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아이 책 속에 등장한 외식 브랜드?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아이 책 속에 등장한 외식 브랜드?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2.11.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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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 #독서 #문해력 #읽기 #미디어리터러시 #유아콘텐츠 #TV동화 #어린이광고 #검열

최근 뉴스에서 요즘 아이들의 국어 실력, 그중에서도 문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심각한 상황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 역시 유아기였을 때부터 책과 친하게 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 보았지만 스스로 책을 펼쳐 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만화로 가득한 책들은 조금 보는 편이지만 글이 많을수록 읽기도 힘들어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는다 해도, 읽고 난 뒤 내용을 물어보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세대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나를 둘러싼 가정이나 주변 환경 이외의 것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책이었다. 부모님도 아이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일에 한계가 있었고, 가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모두 책에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만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진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 아이 또래의 대부분은 유아기부터 TV,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수많은 루트로 미디어와 친숙해진 상황이다. 유치원에서도 중요한 부분들은 영상으로 다시 한번 반복 학습을 하기도 하며 일부 숙제는 학습용 패드로 대신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문자를 가르친다고 해서 무조건 옛날 방식처럼 종이와 연필만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하나의 대안처럼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해서 차라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나 역시 코로나19 이후 더욱 저하된 학습 능력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이해력과 사고력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에 있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기 보다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기로 결심하고 그중 한 방법으로 책을 대신 읽어주는 TV를 선택했다. 예상대로 아이는 종이로 된 책과 씨름할 때 보다 훨씬 더 강한 집중력을 보였고, 무엇보다 아이가 책에 대한 거부감을 떨치고 좀 더 친근해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안심하고 아이에게 TV로 책을 보여주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영상을 보던 아이가 익숙한 외식 브랜드의 상호를 말하고 있어 화면을 보니 정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의 간판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하기 전, 자체 검열과 심의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상미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하기 전, 자체 검열과 심의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상미

물론 이것이 당장 아이에게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연령을 설정해 놓고 아이들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 놓은 부분이었고 그 안에서만큼은 좀 더 자유롭게 마음 놓고 시청해도 괜찮겠구나 싶은 나의 믿음을 실망으로 바꿔버린 순간이었다. 아이가 보던 동화책은 아빠와 처음으로 야구장에 가던 날을 소개한 책이었는데,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아이가 야구장에서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하자 아빠가 야구장 내에 있는 식당 상호들을 소개하며 음식을 구매하고 아이는 구매한 음식을 한 번 더 강조하며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었다. 아이가 야구장에서의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렸을 때 아빠와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상황도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이해를 해보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해당 상호명을 반복해서 그대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어린이 콘텐츠에 관한 영상을 볼 때 무분별하게 튀어나오는 광고들이 신경 쓰여 나름 업체에서 제시하는 상품을 고르고 골라 결제까지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읽는 동화책 속 그림으로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광고성 메시지는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을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차라리 아이에게 콘텐츠를 볼 때 드러나는 부적절한 상황과 메시지에 대해 처음부터 구분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일부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때 보여줄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들었다.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유아 콘텐츠라는 문구에 혹 하여, 그 속에 담긴 마케팅 전략을 간파하지 못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미디어와 그 속에서 더욱 구분하기 힘든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내는 일은 업자 역시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었겠지만, 앞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같은 방법으로 교육이 확대될 것이 확실해진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더욱 꼼꼼한 검열과 제재들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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