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키우는 싱글맘의 간절한 호소
두 딸 키우는 싱글맘의 간절한 호소
  • 기고 = 윤지회
  • 승인 2013.03.20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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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이라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한부모가정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 아이들과 그 아이를 혼자 열심히 품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키워가는 부모님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습니다. 생활이 넉넉하고 빚이 없다면 혼자서 어린 아이 하나, 둘 키우는 건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돈 한 푼 없이 여기저기 대출로 시작한 작은 분식집이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마어마한 빚이 되어 당장에라도 먹을 것을 걱정하고 잠잘 곳을 걱정해야 되는 형편입니다. 처음 여성가족부에서 여성가장으로 가게 보증금 3000만 원을 연 3%에 빌려줬고 가게 수리와 자재비를 빌려 힘들게 가게를 마련했습니다.

 

가게 마련 전 저는 정말 힘들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이 봐줄 사람 없이 갓돌이 지난 아이와 만 3살인 큰아이를 맡기고 저처럼 학력도 보잘것없고 자격증도 경력도 없는 사람에게 취직이란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을 듣고 외면하고 면접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근무에 지장을 준다고요. 그리하여 저는 7개월간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곳에서 퇴짜를 맞고 힘들게 시작해본 가게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6개월 뒤 저는 강제로 가게 문을 닫아야 되는 현실에 놓였습니다.

 

늘어난 빚을 감당 못하고 개인 회생을 작년 9월 말 진행하면서 보증금 대출해준 곳에서는 더 이상 연장이 불가하답니다. 신용이 안 좋다는 이유로요. 없는 살림에 여기저기 빚을 지면서 시작한 가게인데 이렇게 신용이 안 좋다는 이유로 저희 세 식구의 생계인 가게를 문 닫아야 된다면 정말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지…. 과연 어디에서 어린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주는 걸까요?

 

한 달 여자 월급 120만 원 정도라 보면 사립유치원이기에 지원되는 것 빼고 47만 원, 거기에 9만 7000원씩 매달 교육비, 유치원에서 하는 영어 20만 원, 작은아이 어린이집 활동비 8만 원, 집 월세 55만 원, 관리비랑 전기 가스요금 20만 원, 통신비 17만 원, 그리고 추가로 하루 2~3시간씩 집에서 돌봐주는 돌보미를 이용한다면 한 달 월급 120만 원으로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어린 아이들 버리지 않고 살아가려고 바동거리는 데 개인회생 했다는 이유로 신용이 안 좋아서 연장이 안 된다니요. 개인회생 했어도 다달이 갚아 나가야 될 것은 꾸준히 있는데. 그럼 진작부터 중간에 재계약을 원할시 신용이 안 좋으면 안 된다고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없는 돈 있는 돈 모아서 몇천만 원이 넘는 돈으로 가게를 준비하진 않았겠죠. 차라리 그 돈으로 월급 120만 원 받으며 아이들을 키웠을 텐데요.

 

우리나라에는 한부모가 되어 아이를 힘들게 키워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치원은 턱없이 부족하여 비싼 사립을 보내게 되고 그러면서 한 달 월급에 4분에 1이 유치원비로 빠지는 실적입니다. 그러다 보면 늘어나는 건 개인 빚과 사채입니다.

 

한부모 밑에서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빚에 허덕이는 부모를 보면서 어린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자라날 수 있을까요? 지금 저희 아이들은 무더운 여름에는 밖 온도보다 더 높고 아파도 제대로 된 난방시설 없는 가게에서 힘들어하고 추운 겨울에는 가만히 서 있어도 손발이 꽁꽁 얼고 얼굴이 차가운 곳에서 지내면서 감기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늦은시간 제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까지 하루 5~6시간가량 어린 두 딸은 고생하며 제 곁에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한부모가정 지원도 못 받는 실정입니다. 동사무소에서 자격 조건이 안 된다는 겁니다. 애들 아빠는 11개월 가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 두 딸은 아빠가 병원에서 많이 아픈 줄 알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듣고 싶고 보고 싶어서 매일같이 찾고 혼자 아빠랑 대화하며 놀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빚에 밀린 집 월세, 가게 월세, 공과금, 큰아이 유치원비까지 지금 저희는 700만 원가량이 없어 쫓겨날 시기가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릅니다.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어린 자녀들은 빚쟁이들이 아침 8시부터 찾아와 두려움에 떨며 지낸 시간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누군가가 찾아오면 우선은 겁부터 먹고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힘들게 한부모 밑에서 자라나는 미취학 아동 어린 자녀들이 부모에 빚으로 고통받지 않고 힘들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린 아이들만이라도 제대로 먹고 입고 다닐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금 저희 아이들은 하루 한 가지 반찬 김, 계란 아니면 라면입니다. 라면도 비싸서 그냥 국수를 삶아서 국수만 먹기도 합니다. 신발이 작아 추운 겨울 발이 꽁꽁 얼어도 신발도 못 사고 잠바도 없어서 겨우내 잠바 하나로 살았습니다. 정말 절실하고 절실합니다.

 

아이들과 정말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이 몇 번입니다. 살려주세요. 보고 있으면 가슴 시리고 그리움에 벌써부터 눈물짓고 돈이 뭔지 모르는 아직은 너무도 밝고 부모에 울타리에서 밝게 자라야 될 어린 천사들입니다. 이런 천사들에게 못난 엄마가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생계를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신용이란 이유로 그 생계를 파괴하지 말아 주세요. 어린 아이들까지 고생시켜가며 그래도 힘들게 지켜가는 일자리입니다. 당장 오늘내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밀린 월세로 쫓겨날 위기에서도 저는 어린 두 아이 위해 그래도 살아갑니다. 못난 엄마 만나 고생하고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로 인해서요. 부디 이 세상에 가진 거 없고 능력 없는 한부모가 그래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키워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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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wa**** 2013-03-21 11:02:00

에구 맞벌이도 키우기 힘든데..
혼자서 두딸을 키운다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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