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첫 번째 고민은 바로 주거지입니다
자립준비청년의 첫 번째 고민은 바로 주거지입니다
  • 기고=정소현
  • 승인 2023.01.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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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43. 정소현(가명) 자립준비청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정소현(가명) 자립준비청년이 동네를 산책하며 친구들과 노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정소현(가명) 자립준비청년이 동네를 산책하며 친구들과 노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학기가 끝나갈 때쯤 대학 동기들은 항상 나를 붙잡고 집에 내려가지 말라고 아쉬운 소리를 한다. 방학 때도 계속 보고 싶다는 말에 담긴 다정함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하다. 저학년일 때는 방학이 되면 광주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품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지만, 대학교 3학년을 마치는 시점에서는 아직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학이 되면 방을 빼야 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이 반갑지 않다.

대학교 4학년이 되기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남았다. 미술대학의 특성상 졸업반이 되는 4학년에는 그간의 작업물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고 인턴십을 진행하는 등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시기이다. 이제 곧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걷어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서울에 안정된 주거 공간에서 새로운 생활의 준비를 시작해나갈 시기지만 나에겐 아직도 서울 안에서 일정하게 머물 공간이 없다. 

상경한 타지역 출신 학생들의 고민 중 하나는 주거 문제일 것이다. 이제껏 살아온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거나 보호자에게 일정 부분 지원받는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학교 기숙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되는 지역 학사는 해당 지역 학생에게 학기마다 주거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숙사는 학기제로 운영되어 학기가 마치면 방을 비워야 한다. 한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선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숙사는 3개월~4개월을 주기로 운영되며, 서울에서의 장기 거주를 원한다면 높은 비용의 월세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에 최소 동수저 이상으로 태어나거나 부모님의 안정적인 소득과 재정으로 집안에서 주거비를 지원해 주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월세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학업도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수도권 대학에서는 아르바이트하게 되면 그만큼 학점 및 스펙 관리가 어려워진다. 더욱이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 장학금이나 학교 장학금 제도의 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에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주거 정책이 존재하나 대부분의 학생은 정보를 찾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해당 정보를 어디에서 제공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가정위탁지원센터나 구청에서 기본적인 정보와 신청 절차를 안내해 주지만 주거 독립 시기나 원하는 지역 또는 위치로 집을 구하는 것은 정말 막연한 숙제다. 기본적으로 주거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고 주거지원 서비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주거지원 서비스는 무엇인지, 주거지원 서비스마다 자격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신청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주거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주거지원 정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여러 곳에 분산된 정보를 한곳에 통합하거나, 주거지원 관련해서 나에게 가장 알맞은 주거지원 서비스를 안내해 주고 신청부터 접수-절차-심의-선정 과정을 원스톱으로 도와주는 곳이 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대표 콜센터들은 혼란을 가중한다. 혹은 대학과 정부가 연계하여 입학 대학 근처에서 국가의 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지와 주거 정책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면 대학생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거 관련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권 대학 특성상 서울, 경기권에 주거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비수도권 출신 대학생들이 대학 인근의 주거지원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 비수도권 출신 인물의 수도권 정착 사례를 접하거나 관련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자립 멘토-멘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개인이 판단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립을 위해서 정착할 주거지는 가장 기본이다. 주거지 마련 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취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안정적인 취업 활동을 위해서는 결국 또 안정적인 의식주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결국 편안하게 출발할 수 있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주거 공간에서 우리는 원하는 목표를 그려낼 수 있다. 

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많은 청년과 수저 계급론까지 부상될 만큼 타고난 환경에 따라 등급과 성공 여부가 나눠지는 현실 속에서 나만의 능력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싶은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만의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여 자립의 첫발을 안정적으로 내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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