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과 만 5세 조기 취학이 공존할 수 없는 이유
유보통합과 만 5세 조기 취학이 공존할 수 없는 이유
  • 기고=김정준
  • 승인 2022.12.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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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유아교육: 앞으로, 아프로(兒Pro)] 6. 진정한 교육목적의 실현은 유보통합부터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유아교육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유아교육의 근간을 훼손하는데까지 이르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학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일반인들과 정책입안자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 즉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란 숙원과제를 두고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유아교육 정책을 바로세우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한국유아교육학회와 함께, 앞으로 유아교육정책의 근간이 될 유아교육 철학에 대해 여섯 차례에 걸쳐 기획연재를 진행하면서 유아교육의 본질과 유아교육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다면 1년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효용성을 높인다는 논리는 인간을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미래인적자원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이는 교육의 사회적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이다. ⓒ베이비뉴스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다면 1년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효용성을 높인다는 논리는 인간을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미래인적자원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이는 교육의 사회적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이다. ⓒ베이비뉴스

2022년 7월 29일, 만 5세 조기 취학을 추진하겠다는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유아교육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25 년간 상정과 폐기를 거듭해 온 만 5세 취학 문제가 재등장한 것에 안타까움이 컸다. 다행히 정부는 조기에 이를 폐기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아교육을 포함한 우리나라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며 이에 기초한 유아교육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환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법률 제18456호, 2021) 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교육의 목적은 개인적인 목적과 사회적 목적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은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다면 1년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경제적 효용성을 높인다는 논리는 인간을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미래인적자원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이는 교육의 사회적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이다.  
 
영유아기는 한 개인의 일생 중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 발달하며, 개인차가 큰 시기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도 아동기 이후와 달리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다. 자신의 요구를 조리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대체로 미숙하고 인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반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수용하고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는 일은 어렵다. 신체 운동능력도 떨어진다. 그렇다고 유아가 성인에 비해 열등한 존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유아는 자신의 일생 중 가장 창의성이 뛰어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안다. 그래서 작은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한다. 영유아기는 날마다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면서 비약적인 뇌신경 발달이 이루어지는 독특한 시기이다. 따라서 문자 언어와 논리에 집중하는 형식적이고 상징적인 교육이 아닌 흥미와 놀이 중심의 구체적인 경험과 그에 맞는 교수방법이 요구된다. 유아는 아직 돌봄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발달적 특성에 맞는 적합한 환경과 일과운영, 교수학습 방법, 그들의 특성을 잘 알고 상호작용해 줄 수 있는 교육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만 5세 초등입학이나 기초학력 준비반 개념은 유아의 독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아교육과 초등교육 전문가와 교사가 보다 긴밀하게 협조하며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다 심도있는 방안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여 만 0~5세 유아학교로 전환하고 무상 공교육화하는 길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1997년 문민정부 시기부터 논의되었으나 큰 성과 없이 진전과 퇴보를 거듭하였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순차적으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3~5세 누리과정이 시행됨에 따라 유보통합의 가능성은 가시화되었다. 이후 2013년 5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하고 유보통합을 주요 정책사업으로 다루기 시작할 때 기대가 컸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추진동력을 잃고 말았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행정부처의 통합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했었다는 지적을 하였다. 이번 정부가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교육개혁을 시도하면서 교육부로 부처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유보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육과 보육 프로그램, 서비스 질의 격차를 해소하고 질적수준을 상향 균질화할 수 있다. 또한 통합된 부처에서 정책을 추진하면서 효율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유아기는 발달적인 특성상 교육과 함께 유아와 부모의 개인별 상황에 적합한 돌봄 기능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의 질은 상향 평준화하되 획일적인 의무교육이 아닌 무상교육을 기반으로 하되 기관 유형의 다양성은 보장해야 할 것이다. 200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수 제임스 헤크만은 사회 정책을 통한 조기 중재를 투자효율성과 분배 정의의 두 지수로 환산했을 때 투자회수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영유아기라고 하였다. 

초기 교육투자에 대한 회수율. ⓒJames Heckman, Nobel Laureate in Economics
초기 교육투자에 대한 회수율. ⓒJames Heckman, Nobel Laureate in Economics

즉 인생 초기인 영유아기의 질 높은 조기 개입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질 좋은 유아교육은 이후 초등 교육의 질이 다소 낮다 할지라도 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개인 자본이 된다. 현재 대다수의 OECD 교육선진국은 유아교육과 보육의 이원화 체제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일원화된 통합체계로 전환을 완료하였거나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유아교육의 경제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만 5세 조기취학 방안은 저출산 고령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가 경제활동 인구를 확보하는 확실하고 합리적인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의 행복과 건강한 미래사회를 위한 국가의 책무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노력을 통한 유보통합과 0~5세 유아교육의 무상 공교육화가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적인 개혁방안이 될 것이며 그 통합의 과정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만을 위해 기능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의 독특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들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교육을 제공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며 교육의 진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바른 교육개혁의 방향이다. 

*이 글은 한국유아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준 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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