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의 덕소라는 지역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많아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런데 덕소는 길이 하도 험해서 매일 외출을 나갈 때마다 큰 맘 먹고 나가야 할 정도입니다. 길 구석구석이 사유지라서 땅 주인들이 길을 막아놓거나 길을 마구 파헤쳐서 자갈투성이를 만들어놓기도 했어요. 어떤 길은 저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울퉁불퉁합니다. 한 번 보실래요?
시청에 문의했더니 이 길은 사유지라서 도로 보수가 안 된답니다. 아무리 민원이 들어와도 도로 보수를 할 수가 없대요. 도로 보수는 땅 주인이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네요. 어쩔 수가 없다네요.
인적이 드문 길도 아닙니다. 1분이면 10~20명이 다니는 길이지요. 1분에 15명이 다닌다고 계산하면 하루에 적어도 만 명, 많으면 2만 명은 지나는 길입니다. 휠체어나 유모차로 도저히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요. 저는 아기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하면서 겨우 지나갑니다.
사유지라면 시에서 매입해서 도로 보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시에서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고서 도로로 쓰겠다든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긴 또 뭔가요. 인도 중간이 패여 있어 1년 365일 내내 농축된 오수가 고여 있습니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나고 무척 지저분합니다. 왜 보도블록을 이렇게 성의 없이 깔았을까요.
유모차가 다녀야 하는 동선에 주차시켜 놓은 배려없는 운전자들도 많습니다.
턱 없는 진입로로 유모차가 올라가야 하는데 이렇게 앞뒤로 전부 다 차를 대 놓았네요. 이렇게 개념 없는 주차 모습도 자주 봅니다. 인도에 차를 다 세워놓아서 어쩔 수 없이 차도로 유모차를 밀고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위험하기도 하고 아기에게 매연이 직접 닿아서 속상하기도 합니다. 아기가 차도로 다녀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까봐 걱정도 되고요.
다른 동네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연말 되면 다시 깔아서 예산낭비라는데, 여기는 처참하게 깨진 보도블록도 그냥 방치됩니다. 상태가 좋은 도로 자체가 거의 없어서, 외출할 때 한 번이라도 턱에 걸리지 않은 날은 로또를 사야 할 정도예요. 그리고 인도 자체가 기울어져 있는 곳도 많아서, 찻길 쪽으로 쏠리는 유모차가 찻길로 떨어지지 하려면 온 힘을 다해서 유모차를 지탱하면서 밀어야 하기도 합니다. 인도가 아주 좁아서 일반 유모차는 겨우 다니고 쌍둥이 유모차는 다니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어떤 아기엄마는 아예 유모차를 포기하고 그냥 아기띠로 아기를 업고 외출한다고 합니다. 망가지지 않는 유모차를 구하려다 보니 할 수 없이 비싼 유모차를 사게 되었다는 분도 있고, 유모차가 박살나서 새로 구입한 분도 있대요.
아기가 조금 커도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길 걸어가다가 걸려서 넘어지는 일도 많고, 인도에 차들이 막고 있어서 차도로 지나가다 위험해지기도 하고요. 길 때문에 덕소에서 이사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도로민원전화를 해봐도 몇 년째 상황은 비슷합니다. 베이비뉴스의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나봐요. 남양주시는 물놀이장, 국제대회 같은 것도 좋지만 도로보수에 예산을 긴급히 편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