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학급회장선거 '공약'을 준비하며...
아이와 함께 학급회장선거 '공약'을 준비하며...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3.03.1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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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약’이다

올해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큰 아이는 코로나19와 동시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세대로 코로나19 때문에 초등학교 생활과 관련하여 생략된 것들이 많았다. 학급회장선거도 그 중에 하나이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개학식 날 이번에는 학급회장선거를 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그 날부터 아이는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학급회장선거를 준비했다.

우선, 만약 학급회장선거에 나간다면 나를 뽑아줄 것 같은 친구들 명단을 작성해 보았다. 아쉽게도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몇 명 되지 않아 아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 중에는 이번 선거에 나가는 친구는 없어 친구들의 표가 나뉠 가능성은 적었다.

다음으로 이번 선거에 나간다는 의사를 밝힌 다른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 보고 그들과의 경쟁력을 비교해 보았다. 아직 그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 되지는 않지만 이미 반에서 인기가 많고, 친구가 많아 보이는 한 친구가 매우 유력한 경쟁자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이는 선거공약을 준비했다. 선생님께서 학급회장이 되면 어떤 반을 만들고 싶은지 짤막한 공약을 준비해 오라고 하셨다는데, 아이는 학급회장선거가 처음이어서인지 공약을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가 학급회장이 된다면 책을 많이 읽는 반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서로 집에 있는 책을 가지고와서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학급회장이 된다면 학교폭력이 없는 서로를 아끼는 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공약을 준비하던 중 아이는 막막했던지 아빠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우리는 막판 대역전승을 꿈꾸며 학급회장선거 공약을 준비했다.

우선, 아이와 함께 포털사이트에 ‘학급회장선거 공약’을 찾아보았다. 포털사이트에는 이미 너무나 멋지고 훌륭한 공약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진정성 측면에도 그리고 아이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는 ‘학급회장선거 공약’ 대신에 ‘학급회장선거 공약 노하우’를 찾아보기로 했다.

학급회장 선거. ⓒ베이비뉴스
학급회장 선거. ⓒ베이비뉴스

포털사이트에서 ‘학급회장선거 공약 노하우’를 검색해보니 수많은 컨텐츠가 나왔다. 역시나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엄마아빠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컨텐츠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중요하게 언급한 것은 바로 ‘재미’였다. 학급회장선거 공약이 너무 진지해서는 안 되고, 그렇기 때문에 공약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재미라고 밝히고 있었다.

그 때부터 아이와 어떻게 재미있는 공약을 만들지 고심하였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생각한 공약은 뒤로한 채 어떻게 재미있는 공약을 만들지 머리를 맞대었다.

결국 우리는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삼행시를 준비했다. 진부한 공약 대신에 아이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준비한 것이다. 결국 공약의 본질을 포기한 채 재미를 살린 삼행시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결전의 날인 학급회장선거의 날이 밝았고, 아이는 준비한 공약인 삼행시도 잘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는 학급회장선거에서 보기 좋게 낙선하였다.

그 날 저녁 아이를 위로하며 학급회장선거는 어땠는지, 결국 누가 학급회장, 부회장이 되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이의 대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이를 뺀 모든 아이들이 학급회장선거 공약을 아주 진지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공약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여 발표한 아이들이 결국 학급회장, 부회장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결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약이었다. 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이번 학급회장선거에서 낙선한 이유가 재미만 살린 공약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공약을 잘못 준비한 것은 분명했다.

결국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서 큰 배움을 얻는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열한 살 딸, 일곱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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