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소소한 제주살이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어느덧 제주살이 5년 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우리 집은 육지 가족들과 지인들의 방문이 꾸준한 편입니다. 대개는 제주살이 1~2년 차에 집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들의 방문이 뜸한 편인데요. 저희 집은 반대인 셈이죠. 어떤 이들은 손님 한번 치를 때마다 영혼과 육체가 탈진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육지 손님들이 항상 감사하고 또 반가운데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육지에서 함께 보낸 시간과 추억들. 친구들이 내게 보여준 사랑과 온기들 그리고 베풀어준 친절하고 다정한 나눔과 배려들이 항상 기억나기 때문일 거예요. 제주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거나 혹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걸어왔던 삶 속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잊혀지지 않는 것이겠죠. 그 기억 속 함께한 사람들이기에 손님들의 방문이 항상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에요. 연락 없이 제주에 왔다가도 그만일 텐데 일부러 집까지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니까요.
며칠 전에도 집에 귀한 손님들이 오셨어요. 제 아내의 친구들과 자녀들이었는데요. 어른 4명과 아이들 9명. 총 13명이 왔어요. 저희 집식구들까지 더하면 17명이 4박 5일을 집에서 함께 보냈어요. 코로나 전에도 두 번 방문했었는데 근 3년 만의 재방문이기에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손님들인데요. 물론 제 아내의 친구분들이라 더욱 그러했고요.
집이 좁아 불편할 테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오랜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자식들 낳고 살며 다시 만나 여행을 다니는 모습. 참 아름답지 않나요? 불편함 때문에 때론 예민해지기도 하겠죠. 본의 아니게 자식들이 비교가 되기도 하겠죠. 먹고 싶은 것, 쉬고 싶은 타이밍, 가고 싶은 곳들이 때론 다르기도 하겠죠. 그런데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을 거에요. 함께하는 이 시간을 만들었다는 것. 거기에 자녀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없을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그것만 생각하면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을 거에요.
여행에서 나누는 소소한 일상과 소소한 대화들이 아마 앞으로 평생 사는 동안 기억 속에 자리 잡을거에요. 어쩌면 그 기억을 안고 힘에 겨워할 또 다른 하루를 이겨낼지도 몰라요. 그건 방문해 주신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 가족이 더 큰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육지 손님들의 방문이 더 반갑고 고마워요.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니까요.
호텔이나 펜션과 같은 편안한 숙소에서 머물며 제주를 여행하는 게 더 좋을 텐데도 기꺼이 우리 가족을 찾아와준 귀한 손님들. 언제라도 여러분들을 위한 문을 열어 두려 해요. 육지에서의 삶이 지치고 때론 힘들 때 혹은 새로운 삶의 활력과 에너지가 필요할 때 꼭 우리 집에 꼭 놀러 오세요.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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