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되면 둘째, 셋째 낳을 수 있죠"
"로또 당첨되면 둘째, 셋째 낳을 수 있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3.10 19:2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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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꿈도 못꾸는 워킹맘 강세희 씨의 삶

대한민국 워킹맘 580만 명 시대. 일과 가정을 함께 책임지는 워킹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에 서둘러 아이를 챙겨 유치원에 보낸 뒤 부리나케 직장으로 달려가느라 정신없다. 일하다말고 유치원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라도 받으면 하루 종일 정신은 아이 건강에 가있으면서도 당장 직장을 박차고 유치원으로 달려 나가지 못하는 엄마들이다. 퇴근시간 ‘땡’하면 발에 불이 나듯 유치원으로 향하는 이들. 워킹맘들은 자녀 둘을 갖는 건 상상도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말을 몸소 실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세희(35·경기도 광명시 거주) 씨도 그런 워킹맘 중 하나다. 지난 6일 서울시 화곡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씨는 “감기 기운에 좋은 차가 뭐죠?”라며 카페 주인에게 따뜻한 차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로즈마리차를 추천받고 자리에 앉은 그녀의 입술 주변이 부르터 있었다. “아이 키우느라 피곤해서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웃는 그녀는 딸 하나에 모든 사랑을 쏟는 열혈엄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치과병원에서 치위생사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 씨는 “원래 아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 일하는 곳도 소아전문치과”라고 말했다. 경력 10년으로 직장에선 어느 정도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강 씨지만 올해 6년째에 접어든 육아는 여전히 힘든 눈치였다.

 

“6시 '땡' 하면 유치원에 있을 아이를 찾기 위해 뛰어나간다. 길에서 허비하는 단 1분도 아깝다”는 강 씨는 매일같이 버스시간 정보가 나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의 유치원으로 향하는 652번 스의 위치를 확인하고 발에 불이 나듯 버스정류소로 향한다. 2년 전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유도 버스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루 종일 목 빠져라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딸을 생각하면 정말 '단 1분'도 아까운 그녀다.

 

강 씨는 하루 종일 보지 못한 딸을 유치원에서 만나면 그토록 반가울 수 없다. 아이 유치원을 집 근처인 광명시가 아닌, 서울 구로구 소재로 선택한 것도 좀 더 빨리 아이를 찾기 위해 짜낸 생각이었다.

 

강 씨는 “아이 유치원이 직장과 집 사이에 있어 퇴근 후 픽업하고 바로 집으로 가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단 십분이라도 빨리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다면, 지역이 달라 유치원 차량운행 지원을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매일 아침, 저녁 걸어서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수고도 상관없었다.

 

한 자녀만 키우며 살겠다는 워킹맘 강세희 씨가 서울 구로구 한 유치원에서 여섯 살배기 딸 아이와 만나 귀가하면서 들른 문구점에서 스티커를 고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 자녀만 키우며 살겠다는 워킹맘 강세희 씨가 서울 구로구 한 유치원에서 여섯 살배기 딸 아이와 만나 귀가하면서 들른 문구점에서 스티커를 고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출산 후 8개월 뒤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 강 씨. 그녀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던 친정엄마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24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어린이집 종일반엔 강 씨 딸아이밖에 없었다. 아이를 맡긴 첫날,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홀로 앉아 있는 딸의 뒷모습을 보고 강 씨는 펑펑 울었다. “지금 유치원은 종일반 아이가 3명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아이를 찾아 저녁 7시가 넘어 귀가하면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3시간동안 저녁 먹이고 씻고 놀아주고 책읽어주며 하루를 마감한다. 강 씨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출근 전인 낮 시간동안 설거지, 청소 등을 하는 편이라 그나마 낫지만, 모든 생활이 아이에게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오후 4시쯤 출근해 밤 12시가 돼서야 들어오기 때문에 세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은 일요일뿐이다.

 

이런 생활의 반복 속에 강 씨 부부는 둘째를 낳겠다는 꿈을 접은 지 오래다. 강 씨는 “보통 첫째를 낳고 둘째를 계획하게 되는데 그 시기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됐기 때문에 둘째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딸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육아휴직을 낼 생각도 못한 채 직장을 나왔다. 당시 직장에서는 ‘바로 임신하지 않는다’는 구두상의 조항이 있었다. 강 씨가 입사한 시점은 2005년 11월, 바로는 아니었지만 몇 개월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 당시 강 씨는 임신 사실을 직장에 알리지 못한 채 일을 하다 유산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지금의 딸 아이를 임신했다. 숨어서 졸다 걸리기를 다반사, 입덧까지 심해 고생하다 결국 직장을 포기했다.

 

강 씨는 “여자들은 결혼과 출산이 직장생활의 전환점이 된다. 둘째를 갖는다는 건 일을 그만둬야 함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씨는 “아이가 종일반에 남아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 하나만 낳고 이 아이에게 올인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로또에 당첨된다면 둘째 셋째 다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올 수 있길 바라며 일한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집 장만을 하고, 경제적인 기반을 갖추고 싶은 생각으로 강 씨와 남편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엄마가 일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딸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자라 형제 없이 외로울 걸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이 아빠는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고 한다. 좀 더 일찍 낳아서 더 많이 해주고, 커서 외롭지 않게 형제도 낳아줘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늘 그런다.”

 

강 씨도 아이에게 다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자책한다고. 바쁜 일상에 “빨리빨리라는 말이 입에 뱄다”는 강 씨는 “아이 눈높이에서 다 기다려주고 싶은데 일에 쫓기는 엄마라 그게 안돼 너무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혹시라도 부족한 사랑일까 싶은 마음에 일요일이면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놀러 다닌다. 평일엔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없는 세 가족이기에 강 씨 부부는 일요일만은 딸을 위한 날로 정하자고 약속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도 “이 시기는 다신 오지 않는다”며 일요일 영업을 접은 지 오래다.

 

직장일로 쌓인 피로를 풀 생각보다도 일주일 단 하루, 아이에게 콧바람을 쐬어주는 게 먼저라는 마음으로 놀이동산, 공원 등을 매주 나간다. 주말을 제일 좋아하는 딸을 보면 그저 뿌듯할 뿐이다.

 

강 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밝은 아이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3주째를 맞는 가운데, 강 씨가 원하는 육아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강 씨는 “주 5일 근무를 할 수 없는 엄마 근로자에게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간에 하루 쉴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강 씨는 “아이가 아플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엄마들은 작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선생님께 해열제를 먹여달라고 한 뒤, 퇴근 후 야간 진료소아과에 데리고 가는 것”이라며 “엄마들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보육도우미 서비스를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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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asld**** 2013-03-12 09:00:00

인생에 두가지 기회가 있는것 같

tarz**** 2013-03-12 08:36:00

로또만이 살

pe**** 2013-03-11 19:39:00

육아에 드는 비용이 정

s**** 2013-03-11 19:08:00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정말 둘째를 가지고 싶어도 어떻게 키우나라는 걱정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아마도 저뿐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럴거

jhwa**** 2013-03-11 11:29:00

육아맘의 고된 하루가 정말 와닿네요
아이를 더 낳고 싶지만 녹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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