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의 가능성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의 가능성
  • 기고=최인상
  • 승인 2022.07.2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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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21. 최인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다양한 내면의 색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프로그램 활동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다양한 내면의 색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프로그램 활동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랑 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의 보호대상아동 자립지원사업 ‘Dream-UP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진(가명)이의 소감이다. 보육원 입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수진이는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베이비박스를 주제로 다루는 영화 브로커에 나온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 우성이를 통해 수진이의 모습을 보았다. 영화는 가상이지만 동시에 현실을 반영한다. ‘꼭 데리러 올게’라는 쪽지와 함께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들. 2016년도 진행된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 오백여 명을 분석한 결과 30%의 부모만 아기를 다시 데려가서 키운다는 것을 밝혔다.

그렇게 오늘도 낯선 시설에 떨어져 “부모님이 다시 데리러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 돌아가지 못한 70%의 아이들은 희망이 없는 걸까. 영화 브로커에서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보호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가족과 집이 되어야 하고 상처를 인내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권리주체자 아동, 그리고 아동의 권리를 지켜주는 의무이행자(아동의 보호자, 교사, 유관기관 담당자, 후원자 등 포함)와 이해관계인이 서로 협력해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지원사업 ‘Dream-UP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아동양육시설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설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마디로 “집에 필요한 것들 모두”라고 답했다. 치약, 칫솔부터 시작해서 축구공, 자전거, 태블릿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

과연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없을까. 시설 관계자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할 때 노트북이 없어서 직원의 개인 노트북을 사용했다고 한다. 운영비를 통해 전체적인 시설 운영, 식사 비용으로 사용하지만 한 해 의복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아동 1명 당 약 8만 원이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 옷 한 벌, 또래 친구들이 입고 다니는 흔한 옷 한 벌을 쉽게 사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설 관계자는 이처럼 장기시설은 정책에서 늘 후 순위인데 저마다 마음의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시설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조금 더 좋은 옷과 신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기본적인 생존권 너머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이 사회적 관심과 합의를 통해 정책으로 반영되길 바란다.

시설 퇴소를 앞둔 아이들에게는 자립을 준비할 '기회'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수진이는 낯선 시설 생활에 방황했지만,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의 문을 열었고 학교 체험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네일아티스트라는 꿈을 발견했다. 수진이는 자립지원사업 ‘Dream-UP 프로젝트’를 통해 감당할 수 없던 학원수강비, 재료비를 지원받아 긴 시간의 노력과 연습을 거듭한 끝에 네일아트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자퇴까지 생각했지만 대학교 미용학과에 진학했고, 본인처럼 지켜진 아이들을 응원하며 지금도 꿈에 닿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매년 약 2600여 명의 보호대상아동이 성인이 되어 자립이라는 현실을 마주한다. 준비되지 않은 자립은 아이들에게 당연한 두려움이다. 어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준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행복과 희망을 찾아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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