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해제 후 다시 찾은 동물원! 그런데 동물이 없다?
마스크 해제 후 다시 찾은 동물원! 그런데 동물이 없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3.03.1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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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코로나19 #동물원 #전염병 #조류독감 #사전안내 #관람객

경칩이 지난 주말에는, 잠깐이지만 따스한 봄 날씨가 찾아왔었다. 마스크가 해제되고 처음 맞이하는 봄이라 놓치기 아까운 날씨를 핑계로 아이와 정말 오랜만에 서울의 대표적인 동물원을 찾았다. 주차장이 근접한 동물원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며,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물원에 도착하자 매표소에서 동물원까지 이어지는 리프트 혹은 열차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잠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어린아이를 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어서 덩달아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우리는 리프트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맹수사부터 보며 걸어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만난 동물이라 그런지 아이가 유독 흥분하며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맹수사에는 호랑이, 사자와 같이 우리가 익히 아는 맹수 외에도 표범, 곰과 같은 동물들이 있었는데 호랑이와 사자를 제외하고는 개체 수가 매우 적었다. 그나마도 낮잠을 자고 있거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제대로 관람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렇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부러 시간에 맞춰 나와 보여주기 위해 생활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아이가 이해하도록 계속해서 설득해야 했다. 아이는 본인이 보고 싶어 하던 동물을 만나지 못할 때마다 실망하며 왜 그런지 물어왔고, 이러한 질문들은 동물원에 동물이 있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AR 동물원’이라고 해서 정말 동물이 없이 동물을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어느 것이 최선일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었으니 말이다.

동물원에 동물이 보이지 않아요. 사전 안내조차 없이 텅 비어있는 동물원! ⓒ여상미
동물원에 동물이 보이지 않아요. 사전 안내조차 없이 텅 비어있는 동물원! ⓒ여상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의 나들이에 즐겁게 다음 차례의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다음 코스인 조류관에는 모든 사육장이 폐쇄되어 있었다. 조류 독감의 유행으로 전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그렇다고 했다. 동물원 초입에서라도 미리 안내를 해주었다면 조류 관람 코스는 제외하고 계획을 짜거나 아이에게 미리 일러 주었을 텐데, 아이가 특히 보고 싶어 하던 새가 있었던 터라 유독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때도 나는 아무리 큰 새장이라도 여기에 갇혀 있는 새가 많으면 더 슬픈 일일 것 같다고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새는 하늘을 훨훨 날아다녀야지 우리가 자꾸 동물원에서 보려고 하면 새의 입장에서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아이가 이것만큼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당부를 하던 아프리카 관에 도착했다. 사슴류의 동물들과 코뿔소, 코끼리와 같이 몸집이 큰 동물들이 주로 있는 곳이었다. 아이가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꽤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코끼리는 보이지 않았다. 코뿔소도 마찬가지였다. 관람이 끝난 시간인가 싶어 시계를 확인해 보니 오후 4시쯤 되었고, 안내 표지판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코끼리의 내부 우리로 이어지는 철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유독 넓었던 사육장이 더 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동물은 생명인지라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안 좋거나 사육사의 판단에 따라 일찍 쉬게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동물원으로 몰린 많은 인파의 실망과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순간이었다.

먼 거리의 지방에서 온 일부 가족은 제대로 본 동물이 없다며 그 자리에서 화를 내기도 했다. 이쯤 되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람시간과 관람 가능한 동물에 대해 미리 고지를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폐쇄되어 있는 것 같았던 캥거루관(역시 캥거루는 보지 못했다), 한두 마리를 겨우 볼까 말까 했던 고릴라와 기린 등… 출발했던 마음과 달리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국 동물은 동물들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우리는 책이나 영상으로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위로를 건네며 씁쓸하게 동물원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기 힘들었다는 점 이외에도 너무 오래되고 낙후된 시스템과 시설물, 열악한 동물원 관리 상태는 몇몇의 외국인들과 마주쳤을 때 부끄러울 정도였다. 아마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웠거나 동물들의 전염병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여서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동물원도 이제 새 단장을 하고 어린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그것이 힘들다면 AR 동물원 같은 대안도 괜찮겠지만 일단 실제 동물을 만나기 위해 동물원을 찾은, 많은 동심을 충분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다음에 동물원을 찾았을 때는 인간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과 시설 등이 재정비 되어 있기를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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