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핼러윈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이유?
미국 현지에서 핼러윈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이유?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10.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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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안전한 핼러윈을 보내기 위한 미국 가족들의 노력
미국 상점의 흔한 핼러윈 장식. ⓒ이은
미국 상점의 흔한 핼러윈 장식. ⓒ이은

여타 영미권 국가처럼 미국의 핼러윈은 참 큰 행사이다. 10월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이미 9월 초부터 상점과 거리에는 핼러윈 관련 상품과 장식들로 넘쳐났다. 한국인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 출신 사람들이 보기에 참 심심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작은 도시나 시골 동네에서는 아주 작은 이벤트라도 온 가족이, 또 마을 전체가 모두 환영하며 즐기려는 자세가 되어있다. 더구나 핼러윈과 같은 큰 이벤트는 어느 누구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심지어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조차도 동네 각 집 앞에는 트릭 오어 트리팅(Trick-or-Treating: 집집 마다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을 외치고 사탕 등을 받아가는 일)을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서 셀프로 가져갈 수 있도록 사탕과 초콜릿 등을 개별포장하여 바구니에 넣어 놓는 집이 대부분일 정도였다. 올해는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 본격적인 핼러윈 행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핼러윈 철을 맞이하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기관에서도 경찰관들이 직접 방문하여 핼러윈 안전 수칙을 강연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학교 내에서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느낌을 주는 모든 코스튬은 착용 및 소지가 불가능하다. 가짜 칼이나 총도 소지가 불가능하고 피 분장이나 특정 소수자의 인권에 저해가 되는 코스튬도 착용해서는 안된다고 가정통신문이 발송되었다.

또한 바이러스 전파나 음식 알레르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홈메이드 사탕이나 디저트 들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을 수 없다.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라도 밀봉한 것을 뜯어서 다시 예쁜 봉투 등에 나눠 담아오는 것도 안 된다. 반드시 성분 표시가 되어있는 개별 포장으로 밀봉되어 있는 상점에서 구매한 제품만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유치원에 따라서는 그마저도 학교에서 직접 준비한 소량만 가능하고 개개인의 학생은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가정에서의 핼러윈 안전을 강조하면서 혹시나 모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안내하는 뉴스도 자주 방영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핼러윈 캔디에 위험한 물질을 섞어 놓는 기한 행동을 하는 범죄자들에 관한 것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캔디를 얻어오면 반드시 어른들이 해당 캔디를 확인하고 뜯어진 부분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반드시 폐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영국에서 핼러윈 캔디 안에 날카로운 쇠붙를 넣어 놓았던 케이스가 발견된 것이 크게 이슈가 되어 많은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 보다 더 무서운 경고도 발표되었는데 바로 마약관련 이슈이다. 얼마 전 미국의 마약 단속국 (DEA: The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서 콜로라도 지역을 시작으로 무지개 색의 밝은 빛깔인 펜타닐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펜타닐은 정말 미국에 흔한 캔디와 색도 느낌도 비슷하고 파스텔 톤의 예쁜 톤이라서 어린 아이들이, 아니 성인마저도 아무 의심없이 캔디라고 믿을만 했다. 미국인들이, 특히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핼러윈이 바로 눈 앞이기에 혹시나 캔디와 섞이게 될 것을 우려해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안전에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경고도 함께 발표됐다. 펜타닐은 원래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만든 진통제성 약물이었지만 마약으로 오용, 과용되면서 2010년대부터 미국내 사용자가 급증하였고 현재 미국 젊은 층의 사망원인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더구나 핼러윈 시기에 캔디 같이 생긴 펜타닐이라니 많은 부모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길을 지나다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트렁크 오어 트릿(Trunk-or-Treat) 행사 안내 문구. 보다 안전한 핼러윈 행사를 위해 기획됐다. ⓒ이은
미국 전역에서 길을 지나다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트렁크 오어 트릿(Trunk-or-Treat) 행사 안내 문구. 보다 안전한 핼러윈 행사를 위해 기획됐다. ⓒ이은

여러가지를 조심해야하는 코로나 시기와, 각종 안전과 범죄의 위험도 생각해야하는 요즘에는 그래서 더 트렁크 오어 트릿(Trunk-or-Treat) 행사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트렁크 오어 트릿은 원래 교회 그룹 등을 중심으로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트릭 오어 트리팅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차 중심의 교통환경을 가진 미국에서 교회 등의 안전한 장소의 주차장 등에 모여서 각자의 차를 핼러윈 테마로 꾸며놓고 핼러윈 캔디를 놓아두고 아이들이 제한된 장소 안에서 정해진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다. 안전도 재미도 함께 누리려는 미국 사람들만의 새로운 핼러윈 전통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걱정 없이 트릭 오어 트리팅을 다닐 수 있었던 “라떼는 말이야”식의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비단 우리 만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미국 아이들의 미국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전한” 핼러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함께 소망해보곤 한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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