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 언제 친구랑 놀게 될까요?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 언제 친구랑 놀게 될까요?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2.11.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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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발달장애 아이들의 사회성과 놀이에 대해

"우리 아이는 언제 친구랑 놀이하나요?"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단골 질문입니다. 매년 놀이와 사회성 관련해서 부모교육을 하지만, 매년 다른 아이들을 키워내는 어린이집의 특성상 같은 질문은 해마다 받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사회성과 놀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 혼자 노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

선생님이 원장실로 달려옵니다. 

"원장님 고래 부모님이 지금 아이를 데리러 왔는데, '고래가 이제는 친구랑 좀 노느냐'고 물어봤어요!"

선생님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래는 아직 혼자놀이가 전부인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제 나이의 발달과업, 기저귀를 떼고, 식사지도를 하는 등을 충실히 지도하느라 아이의 놀이까지는 신경쓸 여력이 없었답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성장해, 이제 간단한 단어로 말을 하기도 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을 끌어 당겨 무언가 요구하기도 합니다.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하면 적절하게 수용할 줄도 알고, 여튼 예쁜 구석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사랑러움에 하루에도 몇번씩 눈길이 가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놀이는 아직 혼자놀이가 전부입니다. 고래는 혼자서 놀이를 한답니다. 가끔 친구들에게 가서 친구가 가진 것을 허락없이 가져오려고 하거나 친구가 만든 블록을 망가뜨리는 등의 서서히 또래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것도 가끔씩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와 같이 놀이 하느냐'고 물으니 교사는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베이비뉴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베이비뉴스

◇ 부모가 알아야 할 사회적 놀이 6단계

아이들의 놀이 역시 아이들만의 속도대로 자랍니다. 영원히 혼자 놀지도 영원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마다의 시간에 놀이를 만들어갑니다. Parten은 사회적 놀이를 6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비참여 행동'입니다. 초기 영아는 딱히 놀이라고 부를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이게 됩니다. 순간적인 흥미에 의해 쳐다보기를 하고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 일어나고 앉기를 반복하거나, 선생님을 특별한 이유없이 졸졸 따라 다니기도 하지요. 이런 행동은 태어나서 1.5세 즉 18개월 무렵까지 지속됩니다. 인지가 발달하는과정을 거치면서 장난감을 감각적으로 탐색하는 놀이도 이 시기 부터 시작한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방관자적 행동'을 보입니다. 쳐다보기놀이가 늘어나지요. 이 놀이는 24개월 무렵까지 지속됩니다. 친구의 놀이를 쳐다보거나 교사를 쳐다보는 등의 행동입니다. 물론 피아제의 인지발달에 따른 놀이 발달에 의하면 이 단계는 감각운동기에 속하는 연습놀이 단계랍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물을 시험적으로 던져보거나 쌓아보고 만져보는 등의 감각을 통해 사물을 학습하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됩니다. 자녀가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장난감을 던지는 것, 입으로 가져가는 것 이런 것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이의 놀이가 된답니다. 놀이를 하던 큰아이나 부모가 놀이에 참여시키려고 애를 써도 제 역할을 당연히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이미 성장한 큰아이와 함께 놀이를 강요하면 큰 아이와 놀이발달 단계가 맞지 않아 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답니다.  소소한 다툼역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는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만 1세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키즈카페에 갔더니 친구랑 놀지 않더라구요. 혼자만 놀려고 하고 혹시 우리아이에게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요?"라는 질문입니다. 만 1세 아이는 원래 혼자 놀이하는 시기랍니다. "우리 아이는 블록을 만들어줘도 부수기만 해요"라는 질문 역시 만 1세가 했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연습놀이의 발달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랍니다. 아이는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사회적 놀이발달의 세 번째 단계는 '단독놀이'입니다. 2~2.5세까지 나타나는 이 놀이는 곁에서 놀이하지만 혼자 놀이가 주를 이룹니다. 상호작용의 시도나 친구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답니다. 간간히 친구들의 놀이를 쳐다보기는 합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에서 놀이하기 떄문에 어른들이 볼때에는 같이 놀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하고 같은 주제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답니다. 

