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드러누워 떼 쓰고 물건 던지는 아이
바닥에 드러누워 떼 쓰고 물건 던지는 아이
  • 칼럼니스트 이문기
  • 승인 2013.02.18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의 반응 태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

[연재] 이문기의 우리 아이 통(通) 크게 키우기

 

현아는 26개월 된 여자아이로 얼마 전에 부모님과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런 외모의 현아는 낯가림도 하지 않고 호기심도 많은 활달한 모습이었다. 상담실에 자리 잡기가 무섭게 현아 부모님은 근심스런 표정으로 아주 심각하게 말을 꺼내셨다.

 

“우리 아이가 이상해요. 다른 아이완 너무 다른 거 같아요.”

 

특히 현아 어머니는 이제 막 6개월여 된 현아의 동생을 안고 계셨는데 금방 울음이라도 터질 듯 했다. 동생이 바로 생기는 관계로 현아는 돌이 갓 지난 15개월부터 보육시설에 맡겨지게 됐다. 현아는 성격도 활달해서 보육시설에서의 적응도 무리 없었고 보육교사도 현아에 대해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아가 20개월 정도가 됐을 때부터 문제(?) 행동이 보이게 됐다고 했다. 아이가 선생님과 부모의 지시에 반응을 잘 하지 않고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서는 물건을 집어던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느려서 대화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결국은 보육시설에서 현아를 돌보는데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아의 반응하지 않는 행동 때문에 부모님은 현아가 발달장애(자폐성장애나 아스퍼거증후군 같은)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계셨다.

 

유아들은 24개월 정도가 되면 자기의 정서를 알아차리게 된다. 생후 2개월여가 됐을 때 갖게 되는 1차 정서(기쁨, 슬픔, 놀람, 분노, 공포)완 달리 주위의 반응에 따라 자기를 평가하고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정서를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평가적 정서라고도 한다. 이때주로 느끼는 정서를 2차적 정서(당혹감, 수치심, 부러움, 죄책감, 자부심)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서는 아이의 자존감과도 연관이 깊어서 바로 이러한 이유로 유아를 대하는 주위 어른들의 반응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의 유아들은 발달적 측면에서 보면 주도성이라는 발달과업을 수행해야하는데, 이럴 때 유아가 하려는 행동이나 한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통제하는 반응을 하면 통제하면서 보여지는 어른의 행동에서 유아는 자신에 대한 평가로 여겨서 그것을 정서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정서의 경험이 곧 유아의 정서로 자리 잡히게 돼 유아의 행동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즉, 위험한 것을 만지려 할 때 어른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아이는 그것이 자신에게 위험해서 못하게 하는 거구나가 아닌 내가 나쁜 아이라서 못하게 하는 거구나 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아이의 정서가 안정적일 수 없고 정서가 안정되지 못하면 불안정한 행동이 보여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현아의 연령대가 되면 아이는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알아차리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워낙 자원이 없으니 남들이 하는 걸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부모요 가족이며 보육교사라는 것이다.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도 무덤덤하게 부르는 것이 아닌 유쾌하게, 아이가 긍정적인 행동을 하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분 좋게 반응해주고, 반대로 어지르고 저지르는 행동에 대해선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주는 인내와 지혜가 어른들에겐 필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이가 문제라고 여겨질 때 부모님의 반응태도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나의 감정을 전염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시기의 아이에겐 엄한 훈육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처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려고 애를 쓰는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문기는 아주대에서 상담심리전공 교육학석사를 취득했으며 주로 공공기관과 NGO단체에서 저소득 층 및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상담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의 문제가 가족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고 이와 관련해 부모교육을 통한 가족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허그맘 아동청소년 심리센터에서 수석심리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