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 실현? 정당한 편의제공 지원체계가 절실합니다"
"통합교육 실현? 정당한 편의제공 지원체계가 절실합니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3.03.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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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3월 새학기에 다시 생각해보는 통합교육 지원체계

통합교육은 지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짓는 이유는 단하나, 어떤 지원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경제적으로 하기 위함이기도하다. 이런 통합교육 환경에서 살아가는 많은 장애인들 중 시각장애의 편의제공을 예로 들어 어떤 지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필자 주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적 지원이 절실하다. ⓒ베이비뉴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적 지원이 절실하다. ⓒ베이비뉴스

3월,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의 설렘보다, 느린 아이들, 조금은 특별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마냥 아이의 새로운 출발이 설레지 만은 않을것이다. 통합교육을 원해 완전통합학급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 내 아이의 느림 혹은 다름으로 정당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통합교육’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학급을 구성하고 있는 경우, 통합교육이라는 목표는 얼마나 잘 실행되고 있는 걸까? 학급에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는 경우, 그 장애학생에 대해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하고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교사나 실무자 등 교육 관계자들은 장애학생에 대해서 알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갖춰져 있는 지원체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만들어져 있는 체계 속에 아이들을 맞춰 나가는 것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런 통합교육의 지원에 대해 조금더 섬세한 눈으로 들어다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상민의 사례 

상민(가명)은 저시력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글자를 크게 해도 얼굴을 책에 가까이 들이대야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상민은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 저시력 시각장애로, 글씨가 굵은 체이거나 고딕체로 된 글자는 원활하게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글자를 크게 하더라도 ‘얇은 바탕체’로 된 형태를 선호한다.

상민이 새로 배치된 학급의 담임 선생님에게 수업 때 제공되는 학습지나 각종 서류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때 확대해서 달라고 요청했다.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나눠줄 서류들을 프린트하기 전에 꼭 상민을 위해 글자를 확대해서 따로 프린트를 해서 상민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학습지나 가정통신문과 같은 서류들은 대부분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글자들의 굵기와 크기, 글자체가 같지 않다. 제목은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크기를 크게 하고, 글자체도 굵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본문 내용이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본문의 내용은 제목이나 부제목과는 다른 글자체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하루는 학급 전체가 학습지를 보며 수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학습지에 나와 있는 문제와 지문들의 글자체와 굵기가 구성되어 있어서 상민이 제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상민이 따라가기 어렵게 되었고, 급기야 수업 전체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은 공무원시험에서 시각장애인이 확대문제지 또는 확대답안지를 장애인 편의제공으로 신청할 때처럼 학습지를 200% 또는 500% 중에 상민이 선택하는 크기로 확대해서 제공했다. 하지만 ‘무조건 확대’한다고 해서 상민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일상에서의 사례 

선거기간이 되면 후보에 나선 사람들이 공약이나 자료가 담긴 것들을 배포하는데, 시각장애를 가진 유권자의 집으로는 점자로 된 자료를 배포한다. 그런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점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중도에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들도 있고, 점자를 배우지 않은 시각장애인도 있는데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로 된 유인물을 배포한다’라는 매뉴얼 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도서나 자료를 확대해서 제공해야 하는 경우 ‘무조건 굵고 크게’ 제공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저시력이라고 해도 시력과 시야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글자체와 얼만큼의 크기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확대해서 제공해야 한다.

영어 알파벳의 경우, 'eat'(먹다)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 굵은 고딕체다. 굵은 고딕체의 영어 알파벳의 경우에는 알파벳 ‘e'의 가운데 작대기(-)가 연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미세한 부분을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가운대 작대기를 보지 못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해당 영어 알파벳을 ’c‘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럼 ’eat'는 ‘cat'(고양이)가 되어 해석상에 심각한 오류를 야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체계가 이전에 비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을 겪으면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통합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경우, 줌(zoom)과 같은 시스템에의 접근이 어려운 장애학생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경우에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 통합교육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 되고 있다.

◇ 무엇이 중요할까?

그러나 이렇게 ’완전한 통합교육‘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장애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교육계, 장애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장애당사자만큼 필요한 지원체계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전문가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되면 좋은 통합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꼭,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게 당사자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편의제공 자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 장애인 지원체계라면, 그 지원체계를 시각장애학생이 온전히 적용받으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상민이가 겪은 사례처럼, 지원체계만 존재하고 있을 뿐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은 장애학생이 학급에 배치되는 경우,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이 어떤 매뉴얼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만큼 장애학생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매뉴얼을 찾는 것보다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이 어떤 게 필요한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장애학생에게 맞지 않는, 의미없는 지원체계라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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