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 낳는 것이 아니라 못 낳는 것”
“아이 안 낳는 것이 아니라 못 낳는 것”
  • 기고 = 양선미
  • 승인 2013.03.19 15: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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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 키우는 워킹맘이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연애 7년 후 결혼한 결혼 5년차 직장맘 입니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친정엄마가 키워주신다고 해서 엄마만 믿고 아이를 가졌어요. 아이가 태어날 즈음에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두 달 후 즈음에 엄마가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산후조리나 육아뿐만 아니라 내 인생 전체가 흔들려 버렸지요.

 

급한 대로 아이는 시댁에 한 달쯤 맡겼다가 집으로 데려와 결국 도우미를 쓰게 됐죠. 연고지가 아닌 곳에 직장을 두고 있는 맞벌이 부부라 도우미를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이와 계속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아서요.

 

엄마 병간호도 해야 하는데 회사에는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도 내지 못했어요. 법으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지만 사실상 휴직을 쓰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거죠.

 

지금 후회되는 건 그때 휴직을 쓰던지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를 간호했다면 엄마가 살아계시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휴직 쓰면 책상 빠진다고 말하던 직장상사가 복직 후에 “난 네가 휴직 쓸 줄 알았다”고 말할 땐 지금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엄마는 아이 돌도 못 보시고 병원에 입원한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엄마 잃은 맘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회사 업무가 많아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했죠. 연고지가 없는 타향에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도우미 구하기도 쉽지 않고 어린이집은 3개월간 아이 맡아 줄 곳이 흔하지 않았으며 출퇴근 시간에 맞는 어린이집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지요.

 

전세금 마련할 돈이 없어서 오히려 금리가 낮은 것을 이유로 집을 매매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월세 아닌 월세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고요. 겨우 어린이집을 구해서 아이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지냈는데 보육료 지원이 되면서 전업주부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많이 몰리더군요.

 

맞벌이 부부도 아이를 더 낳아 키우고 싶지만 못 낳는 형편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직장어린이집을 늘리고 탄력적으로 회사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주세요. ⓒ양선미
맞벌이 부부도 아이를 더 낳아 키우고 싶지만 못 낳는 형편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직장어린이집을 늘리고 탄력적으로 회사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주세요. ⓒ양선미

 

평소에도 6시 넘으면 아이들이 하원해서 우리 아이만 남아 있었는데 보육료 지원된 후론 5시만 되도 원에 아이가 없어요. 전업주부 아이들은 9~10시에 등원해서 3~4시에 하원합니다. 직장맘의 아이들은 원에 한두 명 정도밖에 없고요. 우리 아이 때문에 원 선생님이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니까 아이 데리러 갈 때 어찌나 마음이 무거운지 몰라요.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울 여건이 정말 안 됩니다. 유치원은 9시~4시, 5시까지니까 아침, 저녁으로 도우미를 또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요. 나중에 초등학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아이가 어쩌다 아프기라도 하면 휴가 쓰고 어린이집으로 쫓아가야 하고요. 회사에서 일도 많은데 어린이집 가정학습기간이 되면 교대로 휴가 내고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런저런 명목으로 어린이집에서 가정학습기간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전업주부들의 아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맞벌이 부부 아이들은 어쩌란 건지 전혀 배려를 안 한 처사 같습니다.

 

연고도 없는 저희 부부는 무조건 회사 눈치 보면서 교대로 휴가 쓰면서 아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크면 외로울 것 같아서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지만 아이 키울 엄두가 나질 않아서 미루고 있다 보니 어느덧 큰애가 4살이 되었네요.

 

맞벌이 부부도 아이를 더 낳아 키우고 싶습니다. 도우미가 필요한 건 맞벌이 부부인데 소득이 초과라서 정부에선 지원 해주지 않네요. 소득만 보지 마시고 빚도 반영해 주셔야죠. 한 사람 버는 건 다 은행으로 나가는데요. 아이를 안 낳고 싶어서 안 낳는 것이 아니라 못 낳는 겁니다.

 

강제적으로 탄력 근무제를 운영해 주시던지 야근을 주 몇 회 이상 못하게 해주세요. 신랑은 매일 야근해서 얼굴 보기도 힘들고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아이 등하원시킬 시간과 맞지 않고 직장맘 혼자서 회사, 육아, 집안일 모두 하기엔 너무 힘든 게 현실인데 어떻게 아이를 또 낳을 수 있겠습니까.

 

법적으로 만든다고 회사에서 시행하지 않습니다. 더 강제적인 벌금을 부과한다든지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세요. 회사에서 지역에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었다지만 그 지역에 회사 계열사 직원의 자녀 대비 그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아이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허울만 좋아 보이는 거지 혜택을 누리는 아이는 몇 안 될 겁니다.

 

어린이집 위치도 외곽에 있어 직장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이사를 해야 하지요. 직장어린이집 규모도 직원 수 대비 적정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면에서 아이 키우기 힘든 이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출산율은 계속 낮아질 것입니다. 겉보기에만 좋은 정책이 아닌 현실 반영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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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2013-03-19 16:24:00

괜히 울컥해지는 내용이네요..
대한민국은 워킹맘이 아닌 슈퍼맘이 맞는 표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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