한 권의 책을 완성했던 나비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글쓰기는 용기가 전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누군가 용기 있게 써준 글을 통해 위로를 받을 때가 있잖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은 위안. 세상을 향해 다시 한 발 내디딜 수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글이요. 작가가 용기 내 쓴 글은 타인의 용기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어주는 글도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 글을 쓰는 것, 그 글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견디는 것 모두 '용기'가 가능케 하는 일들이니까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한번 용기 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무엇을 쓸지, 어떻게 쓸지 또 그렇게 쓴 글은 어떻게 책이 되는지' 짚어주는 배지영 작가의 글은 ‘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꾸준히 쓰고 책을 펴내는 데' 꼭 필요한 가이드가 될 겁니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글 쓰고 책 내는 작가가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을 소개하고자, '쓰라고 보는 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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