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다. 자립준비청년이란, 가정위탁, 양육시설, 공동생활 가정에서 보호되다가 자립을 하게 된 아동을 말한다. 정부의 보호에서 벗어나 혼자서 자립하게 된 지 9개월이 된 지금, 자립준비청년이 되었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사회에서 부모의 계급과 재산을 수저에 비유하는 말이 생겼다. 그리고 이 표현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자립준비청년 친구들은 이것을 논할 여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나의 흠이라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이 된 지금, 나는 그 사실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나는 성장했고 사회와 열심히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으로 혼자 9개월 동안 생활하며 한 번씩 경제적, 정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의지할 울타리가 없는 것은 달리고 있는 마차 바퀴에 족쇄를 채운 기분이다. 이럴 때, 부모님이 있었다면 의지할 텐데 의지할 수 없는 이 현실이 슬플 때도 있다. 이런 부족한 지원과 관심 속에서 내가 정신 차리지 않고 극복하지 않는다면, 상처를 회복하지 않고 좌절한다면, 나와 같은 친구들이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계속 발생하는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도 이러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줄어들려면,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을 지지하고 응원해 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 물론 주거, 의료, 경제적 지원도 말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나와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자립 정착금과 함께 매달 자립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비용은 다르지만 평균 30~35만 원의 금액이다. 이러한 지원금은 매우 유용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정부의 지원은 딱 거기까지다. 사실 그 외의 지원들도 있다고 하지만, 체감이 잘 안 된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사각지대의 청년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안다. 각 시, 도에 따라 지원 규모, 지원금이 다르고, 양육 보조금마저도 다른 이 상황은, 아동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국가는 보호아동이 성공적이고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하고 보호아동이 불안에 떨지 않고 웃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울타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줬다면,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조금 덜 경험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나와 같은 친구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의 발판을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옆에서 든든히 지지해 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를, 그리고 우리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 주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역할을 국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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