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분담한다고 양성평등 부부 되나요?
가사분담한다고 양성평등 부부 되나요?
  • 신세연 기자
  • 승인 2013.05.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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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의견을 우리라는 '틀'에 가두지 말아야

‘양성 평등한 부부 관계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동등한 가사분담’과 ‘맞벌이’를 생각한다. 최근 젊은 부부들을 보면 맞벌이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가사 일에 적극적인 남편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 양성 평등한 부부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진정한 양성 평등 부부는 단순히 맞벌이하고, 동등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부부가 아니라 남녀의 생물학적 성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형평성에 맞게 기회와 결과까지도 서로가 차별받지 않도록 실천하는 부부라고 조언한다.

 

◇ 왜 양성 평등이 중요한가

 

부부가 양성 평등 의식을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녀의 교육적인 측면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아버지를 통해 남성상을 그리며, 많은 남성들이 어머니를 통해 여성상을 그린다. 자녀에게 올바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 올바른 남성상, 여성상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불평등한 부부 관계 속에서 자란 자녀는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혹은 ‘나는 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을 품고 살게 된다. 아이의 이러한 상처는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 역차별 등의 증상으로 왜곡돼 나타날 수 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소 조창현 소장은 “부부가 양성 평등 의식을 갖고, 서로 이해하며 부부간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녀에게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조언했다.

 

◇ 다름을 인정하라

 

양성 평등한 부부 관계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똑같은 것을 똑같지 않게 대우하는 것도 ‘불평등’이지만 똑같지 않은 것을 똑같이 대하는 것도 불평등이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해야한다.

 

물론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성이 남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남성도 여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부부간에는 성(性)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신의 느낌과 생각,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생각하면 부부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양성 평등 부부는 단순히 맞벌이하고, 동등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부부가 아니라 남녀의 생물학적 성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형평성에 맞게 기회와 결과까지도 서로가 차별받지 않도록 실천하는 부부라고 조언한다. 안기성 기자 sinsun@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전문가들은 진정한 양성 평등 부부는 단순히 맞벌이하고, 동등하게 가사분담을 하는 부부가 아니라 남녀의 생물학적 성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형평성에 맞게 기회와 결과까지도 서로가 차별받지 않도록 실천하는 부부라고 조언한다. 안기성 기자 sinsun@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우리’보다는 ‘나’와 ‘너’

 

표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배려한다고 해도 상대가 공감할 수 없는 표현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라는 표현이다.

 

조창현 소장은 “‘우리’라는 단어는 다른 편에 있는 두 사람을 한 편으로 묶어주는 좋은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부부 사이 상호존중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남용하면 마치 상대가 나를 소유물처럼 여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성 평등한 부부관계는 각각 독립적인 상태에서 상호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다. 배우자의 의견을 ‘우리 생각’, ‘우리 미래’, ‘우리 의견’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의견’을 말하기보다 ‘너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 배우자는 부모가 아니다

 

양성 평등한 부부 관계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스스로 배우자에게 동등한 배우자로서의 위치에 서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더러 불평등한 부모 사이에서 자란 사람은 어렸을 때 불안정한 가정에서 채우지 못한 감정과 욕구를 배우자에게 채우고 싶어 한다. 아내에게 어머니 역할을, 남편에게 아버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스스로 남편과 아내에게 동등한 배우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의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창현 소장은 “남편과 아내는 살면서 의지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동등한 위치이지, 부모와 자식처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사랑과 배려를 요구하거나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유교사상이나 효사상의 영향으로 남성 중심적인 부부문화와 사회문화가 주를 이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교사상과 효사상이 근본적으로 양성 불평등한 이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정착되면서 왜곡된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양성평등을 논할 때 아직 여권신장이 우선이다. 더러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펴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 피해도 발생한다.

 

양성평등 운동은 단순히 여권신장 운동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운동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부부문제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다. 부부 사이에 양성평등이 이뤄지면 서로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고, 그런 부모를 둔 자녀도 올바르게 인간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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