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은 '갑', 학부모는 '을'... 말이 됩니까?
어린이집은 '갑', 학부모는 '을'... 말이 됩니까?
  • 기고 = 박수영
  • 승인 2013.03.05 09: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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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외에 대안 보육시설이 생겨나도록 지원해야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 2세 남아를 키우는 대한민국의 엄마입니다.

 

얼마 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럽의 육아보육정책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다룬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한 나라에서는 아이를 가진 산모에게 임신축하선물을 주는데 친정엄마가 준 것만큼 꼼꼼한 출산선물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 동화책, 겉싸개, 아이 내의, 겉옷, 장난감 등 아이가 태어나면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출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00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면 적어도 아이가 입을 옷, 아이 출산 시 필요한 물건들을 이렇게 나라에서 걱정 없이 챙겨준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산모들은 아이 태어나기 전에 산모들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일이 준비해야 합니다. 가족들이 선물로 챙겨주면 그것을 감사하게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산모 혼자 돈을 지불하며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보편화돼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결혼율은 높지만 출산율은 낮습니다. 그리고 노인 빈곤율도 자살률도 1위입니다. 좋은 것에서 높은 순위를 받고 싶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복지현실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랑 놀이터에서 숨바꼭질하면서 찍은 사진. 놀이터에 가면 예전같지 않게 아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영유아때부터 학원이다 각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데 이러한 사교육에서 부터 벗어나 진정한 공교육을 바탕으로 자율적 교육관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수영
아이랑 놀이터에서 숨바꼭질하면서 찍은 사진. 놀이터에 가면 예전같지 않게 아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영유아때부터 학원이다 각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데 이러한 사교육에서 부터 벗어나 진정한 공교육을 바탕으로 자율적 교육관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수영

 

지난 2012년도에 0~2세 무상보육을 했을 당시 많은 엄마들이 복지혜택을 입기 위해서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갑’, 학부모는 ‘을’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신문을 읽는데 한 독자가 올린 글을 보니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비를 과다 청구해서 민원을 제기했더니 민원이 제기된 후 과다 청구비는 해결됐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오지 못하도록 셔틀버스가 아이를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합니다. 학부모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그 글이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소양을 배우는 영유아이의 학습환경은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은 아직도 선진화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어린이집 급식위생상태에 대한 허점, 그리고 필요경비에 대한 과다청구, 보육료 허위청구, 맞벌이 부모들이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 일해야 하는데도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 엄마가 가정주부인 경우 아이를 일찍 데려가기를 선호하고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늦도록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가려 받아 학부모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복지의 초점이 복지서비스를 받는 주 대상인 학부모가 아니라 어느 특정 기관에 국한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해서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났듯이 이제 영유아 보육을 책임지는 보육기관에서도 대안 보육기관이 많이 생겨나고 그러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재원이 조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주변환경을 벗삼으면서 뛰어놀고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의식있는 학부모, 교사, 교육기관이 많아져야 우리의 교육의 미래를 밝아질 수 있다. ⓒ박수영
아이가 주변환경을 벗삼으면서 뛰어놀고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의식있는 학부모, 교사, 교육기관이 많아져야 우리의 교육의 미래를 밝아질 수 있다. ⓒ박수영

 

영유아 보육기관의 한 대안책으로 최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교육기관 중의 하나가 ‘공동육아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은 5인 이상만 모이면 설립이 매우 쉽기도 하지만 모두가 주인이 돼 출자금을 모으고 그것을 기반으로 보육시설을 임대하고 운영하고 교사를 고용하고 주체인 학부모가 회의를 거듭하면서 어린이집 경영의 투명화, 그리고 발전을 이야기하고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주인이 아닌 학부모, 영유아, 교사, 조합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영유아 보육기관의 단점을 파악하고 의식 있는 일부 엄마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품앗이 육아’를 하는 것을 자주 보곤 합니다. 비록 이것은 어떠한 설립이나 기관 인가를 통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인 품앗이 학문모임입니다.

