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생활 속에서의 불편함을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아이 가진 걸 알면서부터 전 엄마였습니다. 법적으로 갓 5주가 된 태아는 한 인격체로 보지 않겠지만 아이를 품게 된 걸 아는 순간 엄마가 되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법적으로도 보호받았으면 좋겠어요.
한 생명이 내 몸에 있다니 정말 신기하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거 같기에 더 조심하고 신경 쓰게 됩니다. 차를 탈 때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내가 임신부인 걸 사람들은 모릅니다. 나만 조심해야 해요. 누군가 와서 무심코 건들거나 치고 지나가면 신경질이 확 나요. 특히 대중교통 이용 시 앉고 싶은데 자리도 없고 내가 임신부라도 양보해줄 리 만무하죠.
원래 임신 초기 때 더 조심해야 해요. 아이가 자궁벽에 포스트잇과 같이 붙어있을 시기니까요. 소중하게 얻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스트레스 받으며 아이를 먼저 지키죠. 욕을 들어도요. 또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 앉으려고 해도 초기엔 티도 안 나니 앉아있으면 눈총 받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혼내고요. 정말 서럽죠. 그런데 그건 중기나 후기 때도 마찬가지예요. 배가 남산만 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요.
임신 사실을 알고부터 자가용에 아이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붙였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아저씨들은 여성 운전자라며 그냥 막 경적을 울려대죠. 아이를 출산하고도 카시트에 태워 조심히 운전하고 있으면 가리지 않고 마구 빵빵대요. 정말 그 자리에서 차 세우고 한판 붙고 싶은 심정이죠.
그리고 유모차 끌고 다니려 해도 계단으로만 된 곳이 많고 수유실이나 아이 기저귀 갈만한 곳이 없거나 아주 지저분해요. 악취 나는 화장실에서 아이 기저귀 갈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게다가 한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바람 불면 아이에게 오는데 걸어 다니면서 피질 않나. 인도로 유모차 끌고 가는데 차에서 불씨도 끄지도 않고 담배꽁초를 던지질 않나. 정말 아이 데리고 다니면서 아찔한 순간이 많아요.
그러니 제발 담배만큼은 강하게 단속했으면 좋겠어요. 술이나 담배도 기호식품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는 술과 담배에 너무 관대한 거 같아요. 정말 임신부와 아이엄마들에게 배려 없는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인 거 같아요.
몇 년 전 화두가 되었던 지하철에서 아이 만지지 말라고 할머니와 싸움 났던 기사가 떠오르네요. 그땐 제가 결혼 전이라 그 아줌마 좀 심하다 싶었는데 아이 키워보니 조금은 이해가 가요.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는 것, 한참 손 빠는 아이에게 손에 뽀뽀하는 것, 그리고 어른이 먹다가 아이에게 주는 것(어른의 충치균이 옮거든요.), 화장 진하게 하시고는 아이 볼에 볼을 비비는 것 등.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아이 발진도 금방 일어나고 피부 트러블도 쉽게 생기는데 아이에겐 없는 면역력을 모르시고 함부로 하시는 거 보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돌 전 아이에게 조미료 팍팍 들어간 짭짤한 과자 먹이려 하시는 거 정말 아찔하죠. 안 된다고 하면 별난 엄마 되는 거고요. 정말 아이에게 신경 쓰랴, 주변 환경 신경 쓰랴 엄마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네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은 사람들의 인식과 고정관념을 바꾸는 캠페인부터 시작하여 공익광고 등 가리지 않고 홍보하고 계몽하고 인지시키고 필요하다면 법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인권이요? 그럼 안 피는 사람들의 인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중심을 잡고 사람들의 인식과 고정관념을 바꾼다면 정책도 바뀌고 법도 바뀌고 좋은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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