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없는 '무연고 아동'이 극단적 선택 하지 않는 나라
가족이 없는 '무연고 아동'이 극단적 선택 하지 않는 나라
  • 기고=이상원
  • 승인 2022.1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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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37. 이상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는 9월 27일 서울시 중구 재단 본부에서 ‘무연고 아동의 지지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는 9월 27일 서울시 중구 재단 본부에서 ‘무연고 아동의 지지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3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3(김난도)’에 따르면 첫 키워드는 ‘평균 실종’이다. 개인의 취향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면서 ‘평균’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일반적인 의견, 상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평균’이라는 개념은 앞으로 더욱 없어지겠지만, 애초부터 ‘평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 있다. 바로 ‘가족이 있는 것’과 ‘가족이 없는 것’이다. 가족이 있거나 가족이 없는 것은 중간인 ‘평균’이 없으며, 이들의 삶은 양극화되어 격차가 더 벌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가족이 있는 아동과 가족이 없는 ‘무연고 아동’의 삶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몇몇 NGO 단체의 노력으로 무연고 아동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무연고 아동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인 ‘보호종료아동’ 또한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뀌며 정부의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무연고 아동이 누구인지 알고 후원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무연고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품다 ’캠페인을 다년간 진행해오고 있으며, 서울아동옹호센터는 양육지원 정책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무연고 아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동양육시설과 관련된 서울시의 다양한 기관을 돌아보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9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무연고 아동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

무연고 아동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서 먼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중 적절한 사후관리를 받지 못해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가 약 25%이다. 하지만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는 영국의 경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연간보고서를 국가 차원으로 발행하며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국회입법처의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에게 반드시 개인상담사를 지정해 주도록 법률로 규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개인상담사들은 최소 8주마다 보호종료 청소년을 면담하고 있어 보호종료 청소년 중 90%와 연락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민간기관이 아닌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무연고 아동에게 ‘지지체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불과 몇 달 전 무연고 아동 2명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동의 통장에는 후원금 외에 1165만 원이라는 돈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제 막 성인이 된 아동의 계좌에 1000만 원 이상의 돈이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보호자 없이 혼자 살아가기에 부족한 돈이겠지만, 지금 당장 돈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고, 물어보거나 의지할 어른이 없어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해당 지자체에서는 자립정착금을 증액하고, 아동발달지원계좌 지원 및 통합사례관리를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아동별로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취업, 직업 연계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자립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심리지원과 관련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지만, 무연고 아동이 보호종료 이후에도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크게 두각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발표였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연고 아동 또한 그들이 가족처럼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엔에서도 권고하고 있듯 무연고 아동이 발생했을 때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서울시립공원묘지에는 ‘무연고 추모의 집’이 있다. 이들의 공영장례를 주관하는 ‘나눔과 나눔’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무연고로 사망한 영아는 6명이라고 한다. 무연고 영아가 사망하면, 어린이 유해를 뿌리는 추모시설인 나비정원에 묻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정이 있는 아이들이 죽으면, 부모의 품에 묻는다고 하지만 무연고 아동의 경우 나비의 품으로 가는 것이다. 더 이상 무연고 아기들이 나비의 품으로 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입양, 가정위탁지원제도 또한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정책은 지속적인 요구 이후 개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연고 아동과 관련된 정책만큼은 그들의 안타까운 소식 이후 보완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그들을 위한 부족한 정책과 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모든 아동이 그렇듯, 아동은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고 품어주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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