네 번째 놀이발달단계는 '병행놀이'입니다. 병행놀이는 2.5세부터 3.5세 사이에 보이는 사회적 놀이의 형태입니다. 이르면 만 2세, 보통 만 3세반 정도 되겠네요. 병행놀이는 친구들 곁에서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드디어 놀이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만 떼어놓고 보면 거의 혼자놀이에 가깝습니다. 곁에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하지만 아이들간의 놀이를 위한 상호작용은 보기 힘들답니다. 그래서 만 3세반에서는 같은 놀이를 하다가도 장난감의 한 부분을 가져가면 바로 '선생님 ~ 얘가 내꺼 가져갔어요'하고 바로 이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다섯 번째 사회적 놀이발달단계는 '연합놀이'입니다. 연합놀이는 3.5세부터 4.5세 사이에 주로 나타나며 곁에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하며, 서로 대화를 하며 장난감을 서로 빌려주거나, 주고 받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모여 같은 놀이를 하며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여섯 번째 놀이발달 단계는 4,5세 이상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협동놀이'입니다. 협동놀이는 한 두명의 유아가 놀이를 주도하면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기도 하는 조직적인 놀이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생소한 놀이의 이름이겠지만, 사회적 놀이발달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 조급함을 버리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 역시 비슷한 과정으로 놀이가 발달합니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의 놀이는 사회성 발달의 맥락과 비슷하게 발달하게 되는데, 보통은 비참여 행동에서 방관자적 행동을 많이 보입니다. 놀이방법을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비참여의 행동처럼 보입니다. 놀잇감의 기능대로 놀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봅니다. 자동차를 붕붕하고 놀기보다 자동차를 거꾸로 세워 바퀴를 돌려보거나 블록을 쌓기보다 던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이야기 해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탐색과정을 거쳐 서서히 놀이를 터득해나가듯, 놀이가 학습이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만의 혼자 놀이시간, 친구들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놀이를 관찰할 시간, 사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탐색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 나이에 해야할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아이의 모든 놀이 활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답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 다음 단계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발달의 위계가 다른 독특한 아이들의 경우도 만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부모는 자꾸 묻습니다. "언제 친구랑 같이 놀이하나요?"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의 아이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또래 아이들이 야속하게도 훌쩍 커버려 아쉬운 마음이야 교사라고 없지 않습니다. 야속하게도, 비장애아이들은 쑥쑥 자라, 만 4세 무렵이면 제법 협동이 필요한 놀이를 즐깁니다. 역할을 정하고, 사회적인 규칙이 하나둘 자리 잡습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그냥 뺴앗아가는 나이는 지나갑니다. "빌려줄래?" 묻기도 하고, 다른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반에 사회적 놀이단계가 낮은 친구들이 함께 합니다. 여전히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왁자지껄 우르르 몰려다니며 해적놀이를 할때건, 도둑잡기 놀이를 할때건, 발달이 느린 아이는 재미있는 광경에 마음을 빼앗기긴 하지만 놀이속으로 포함되긴 사실 많은 부분 어렵습니다.

교사의 도움으로 일정 부분 또래의 놀이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교사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또래의 놀이가 시작됐을 때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발달이 느린 아이도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때로는 아이의 흥미에 잘 맞게 계획되어 모두가 즐거운 놀이가 되기도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또래의 놀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늘 녹록치많은 않습니다. 때로는 보기좋은 놀이 장면 역시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는 놀이가 아닌 교육의 장면이 되는 경우는 흔하게 봅니다. 그 교육적인 어울림의 장면이 어른들의 눈에 보기좋은 그림은 분명합니다. 교사의 눈에도 그렇습니다. 놀이장면을 관찰하는 제 눈에도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 아이들의 놀이에 교사가 개입해야 하는 순간

다시, 아이의 입장으로 돌아가볼까요? 놀이의 사전적 의미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놀이의 정의는 수많은 학자들간 의견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자발적 동기' 를 많이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방관자적 놀이활동을 즐기고 있는 유아, 단독놀이에 심취해 있는 유아들을 협동놀이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은 유아의 입장에서 '놀이'일까요? '학습'일까요? 아니면 어른들의 욕심일까요? 

교사의 놀이의 개입 순간은 사실 모든 순간이 아닙니다.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들 모든 아이들을 위해 그럴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제 속도로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익히는 중에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혼자놀고 있는데 왜 교사가 개입하지 않느냐?" 이렇게 묻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기 위해서입니다. 방관자적 놀이, 단독놀이를 한다는 것은 혼자놀아서 심심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혼자놀이가 아이의 '놀이'입니다. 자발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나름 즐거운 활동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이 나름의 탐색이 끝나야 그 다음의 놀이로 성장할 것을 선생님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속도가 다른 아이들을 한공간에서 키워내다보면 혼자만 놀던 아이가 드디어 친구와 놀이하고 싶을 만큼 성장했는데 그간의 아이의 놀이에 대한 인식으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를 만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친구의 장난감을 말없이 가져가고 자기 것을 빼앗긴 마냥 울기만 하던 녀석이 어느 날은 친구 곁에서 놀이하고 싶은 눈치를 마구마구 보내는 날도 있습니다. 드디어 아이가 친구들의 곁에서 배회하거나 같은 장난감을 들고 친구들 곁에서 서성거리며, 친구의 말과 행동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이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순간입니다. 역할이 정해져 있는 그 놀이에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의 역할을 아이의 말로 상의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 는과정, 어떻게 해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울어도 보고 속도 한껏 상해봐야 알게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합니다. 타인의 반응으로 내 행동을 조절하는 과정을 겪으며 사회성이 발달합니다.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은 늘 꽃길만 걸을 수 없답니다. 내가 속상해 본 만큼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조금씩 생겨나기도 합니다. 발달이 느리다는 것은 친구와 함께 놀 수 없어서 마냥 슬프다는 뜻이 아니랍니다. 제 속도로 아이만의 방법으로 쉼없이 세상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놀이를 응원합니다. 아이들의 그저 멍때리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아무것 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다른 아이와 다른 놀이 속도 때문에 속상해하는 마음을 한겹 접고, 아이를 바라보세요. 혼자 세상을 익히는 그 순간을 즐거워 한다면, 그것이 아이의 '놀이'입니다. 

어른들의 지원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곁에서 같이 놀면 됩니다. 아이 곁에서 놀이 하세요. 놀이가 힘들다는 어른들은 같이 놀지 않고, 주로 놀아주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아이와 놀아주지 말고,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그냥 아이와 놀이해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보기에도 즐겁게 재미있게 놀이 하세요. 사실 다 큰 어른이 놀아주는 것은 금세 지친답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놀다가 그러다 아이가 쳐다보거든 같이 웃어주세요. 아이가 어른의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이가 시작한 놀이에 관심을 먼저 보여주셔도 좋아요.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이의 행동을 말로 다시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참여가 되고 관심이 된답니다.  아이의 놀이를 읽어주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많은 질문은 놀이가 아니라 학습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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