 

이러한 품앗이 육아와 같은 자율적 모임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상보육이라는 제도 아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것만이 배우는 것이 아닌 개별적으로 영유아나 학부모가 원할 경우 엄마와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존중하는 품앗이 형태와 같은 자율적 모임도 인정을 해줘서 이들에게 장소제공, 혹은 교구제공 혹은 프로그램이나 전문가 지원을 통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품앗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은 장소제공에 어려움이 있어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장소를 빌려(주민센터 혹은 도서관) 자율적 모임을 운영하곤 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 교구와 장난감, 책 등이 있는 보육정보센터와 같은 기관의 장소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출산율이 높은 한 유럽국가에서는 이렇게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이 아이의 성향에 따라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 부모가 맞벌이하는 경우 2~3명이 그룹을 지어 위탁부모를 연결해주고 위탁부모와 집에서 다양한 놀이, 학습을 통한 홈스쿨을 하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탁부모의 심리상태, 스트레스관리, 육아하면서 에로사항 등을 기관에 모여서 전문가와 상담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사후관리까지 완벽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고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좋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곳에 교육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4살임에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보류했습니다. 보육은 무엇보다도 제가 그동안 공부하고 현장에서 갈증을 느꼈던 제 전공 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봐왔던 보육의 환경은 비단 교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기도 했지만 아이들 역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공부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다수의 어린이집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상적으로 엄마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어린이집도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집의 운영자와 교사도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보육의 현실은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고 이러한 대안학교를 자원에서 입학시키고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공교육이란 공통분모 속에서 똑같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때론 자율과 개성이 존중되는 대안학교가 많은 학부모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고 수요가 있는 것처럼 영유아 보육시설에도 ‘대안 보육시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대안 보육시설은 최근에 생겨나고 있는 생태와 자연을 주제로 한 어린이집, 아이의 특성과 재능을 살려주는 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1:5인 이상적인 어린이집,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모두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 어린이집, 아이의 애착형성을 도와주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등원해서 만들어가는 품앗이 어린이집 등 다양한 성격과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 보육시설에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국공립, 민간, 법인, 가정, 공공형, 직장형 등 국가에서 관리체계하에 만들어진 어린이집이 있다면 어린이집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보육시설이 많이 생겨나고 이를 지지하는 정부의 협조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학부모 입장에서 강력하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정부의 입장과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식을 비위생적으로 해서 적발된 어린이집, 어린이집 필요경비를 정부가 기준한 것과 달리 과다 청구한 어린이집, 어린이집에 민원을 제기하면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는 어린이집, 영유아를 가려 받는 어린이집 등 불미스러운 사항이 생길 경우 관련자의 민원제보 및 증거물을 접수할 수 있는 ‘열린 보육시설 운영 민원센터’를 따로 운영했으면 합니다.

 

학부모의 불편사항 및 민원을 실시간을 접수하고 관할구의 보육담당 공무원이 확인하고 사실임에 판명이 나면 어린이집을 10년 이상 무기한 운영할 수 없게끔 강력히 제지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이렇게 적발이 됐어도 정확하게 짚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집에서 해이하게 운영하는 면이 일부 있다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학부모를 대변하고 어린이집에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구성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모범적으로 운영을 잘하는 어린이집에게는 정부지원 확대를 해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구나 각종 현장체험학습 등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었으면 합니다. 잘한 것은 표창하고 못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제재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야말로 보육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필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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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2013-03-23 00:53:00

우리어린이집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 많은 것을 결정하게 하던데요. 특별활동도 학부모들이 OT때 선택하고, 또 보육비와 재무상태도 설명해 주시던데, 보육비는 우리부모들이 가지

qkrdbs**** 2013-03-06 04:57:00
어린이집 배가 불렀어요~
전 차라리 어린이집에 지원하지말고 부모한테 지원해줬음 좋겠어요 ㅡㅡ

euikw**** 2013-03-05 15:17:00
nn
내 아이에게 해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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