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입덧은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겪는 증상입니다. 그런데 입덧을 치료하는 손쉬운 방법은 조금만 찾아보면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정보의 유통 속에서도 무지로 인해 고생하는 임산부들이 많은 것이 필자로서는 놀라울 뿐입니다.
입덧에 대해 세부적인 방법을 말하기 전에 먼저 임신의 생리와 입덧의 병리를 확실하게 알아 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생리와 병리를 확실하게 알아야 임산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융통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임신이라는 생리는 임부의 몸에서 새 생명을 성장과 발달시키는 과정이므로 엄마의 몸과 비슷한 구성성분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임부는 영양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을 몸 안에 더 많이 저장하게 됩니다. 또한 태아에 더 많은 영양과 피와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오장의 기능으로는 모자랍니다. 따라서 임신을 유지시키는 일은 평소보다 많은 기혈을 생산해야 하므로 몸에서는 열이 생기게 됩니다.
크게 보면 이 두 가지가 바로 임신생리의 특징입니다. 즉 습(濕)과 열(熱)이 임신생리의 특징인데 이 생리가 병리로 변하는 이유는 습과 열이 지나치게 많거나 혹은 모자랄 경우입니다. 그런데 입덧은 바로 습으로 생긴 병증입니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몸 안에 물이 넘쳐 생기는 물병인 것이죠.
이렇게 입덧의 생리와 병리를 이해하면 입덧의 치료는 단순해집니다. 즉 입덧은 몸 안의 습을 말려주면 치료되는 것입니다. 얼마나 간단한 이치입니까? 요즘 임부들은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르니 입덧이 심하면 심지어 아기를 지우는 사태까지 현실에서 일어납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겠지요?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합니다. 3년 전에 입덧으로 아기를 지운 경험이 있는 40세 임부가 두 번째 아기를 가져 6주차인데 역시 입덧이 심해 할 수 없이 아이를 지우기로 날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임부의 어머니께서는 이번에도 아기를 지우면 딸의 결혼생활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던 중에 참으로 우연히 수술직전에 필자를 만나 딸의 입덧을 치료해 가정을 지킨 것입니다.
입덧의 치료는 간단했습니다. 진단해보니 습과 열이 많아 습을 없애고 열을 내리는 처방을 만들어주자 입덧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정상출산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절박한 정성이 아니었다면 입덧은 치료할 수 없다는 황당한 무지로 인해 새 생명은 물론이거니와 가정의 존립까지 무너뜨릴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이왕 나온김에 사례를 하나 더 이야기 합니다. 조카며느리가 오랫동안 아이가 없다가 임신을 했습니다. 가족들이 축하해주기 위해 호텔 뷔페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질부가 입덧이 심해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바게트 빵을 찾아 가져다 주고 무조건 믿고 먹어보라하니 놀랍게도 빵 한 개를 다 먹게 됐습니다. 질부 스스로도 놀라기에 말해줬습니다.
“단순한 거네. 자네 몸에 습이 많아 입덧이 생긴 것인데 마른 빵은 위장관의 습을 말려주니 먹기 전에는 토할 것 같았어도 막상 먹어보니 먹을 수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속이 더 편해지는 것이라네. 입덧은 무지로 인한 증상일 뿐이네.”
입덧이 생기면 전문적인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입덧하는 모든 임부가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은 어려울 것이므로 간단히 집에서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말하고자 합니다.
모든 음식재료에는 종합적인 약성이 있는데 이를 기미(氣味)라고 합니다. 그런데 입덧은 습이 원인이니 몸에 습을 없애거나 줄여주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입덧하는 임부한테는 습이 있더라도 한편으로는 몸이 찬 사람도 있고 열이 있는 사람도 있느니 한열에 대한 구분도 또한 필요합니다. 따라서 임부의 몸 상태에 따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습을 빼내야 하는 경우와 몸을 차게 해주면서 습을 빼내주어야 하는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한열의 기미는 혀를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이것을 아주 간단히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가능하면 전문가 치료를 추천하지만),
입덧을 하는 임부의 혀가 하얀 백태가 있으면 이는 습과 냉이니 마른 음식은 기본이고 여기에 따뜻한 기미를 가진 매운 음식이나 커피 생강차나 귤껍질차를 진하게 (왜냐하면 차도 물이므로 몸의 습을 증가시키므로) 해서 마시는 것이 입덧 치료제가 되고 만일 혀에 백태가 없이 붉다면 이는 습과 열이니 마른 음식에 찬 기미를 가진 도라지 우엉 미나리 죽순 질경이차 율무차, 목통차, 옥수수수염차 등을 진하게 해서 마시는 것이 입덧의 치료제가 됩니다.
음식의 기미에 대해서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필자의 말에 의심이 갈 수도 있는데 이는 직접 실천해보면 바로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니 지금 입덧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바로 실천해보시기를 권합니다.
▶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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