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사실 난 잘 몰랐다. 아이를 세상에 내어 놓을 때 그 엄마가 겪는 고통과 아이를 키운다는 무게를 몰랐다.
'놀자' 엄마가 산통을 겪으며 병원에 입원한 새벽에 산통을 겪는 아내를 두고 난 수영을 다녀오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산통이 지루해 병원 주변 산책도 다녀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참 못된 남편이라고 생각할듯하다. 맞다. 내가 참 황당하고도 못난 놈이었음을 인정한다.) 남자인 난 아이를 낳는 고통을 모른다. 그리고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이 험한 세상에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내가 그 생명의 자라남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또한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그리 따뜻하지 않은데 굳이 태어나게 해서 여러 가지 세상의 아픔을 안겨줘야 하나 뭐 이런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은 긴박한 찰나였고 그 순간 난 생명의 신비감, 환희 비슷한 감정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아이의 출산 순간을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난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는 것을, 그 책임감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아이가 사람 사는 이치와 세상에 대해 눈뜰 때, 좋은 아빠이고 싶고 세상은 좀 더 나아져 있길 바랄 뿐이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