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 헤어지는 커플, 왜 많아졌을까
신혼 때 헤어지는 커플, 왜 많아졌을까
  • 신세연 기자
  • 승인 2013.05.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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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교수 "결혼에 대한 충분한 준비 안됐기 때문"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이혼통계를 보면 이혼한 열 커플 중 세 커플은 결혼한 지 4년 미만인 커플이었다. 2012년 전체 이혼한 커플 중 결혼 0~4년 차 커플의 비중이 24.7%를 차지한 것. 서로 뜨겁게 사랑해 평생 부부로 살기로 약속하고, 적게는 수천 만 원, 크게는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결혼했는데 어째서 4년도 채우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것일까?

 

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카페에서 만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가족복지학과 박정윤 교수는 “신혼기 이혼의 가장 큰 요인은 결혼하는 두 사람이 결혼 전, 결혼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결혼 전부터 서로 다른 점을 잘 알고, 갈등이 생겼을 때 풀어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혼기 이혼, 왜 많을까?

 

박 교수는 신혼기 이혼 증가의 첫 번째 요인으로 연애 혼의 증가를 꼽았다. 박 교수는 “과거 중매 혼은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이었다. 요즘은 대부분 연애 혼이다. 연애 혼은 가족 간의 결합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와 정서적 결합을 더 중요시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두 사람 간의 관계를 지속하는 힘이 없어지면 혼인관계가 깨어진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결혼은 했지만 부모로부터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독립하지 못하는 이 시대 젊은 부부의 사고방식도 신혼기 이혼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만큼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헬리콥터 맘도 문제다.

 

박 교수는 “결혼은 자식과 부모 간에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독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부부들은 결혼해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비용도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 후에도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는 배우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힘이 없다.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한 어른들은 자녀 부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개입한다. 양가 어른들이 두 사람의 갈등에 개입하면서 두 사람의 혼인은 끝내 파경에 이르고 만다. 결혼한 자녀는 반드시 정서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독립시켜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당신은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가?

 

박 교수는 신혼기 이혼을 예방하기 위해서 결혼 전 나 스스로와 상대에게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혼할 나이가 됐으니까, 집에서 결혼을 독촉하니까,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니까, 애인을 오래 만났으니까, 애인이 결혼상대자로 나쁘지 않으니까 등의 이유로 결혼하면 절대 안 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남들 다 하는 결혼이니까 나도 해야지’하는 사회적 동기로 결혼한다. 그러나 이렇게 결혼하고 나면 뒤돌아 ‘그게 그렇게 결혼하기에 절박한 이유였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결혼이 성립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하기 전, 스스로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결혼 비용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결혼하기 위해서는 자제력이 필요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힘도 필요하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과 자기나 타인에 대한 수용 능력도 필요하며 인격적 성숙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전체 이혼 커플 중 세 커플이 결혼 4년 미만의 신혼부부였다. 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카페에서 만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가족복지학과 박정윤 교수는 “신혼기 이혼의 특징은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서로 다른 부분을 체크하고, 그 간극을 줄이려 노력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세연 기자 ss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전체 이혼 커플 중 세 커플이 결혼 4년 미만의 신혼부부였다. 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카페에서 만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가족복지학과 박정윤 교수는 “신혼기 이혼의 특징은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서로 다른 부분을 체크하고, 그 간극을 줄이려 노력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세연 기자 ss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결혼은 사랑의 완성 아닌, 사랑의 과정

 

만약 스스로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 성숙함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결혼할 준비가 안 됐다면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박 교수는 “상대나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포인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풀어 가느냐의 과정이다.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고치려고 하기보다 나부터 건강한 나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결혼이 사랑의 ‘도착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박 교수는 “사람들은 결혼하면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노력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사람은 끝없이 변한다. 나이를 먹고,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이 달라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배우자도 변한다. 결혼은 살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애정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결혼 전 반드시 상대와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체크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결혼관, 자녀관, 경제관이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막상 결혼하면 좋아하는 TV 채널, 집안 적정 온도, 치약 짜는 위치 등 정말 사소한 것들로 갈등이 생긴다”며 “결혼 전 서로 얼마나 다른지 알고, 다른 취향을 어떻게 조절하고, 극복할 것인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른 것을 미리 알고 간극을 좁혀 미리 예방하는 것이 부부 간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힘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 의사소통, 성, 재테크 등 결혼 전부터 교육 필요

 

박 교수는 최근 서울시와 서울특별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함께하는 ‘우리 결혼할까요? - 예비부부교실’ 프로젝트 책임연구자로 참여해 커리큘럼을 기획했다. 3~4강으로 구성된 예비부부교실은 서울시 시민청과 각 구청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11일과 25일에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가수 션의 특강(11일/1강)을 시작으로 총 3강(25일/2강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 3강 TVN 박상훈 재무설계사 팀장)에 걸쳐 예비부부교실이 열릴 예정이다. 시민청 예비부부교실 참가 신청은 서울특별시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http://family.seoul.go.kr)나 전화(02-318-0227)로 할 수 있다. 각 구청 건강가족지원센터 예비부부교실 일정은 구청 건강가족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부교실은 남녀 차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갈등이 생겨서 화가 날 때 분노를 조절하는 법, 화해하기 위한 의사소통법에 대한 교육과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부부간에 필요한 성교육, 신혼부부 재테크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끝으로 박 교수는 “결혼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허니문을 떠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결혼은 인생의 큰 중대사고,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정말로 내가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지, 상대는 결혼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신혼기 이혼의 특징은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서로 다른 부분을 체크하고, 그 간극을 줄이려 노력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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