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나들이는 꼭 '예술의전당'으로 가셔야 합니다
6월 나들이는 꼭 '예술의전당'으로 가셔야 합니다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3.06.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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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엄마 혼자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즐기고 온 날

어쩐지 주말에는 온 식구가 ‘함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같이 있다 보면 좋을 때보다 지칠 때가 많다. 아침 겸 점심도 먹어야 하고 저녁도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집에 있으니 빨래, 청소기, 옷 정리 등 뭐라도 하게 되어서다. 쉬고 싶은 데 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초6, 고1 아이들은 각자 할 일로 제 방에서 나오지 않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남편은 소파에서 벗어날 마음이 없어 보인다. MBTI에서 E를 맡고 있는 나는(다른 가족은 모두 I성향이다) 며칠 산책 못 나간 강아지처럼 산책이 마렵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런 주말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이번주를 지난주와 절대 똑같이 보내고 싶지 않다’를 다짐하게 된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게 된 건 그 때문이다. 대문 화면을 보고 멈칫했다. ‘어머, 교향악 축제를 올해는 6월에 하는구나!’ 2021년부터 해 온 일 년 루틴 중 하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에 가는 것. 올해는 4월이 아니고 6월에 한단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4월에 하게 될 예정이라고. 올해는 전국 17개 교향악단이 참가하고, 교향악 축제는 오는 25일까지 총 17회에 걸쳐 진행된다.

2023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최은경
2023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최은경

내가 교향악축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야외에서도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자세로 함께 간 지인들과 대화도 하며 들을 수 있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지다.  공연장을 답답해하는 큰아이와도 몇 번 가서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봄밤을 즐길 수 있는 나름의 이벤트였다.

올해는 나만 가기로 한다. 왜? 표를 구했으니까. 그것도 단돈 만 원으로. 비록 3층 좌석 사이드 좌석의 맨 끝 자리지만 상관없다. 공연 볼 때 좌석이 중요하단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자리는 그저 '거들 뿐'. 예술의 전당에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을 거니까. 또, 교향악 축제는 대기업 한화와 함께 하기 때문에 입장권이 저렴한 편이다. 좌석에 따라 1만 원부터 최대 5만 원까지 있다.

가족들이 가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은 해본다. 

“너희들 엄마랑 음악회 갈래?” 

“아니~.” 

그래, 내 돈 굳었다. 주말에 운전하는 거 싫어하고 서울 운전은 특히 더 싫어하는 남편에게는 묻지도 않았다. 음악회보다 텔레비전을 더 좋아하는 거 아니까. 그렇게 훌훌 가족들을 털어내고 버스에 오르니 절로 나오는 말, 오매 좋은 거.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3층 관람석. 생각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날 연주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의 협연이었다.  ⓒ최은경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3층 관람석. 생각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날 연주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의 협연이었다.  ⓒ최은경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3층 관람석. 생각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운드는 좀 아쉬웠다. 확실히 1층보다는 덜 웅장하게 들리는 듯했다. 이날 연주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의 협연이었다. 

프로그램 순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 단조 Op.37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5번 B플랫 장조 Op.100. 이날 내가 꼽은 클라이맥스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이 끝나고 시작된 존 오코너의 앙코르 곡이 아니었나 싶다. 베토벤 비창 2악장. 40년 거장다운 연주였다. 첫 음을 치자마자 내 눈에서 물줄기를 뽑아냈으니 그 감동을 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건 위로도 뭐도 아닌 그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의 마음을 때리는 그 한 음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글로 비유하면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그 한 문장의 비결에 대한 궁금증일지도. 음악은 모르겠지만 글은 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그리고 많이 읽는 것. 음악도 마찬가지일까?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주하고 많이 듣는 것. 그 노력에서 자신만의 감성이 나오는 것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터미션이 끝나고 프로코피예프 교향곡이 연주되는 내내 내 눈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타악기 연주자였다. 무대 위에는 한 시도 쉴 틈이 없어 보이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는데 무대의 왼쪽 가장 구석진 자리를 책임지고 있던 탐탐(거대한 징처럼 생겼다) 연주자가 그랬다. 마치 이런 연주를 하는 내가 없으면 음악회의 어떤 클라이맥스도 없다는 듯 당당하고 거침없는 소리를 내던 악기와 그 연주자.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면 조용히 일어나 엄청난 소리로 곡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오케스트라에서 어느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장면이었다. 나아가 어디에나 그런 존재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조용히 자신만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수십수백 수천 번의 노력을 하고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더라. 

공연을 마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박수 세례를 지켜보며 문득,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아이도 '끝이 주는 감동'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을 텐데 그 일의 끝에서 감동을 받거나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엄청 근사한 일이 아닐까. 이 연주자들처럼 말이다. 

물론 때로 수천 번의 타건이나, 수천 번의 활질, 수만 번의 스틱질을 해서 뭐하나 싶을 때도 있을 거다. 당연히 그럴 거다. 하지만 그런 시간조차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나도 내 시간을 쌓으면서 더 진하게 알아가는 중이다. 연주가 끝나고 “브라보”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 감동적인 순간을 내 아이도 경험해 봤으면 하는 건 그때문이다. 성실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 엄마로서 자연스럽게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감정이었다.

지하 1층 부스를 그냥 지나치면 손해다. 참여하는 교향악단 소개, 프로그램 안내와 함께 미리듣기를 할 수 있게 해두었다. ⓒ최은경
지하 1층 부스를 그냥 지나치면 손해다. 참여하는 교향악단 소개, 프로그램 안내와 함께 미리듣기를 할 수 있게 해두었다. ⓒ최은경

이번 교향악을 좀 더 잘 즐기고 싶다면 두 가지. 첫째. 공연 15분 전 좌석에 앉자. 공연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해설하며 이해를 돕는 프리렉처 시간이 있다.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다.

둘째. 음악당 지하에 교향악 미리보기 부스를 설치해 두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참여하는 교향악단 소개, 프로그램 안내와 함께 미리듣기를 할 수 있게 해두었다. 곡을 들어보고 다음 연주회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곡을 들을 때 몰입감은 배가 되기 마련이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을 거리와 관련한 팁을 주면 나는 이렇다. 예술의 전당에는 테라로사 지점이 있다. 커피를 산 뒤 샌드위치(CJ토월극장 안에 있는 니나스 추천)를 하나 사서 야외에서 먹어보자. 주변에 빈 테이블과 의자가 많지만 분위기를 더 내고 싶다면 피크닉용 돗자리 하나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 특히 야외에서 공연보시는 분들이라면 돗자리는 필수 아이템. 게다가 지금은 음악 분수쇼를 하는 기간이니 더 말해 뭐해.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걸어서 천천히 사당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좋겠다(30분 정도 소요). 주말의 경우는 대략 오후 7시 정도인데 운이 좋으면서 해지는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다. 사진으로도 담기지 않는 핑크빛 노을을 만난 나는 이날 횡재한 기분이었다. 없던 감정도 생기는 그런 길이니 사랑하는 이와 꼭 한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혼자도 충분히 좋다.

예술의 전당 설계자 건축가 김석철은 말했다. "예술의 전당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절로 가게 되는 거리, 그런 마을 그 자체여야 한다"라고, 교향악 축제는 25일까지이니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가지 않고는 못 견딜 거다. 

교향악을 1만 원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2023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최은경
교향악을 1만 원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2023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최은경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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