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심리학자 디디에 플뢰(Didier Pleux)는 21세기 아이들을 이렇게 평가한다. ‘자아가 과도하게 발달되어 있고 참을성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과 욕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이 미흡하다는 의미이다. 아무래도 결핍이 결핍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과거에 비해 쉽게 가질 수 있어 조금만 힘들고 어려워도 참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디디에 플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에게 ‘적당한 좌절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아이에게 적당한 좌절을 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뭐든 해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엄마가 해줄게’라며 옷 갈아입기, 세수하기, 신발 신기, 밥 먹여주기 등을 대신해준다. 아이는 ‘가만히 있으면 엄마가 다 해줄 텐데 뭐’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무언가를 스스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에 반해 유치원에서는 모든 걸 하나하나 챙겨주는 부모가 없는데도 밥 먹는 것도 양치질도 옷 입는 것도 혼자서 곧잘 한다. 결국 부모의 밀착 육아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부모가 나서서 개입하지 않고, 아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매주 아이가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정해 결핍 교육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오늘부터는 해줄 수 없어. 모든 걸 엄마가 도와줄 수 없거든’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아이가 심심함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도 있다. 보통 교육열이 높은 부모는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준다. 아이가 ‘아빠, 심심해’라고 하면 즐길 거리를 찾아주느라 바쁘고, 장난감을 사주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지만, 곧 싫증을 내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하며 ‘심심해’라고 한다. 이때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닌 아이가 심심하면 결국 무언가를 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뭘 하면 심심하지 않을까?’, ‘할만한 것을 찾아보는 건 어때?’라고 하며 스스로 놀이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뭘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쌓기 놀이를 해도 좋겠다’라고 하면 아이는 주변 환경을 관찰한 후 신문지, 택배 상자 등을 활용해 심심하지 않게 노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렇게 심심한 시간은 아이가 놀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상상력을 키우는 기회이다.
아이가 물질적 결핍을 경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는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내 거’, ‘싫다’, ‘주세요’와 같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24개월 무렵에는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 이때부터 자기 조절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갖고 싶은 욕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때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사주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가 힘들다. 특히 취학 전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물건의 개수를 늘려가는 것보다 신체 놀이를 하거나, 스스로 물건을 조립해 노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로 인해 소유욕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견디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결핍은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결핍은 우리에게 무엇이 더 소중하고, 무엇이 더 감사한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아이의 욕구를 끊임없이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의 기본 욕구는 충족되어야 하지만, 영양결핍이나 애정결핍의 문제가 아닌 이상 아이에게 결핍의 가치를 경험하게 해 줄 때 양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아이의 건강한 독립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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