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웅변·중국어가 어린이집 특별활동?
논술·웅변·중국어가 어린이집 특별활동?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10.24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류만 100여 가지…부모들 비용 부담도 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과학실험, 창의력과학, 학습지, 수학교수, 주산, 논술, 웅변, 말하기지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바둑, 한문, 컴퓨터, 택견, 검도, 도자기공예, 프로젝트. 초등학교 이상의 학생에게나 어울릴 법한 활동 같지만 이 모든 게 어린이집에서 운영되고 있는 특별활동이다. 그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으며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특별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특별활동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점검되지 않은 특별활동이 아이들의 발달과 흥미를 저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특별활동비 등의 추가경비로 인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됨으로써 무상보육의 취지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보육의 공공성, 일하는 부모의 보육정책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보육정책토론회에서는 특별활동의 문제점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보육의 공공성, 일하는 부모의 보육정책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보육정책토론회에서는 특별활동의 문제점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보육의 공공성, 일하는 부모의 보육정책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보육정책토론회에서는 특별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희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별활동의 폐해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어린이집에서의 특별활동 운영이 어른들의 이익과 맞물리면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연구위원은 “현재 어린이집에서 운영되고 있는 특별활동은 어떤 내용으로 어떤 교사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전혀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특별활동에서 하는) 읽고 쓰고 셈하는 3R 지도는 영유아 발달에 적합하지 못할 경우 창의력 개발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에 따르면 3~5세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은 하루 3~5시간 운영되며 보통 오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종일반의 경우 오후 프로그램에 대한 별도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서의 특별활동 도입 계기가 됐다. 현재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운영되고 있는 특별활동 평균개수는 영아 2.39개, 유아 3.24개. 최대 10개의 특별활동을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있는 상황이다.

 

유 연구위원은 “어린 시기 영유아에게 학과목 형식으로 운영되는 특별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하며, 도입된다 하더라도 놀이중심의 보육과정에 통합되는 보충적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며 “특수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영리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연구위원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 육아지원(보육, 유아교육) 예산은 2004년 1조 619억원에서 2013년 8조 4195억원으로 7.9배 증가했다. 하지만 부모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2004년 2만 8300원에서 2012년 10만 8580원으로 오히려 3.8배 늘었다”며 “부모들에게는 무상보육 정책이 현실성 없고 절대 ‘무상’이 아닌 셈”이라고 꼬집었다.

 

부모들이 영유아 1인당 내야하는 월평균 추가비용 10만 8580원(2012년)을 뜯어보면 특별활동비가 5만 2330원으로 가장 많으며, 현장학습비 1만 9850원, 행사비 1만 7440원, 아침·저녁급식비 1만 6900원, 차량이용비 2060원이 포함됐다.

 

유 연구위원은 “특별활동 운영은 부모 부담인 추가비용이 필수적으로 발생해 무상보육을 부정하게 된다”며 특별활동에 대한 규제를 제안했다.

 

특별활동이 맞벌이 부모에게 선택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김미정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 센터장은 “현재 기타 추가비용의 경우 시설별로 비용내역이나 부담 수준의 편차가 심해, 시설 유형, 특성에 따라 부모들은 추가비용을 다르게 부담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오후 늦게까지 종일제 보육을 이용해야 하는 일하는 부모는 특별활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활동비를 받을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의 고민도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보육료 단가만으로는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부족하다. 1인당 표준보육비용을 정하는 것이 선행된 다음 추가비용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지, 그렇지 않고 특별활동비를 배제시킨다면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준보육비용은 보육교직원 급여체계와 급간식비 등 주요 예산 항목에 대한 개선을 통해 서비스 품질향상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계상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특별활동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가 하루 보육시설 운영시간에서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명확하게 한 후 추가되는 보육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용자 본인 부담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지원되고 있는 정부 지원 보육료가 시설 보육시간을 운영하는 데 적합한 수준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따라 정부 지원보육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신 연구위원은 “특별활동에 대한 부모 부담이 많은 만큼 추가적인 보육서비스 이용이 필요한 취약계층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