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두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기고=하가영
  • 승인 2023.03.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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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50. 하가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 복지사업팀 대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바다(가명) 씨가 발견된 집 내부의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바다(가명) 씨가 발견된 집 내부의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자립을 앞둔 보호종료아동이 느끼는 감정을 흔히 ’열여덟의 공포’라 부른다. 위협이나 위험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이라는 ‘공포’. 이제 막 18세가 된 자립준비청년들이 느끼는 세상은 위협과 위험으로 가득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들이 ‘공포’를 극복하고 안전한 자립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자립준비청년들의 사연을 통해 그 현실을 전하고자 한다.

새벽(가명) 씨는 과거 아동학대 피해로 공동생활 가정에 입소했고, 홀로서기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다. 올해 만 18세가 된 새벽 씨는 시설 퇴소를 앞두고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대학 진학 준비에 한창이다. 그동안 자립을 위해 차근차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독립을 앞두고 새벽 씨는 이런저런 고민과 근심이 많아졌다. 가장 큰 고민은 주거, 시설 퇴소 후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였다. 새벽 씨는 자립을 도와줄 가족이나 어른이 주변에 없었기에 공동생활가정 근처에 위치한 LH임대주택에 입주하기로 결심했다. 집을 마련하고 나니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가전·가구 준비가 또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산을 하나 넘으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처럼 새벽 씨의 자립준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올해부터 자립을 앞둔 시설아동에게 자립지원금을 확대·지원함에 따라, 새벽 씨도 이 지원금으로 가전·가구 일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바다(가명) 씨도 비슷한 사연으로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한 선배 자립준비청년이다. 몇년 전 공동생활가정에서 퇴소한 후 울산 소재 중소기업에 입사한 바다 씨는 혼자 거주할 임대주택을 마련했다. 그러나 자립한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바다 씨와 공동생활가정과의 연락이 끊겼다. 바다 씨와 가족처럼 지내던 공동생활가정의 사회복지사 A 씨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바다씨 집에 찾아갔고 인기척이 없어 실종신고를 하려했지만 법적 권한이 없어 신고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민·관·공의 도움으로 바다 씨의 집에 들어갔고, 쓰레기 더미로 변해버린 집에서 바다 씨가 발견되었다. 바다 씨는 자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립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해 그 충격으로 바다 씨는 세상과 등진채 은둔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집안에 가득 찬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도와주었고, 공동생활가정에서도 여러 후원자와 힘을 합쳐 미납된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바다 씨에게 생계비를 지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과 단절했던 바다 씨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특수치료비를 지원했다. 현재 바다 씨는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자립생활관에 입소하여 작가라는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두 자립준비청년들의 사연을 통해서도 알수있듯, 이들의 홀로서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다. 최근 이러한 추세에 맞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먼저, 자립수당이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자립정착금도 1인당 최소 1000만 원 이상 지급이 권고됨에 따라 울산시도 2023년부터 1000만 원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는 울산시와 함께 디딤씨앗 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 CDA) 지원을 통해 이들이 자립 준비 과정에서 초기 비용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열여덟의 공포를 이겨내는데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서적 지원이다. 새벽 씨가 주변의 도움으로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고, 바다 씨가 위기의 순간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 바다 씨를 발견했던 공동생활가정 사회복지사 A 씨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좋은 어른”이라며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아이들에게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음을 인지하고 언제든 도움을 청해 마음편히 기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필자도 이와 같은 마음이다.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자립준비청년은 2102명에 달한다. 자립준비청년이 보호종료 시점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상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립준비청년이 나 홀로 세상에 서있는 것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그날의 대한민국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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