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미혼 직장여성 B 씨는 피임은 남자 몫이라는 생각으로 평소 피임을 하지 않는다. 간혹 성관계 후 '혹시 임신이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는 응급피임약을 사용해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으러 갔다가 '복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계속 응급피임약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응급피임약과 경구피임약을 같이 처방받아 왔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경구피임약 호르몬의 약 1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 요법을 이용한 피임 수단으로 복용 후 메스꺼움,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 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부작용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오인해 임신 상태를 간과하거나 자궁외 임신이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관계 후 하루가 지나 복용했을 시 피임효과는 15% 이상 떨어진다. 여러 번 복용하면 고용량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급할 때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응급피임약은 현재 처방 후에만 구매할 수 있지만 판매량은 일반 피임약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응급피임약을 비처방 판매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으로 자궁외임신 등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응급피임약의 비처방 판매를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누구나 처방전 없이 응급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일상적인 피임방법의 수단으로 남용돼 한국 여성 건강의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10대가 아무 제약 없이 응급피임약을 남용하게 되면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성의 일반 피임약 복용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사전피임 실천이 일반화되지 전 응급피임약을 처방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반드시 산부인과전문의와의 상담 후 처방, 복용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피임 및 생리관련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통해 전문의의 무료 상담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으며,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