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자기애가 강하고 연애와 결혼에 목매지 않는 젊은이를 일컫는 말 초식남, 육식녀. 우리나라와 일부 사회현상의 써클이 비슷하게 돌아가는 일본의 경우에는 이 초식남 육식녀 현상이 조금 더 빨리 나타났다. 장기적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혼인율과 출산율이 줄고 평균 혼인연령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1년 일본 20~40대 남녀 139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남성 71.5%, 여성 37.7%가 초식남 육식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21일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결혼관 혼란을 가중시키는 초식남과 육식녀’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남녀 1015명(남성 485명 여성 530명)을 상대로 초식남, 육식녀 경향이 있는지 설문한 결과 남성은 43.1%, 여성은 33.8%가 각각 초식남, 육식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초식남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자기애가 강하고 결혼 준비에 대한 부모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자신이 육식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남녀 평등한 조건의 결혼을 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초식남 육식녀, 결혼 관점 달라
‘결혼 결정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남성과 여성의 응답이 상이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성격’(41.3%)을, 여성은 ‘직업과 연봉’(48.1%)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한 것. 성향별로 살펴보면 자신이 초식남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직업과 연봉’(40.6%)을, 非초식남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성격’(43.3%)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육식녀라고 밝힌 여성들은 ‘직업과 연봉’(43.6%)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하긴 했지만 비육식녀에 비해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도 남성과 여성의 응답이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주택 구입 등 돈 문제’(68%), ‘취업 문제’(16.4%), ‘독신 삶 영위 욕구’(12%) 순으로 응답했고 여성은 ‘육아’(38%), ‘독신 삶 영위 욕구’(25.6%), ‘주택 구입 등 돈 문제’(20%), ‘시댁갈등 문제’(6.8%) 순으로 응답해 남녀의 스트레스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향별로 살펴보면 자신이 초식남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주택 구입 등 돈 문제’(초식남 63.9%, 비초식남 71.1%)에 대해 비초식남에 비해 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독신의 삶(초식남 15.5%, 비초식남 12%)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이 높았다. 자신이 육식녀라고 밝힌 응답자는 ‘주택 구입 등 돈 문제’(육식녀 25.3%, 비육식녀 18.1%)를 비육식녀보다 민감하게 생각했다. ‘시댁갈등 문제’(육식녀 5.1%, 비육식녀 6.8%)는 비육식녀보다 육식녀의 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집 남녀 배분에 대한 생각’은 남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남녀 모두 42.6%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이외 응답자는 대체로 남성이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고 답해 신혼집 남성 마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을 부모에게 반 이상 지원받겠다’고 응답한 남성은 38.8%, 여성은 25.2%로 집계됐고 ‘결혼 비용을 전혀 안 받겠다는 남성은 26.8%, 여성은 30.8%로 집계됐다.
특히 자신이 초식남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비초식남에 비해 신혼집 구매 비용을 덜 부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초식남은 37.1%, 비초식남은 43%로,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초식남 49.5%, 비초식남 43.8%로 집계됐다.
◇ 청춘, 결혼의 조건에 대한 생각
그렇다면 초식남 육식녀를 포함한 2030 세대가 바라보는 결혼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결혼 비용 마련에 예상되는 시간으로는 남성 70.1%, 여성 67.4%가 ‘5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응답했다. 남성 23.7%, 여성 26.6%는 ‘3~5년 미만’이라고 응답했고 남성 6.3%, 여성 6%는 ‘3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맞벌이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남성 83.1%, 여성 89.7%인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 16%, 여성 8.1%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에 전념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반적인 생활 비용이 상승해 맞벌이에는 긍정적이지만 남성의 경우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좀 더 높았다.
남녀가 희망하는 배우자의 연봉은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최소 평균 2600만 원’, 여성은 ‘최소 평균 3700만 원’을 배우자가 벌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10인 이상 중소기업 500곳 상대로 조사한 것에 의하면 중소기업 대졸초임은 1600만 원~24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주거환경은 남성 66.2%, 여성 73.5%가 ‘최소한 전세’라고 응답했다. 남성 16.9%, 여성은 16.7%는 ‘자가’, 남성 16.9%, 여성 9.8%는 ‘월세면 충분하다’라고 응답했다. 주거형태는 남성 59.1%, 여성 70.9%가 ‘아파트’를, 남성 16.4%, 여성 13.5%가 ‘다세대·연립’을, 남성 16.4%, 여성 10.9%가 ‘원룸’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신혼집 조건에 조금 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학벌은 나와 비슷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는데 ‘남성은 나와 비슷해야 한다’(36.6%), ‘나보다 낮아도 된다’(36.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나와 비슷해야 한다’(57.7%), ‘나보다 높아야 한다’(20.1%)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남성은 나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상대를, 여성은 나보다 비슷하거나 나보다 높은 상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