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돌보는 스무 살 가장 동민이가 직접 시청에 전화 건 이유는?
할머니 돌보는 스무 살 가장 동민이가 직접 시청에 전화 건 이유는?
  • 기고=구준선
  • 승인 2022.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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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27. 구준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대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인터뷰에 참여한 가족 돌봄 청소년이 작성한 엽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터뷰에 참여한 가족 돌봄 청소년이 작성한 엽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동민이가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고 직접 시청에 전화했대요.”

얼마 전, 홀로 할머니를 돌보는 스무 살 가장 동민이(가명)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례관리담당자에게 들은 소식이다. 동민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무 준비 없이 할머니를 돌보게 되었다. 돌봄의 과정엔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모두가 그에게 무관심했다. 결국,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우울증과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살까지 시도하게 됐다.

대부분의 가족 돌봄 청소년은 준비할 시간 없이 갑작스럽게 가족 돌봄을 마주하게 된다. 돌봄과 생계, 학업과 진로를 병행하게 됨에 따라 학업 시간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돌봄에 대한 정보를 주변에서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렵고 또래 관계에서 고민을 털어놓아도 공감받지 못해 심리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족 돌봄 청소년은 가족 돌봄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이 지며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올해 정부에서는 ‘가족 돌봄 청(소)년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결과를 발표하기 전이라서 가족 돌봄 청(소)년의 정확한 규모나 어려움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태조사와 별개로 정부에서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 국가가 함께 돌보겠습니다’를 발표하며 가족 돌봄 청(소)년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발표된 대책은 청년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어린 나이에 돌봄을 시작했거나 스스로 돌봄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등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돌봄을 마주하냐에 따라 돌봄의 부담이 다르고 어린 시절 돌봄의 부담이 현재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동·청소년의 가족 돌봄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영케어러 7명의 이야기를 다룬 ‘새파란 돌봄(조기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2024년에는 고령 인구가 20%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70년에는 고령 인구가 4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인당 부양해야 할 인구의 증가와 가족 돌봄 청소년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누구라도 고령이나 질병, 주 돌봄자 부재 등으로 인한 가족 돌봄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두가 돌봄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아동·청소년 시기에 맞는 돌봄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 교육, 인식개선, 자립 등 사회가 적극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다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는 가족 돌봄 청소년과의 인터뷰를 통해 돌봄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동민이는 가족 돌봄 중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짧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지금까지 해온 돌봄에 대한 격려와 미래의 삶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함께 고민했다. 인터뷰 끝에 그는 ‘가장으로만 살아갈 미래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갈 미래를 그려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문을 두드렸다. 동민이처럼 다양한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마주한 가족 돌봄 청소년에게 적절한 사회적 지지체계가 마련되어, 가족을 돌보는 가장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맞게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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