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보호는 종료돼서는 안 된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보호는 종료돼서는 안 된다"
  • 기고=김미숙
  • 승인 2023.02.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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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49. 김미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김미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미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작년 8월, 자립준비청년 두 명의 죽음은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왜 이 청년들은 고귀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어떠한 고통이 있었기에, 꿈많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을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 지원이 너무 적었던 건 아닐까?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준비했어야 했나? 등 끊임없는 질문들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립정책의 허와 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만 18세가 된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정착금으로 1000만 원, 자립수당으로 월 40만 원을 지원 받는다.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자립을 위한 용도로 모아두었던 디딤씨앗 통장도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어려움은 경제적인 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가 곁에 있었기에 친구를 사귈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퇴소 후의 생활이 너무 외롭다고 말한다. 가정위탁 아동·청소년의 경우도 개별 위탁가정에서 돌봄을 받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없고, 보호종료 후에는 이들을 관장하고 있는 센터와 연락도 끊어지게 되어 고립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지원은 이어지지만, 보호되는 동안 가져왔던 인적 관계망과 지지체계가 한꺼번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심리·정서적인 지원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고자 17개 시·도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을 만들고 자립지원전담 인력을 두었다. 문제는 전담인력 180명이 청년 2만 466명을 관리한다는 데 있다. 한 명당 114명의 청년들을 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의 두 청년 곁에 의지하고 기대며 삶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 있었더라면, 이들은 다른 선택을 했을까.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심리·정서적인 지원을 위해, 17개 시·도 기관의 자립지원전담 인력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전담인력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청년 수가 30명을 넘으면, 사례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전담인력이 4배 더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 전담 인력들은 고위기 청년들의 사례만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들 모두가 잠재된 고위기 대상임을 인지하고, 특정한 청년만이 아니라 모든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밀착 관리가 필요하다.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이 지원되고 있는지, 경제·사회생활부터 사회관계망까지 삶의 모든 면에서의 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 역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지고 독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독립심을 스스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조집단’ 구성 및 활동을 제안한다. 즉, 원자화되고 소외된 청년들 간의 ‘자조집단’을 만들어 상호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조집단’은 구성원 상호 간에 지지와 도움을 주며 문제를 해결하는 자발적 결사조직을 의미한다. 현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가정위탁출신 청년들의 자조모임인 ‘청하’를 운영 중에 있고, 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대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효과성을 바탕으로, 자조집단을 전국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담당 인력 및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멘토링 제도 활성화 역시 이들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필요하다. 멘토링이란 청년을 돌봐주는 ‘어른’과의 장기적인 만남을 통해 이들이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안정감은 언제 경험할지 모르는 문제 상황을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주고, 자존감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이는 대처능력 및 유연한 사회 적응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멘토와의 관계를 통해서 청년들은 부모와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교정할 수 있게 되고, 보호종료 후 일순간 사라지는 심리적 지지기반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장치가 다각도로 촘촘하게 마련된다면, 청년들이 삶의 기반을 잘 정립해 나갈 수 있을것이다.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청년들이 완전한 자립을 이루게 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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