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구속’, 일관성 있는 육아를 어렵게 만듭니다
‘이중 구속’, 일관성 있는 육아를 어렵게 만듭니다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11.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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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일관성 있는 육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만약 아이에게 이중 구속을 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진심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화가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고, 진짜 말해주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고 말이다. ⓒ베이비뉴스
만약 아이에게 이중 구속을 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진심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화가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고, 진짜 말해주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고 말이다. ⓒ베이비뉴스

육아 전문가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부모는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많아 부모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변수의 영향으로 일관성 있는 부모가 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관성에서 벗어났을 때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은 이중 구속(double bind)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중 구속이란 미국의 언어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이 제시한 이론으로 상반되는 메시지가 동시에 전달되는 것을 뜻한다. 이중 구속은 서로 모순되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관성 있는 육아를 어렵게 만들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욱했을 때 이중 구속을 자주 사용한다. 예컨대, 아이가 밥투정할 때를 들 수 있다. 밥을 안 먹는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밥 다 먹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라고 하며 밥을 먹는 조건으로 보상을 약속한다. 그렇게 해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결국엔 ‘그래. 밥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쫄쫄 한번 굶어봐. 그리고 키 안 커도 엄마는 몰라’라고 말해버린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세 숟가락만 먹자’라고 하며 앞선 메시지와 전혀 다른 제안을 한다.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칭얼댈 때도 ‘그럼 오늘 계속 여기에 있어. 엄마는 집에 갈 거니까. 안녕’이라고 하며 마치 아이를 버리고 갈 것처럼 하다가 잠시 후 ‘빨리 안 오고 뭐해’라고 한다. 이렇게 부모가 이중 구속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순간적으로 겁을 먹고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당시 상황을 해결하는 극약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언어와 비언어가 일치하지 않는 것도 이중 구속에 해당한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본심이 아닐 때 이와 동반되는 비언어는 상반된 뜻으로 전달되는 경우이다. 가령, ‘건강이 최고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면 아빠는 아무것도 바랄 게 없어’라고 항상 말해왔지만, 아이가 무언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말로는 ‘괜찮아’라고 하고 한숨을 내쉴 때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면, 말은 ‘엄마 화 안 났어’라고 하지만, 표정은 굳어 있고 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 비록 말로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해도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가 화가 났음을 감지한다. 비언어는 언어보다 마음의 상태와 감정을 더 내밀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중 구속을 하면 아이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계속 그 상황 속에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서적 혼란감에 빠지게 된다.

이중 구속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긍정적 이중 구속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가 치료를 위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갈등을 환자에게 직면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부모가 지속적으로 이중 구속하면 아이는 어떤 메시지에도 반응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애착 형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더 큰 문제는 부모 스스로 아이에게 이중 구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에게 이중 구속을 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진심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화가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고, 진짜 말해주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고 말이다. 진심을 전달하는 순간 아이는 부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부모는 다시 일관성 있는 육아를 되찾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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