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무상 지원 공약, 결국 생쇼였나?
분유 무상 지원 공약, 결국 생쇼였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3.11.2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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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기저귀 저소득층 무상지원 예산 전액 삭감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분유값이나 벌라'고 한다. 그런데 분유값을 보면 깜짝 놀란다. 우리 셋째 아이는 잘 먹어서 3~4만 원짜리 분유 한 통이 4일이면 없어진다. 한 달이면 분유값만 30만 원이다."

 

이렇게 한탄한 이는 바로 요즘 가장 잘 나간다고 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성주다. 지난 3월 방송된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한 김성주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겪는 양육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다가, 분유값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매달 30만 원씩 추가비용이 나간다는 점은 잘 나가는 방송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인 것이다.

 

실제 분유값을 벌기 위해 부모가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8월에는 생후 1년이 안 된 아이의 분유값을 벌기 위해 인터넷에서 사기 친 주부 황아무개(28) 씨가 불구속 입건됐고, 지난 20일 주부 김아무개(24) 씨 역시 분유값을 마련하기 위해 웹하드 게시판에 음란물을 유포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저소득층 가정의 12개월 미만 영아에게 조제분유 및 기저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공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가 관련 예산을 책정했지만, 정부 내 예산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되고 만 것.

 

◇ 한 달 분유값 얼마나 될까?

 

실제 한 달 분유값은 얼마나 될까? 한 달 분유값은 일반적으로 12~16만 원선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아이가 먹는 양이 많거나 특수 분유를 먹일 경우에는 3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성장속도, 건강상태, 소화능력, 혼합수유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아이마다 분유를 먹는 양은 제각각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이는 한 달 동안 평균 5~6통의 분유를 먹는다.

 

현재 국내 분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 세 곳은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먼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분유는 각각 '임페리얼분유XO(800G)'와 '앱솔루트(뉴)명작분유(800G)'로, 27일 홈플러스 판매가(2만 4600원, 2만 6500원)을 기준으로 아이 한 달 분유값을 계산해 보니 12만 3000원~14만 7600원, 13만 2500원~15만 9000원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직 일반 분유를 먹였을 때의 비용이다. 만일 산양분유, 액상분유, 영아산통분유, 설사분유, 알레르기 분유 등 영양소가 추가된 프리미엄분유나 일반 분유와는 기능이 다른 특수 분유를 먹인다면 2배에서 크게는 3배까지 가격이 오른다.

 

일동후디스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프리미엄산양분유(800G)'를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한 달 분유값을 계산해 보니 실제로 27만 4500원~32만 9400원 정도가 나왔다.

 

부모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선 분유값이 너무 비싸다는 부모들의 한 숨 섞인 목소리가 매일 같이 터져나온다. 한 엄마는 "한 달에 분유 3통이면 충분하겠거니 했는데 분유가 너무 쉽게 줄어든다. 분유값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엄마도 "분유 한 통에 5일을 넘겨본 적이 없다"며 "분유값만 모아 적금 들어도 목돈 될 듯하다"고 분유값에 대한 부담감을 전했다.

 

◇ '분유 무상 지원' 공약사업 백지화

 

이렇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저소득층 12개월 미만 영아에게 조제분유 및 기저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이목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공약 기자회견에서 3대 여성 정책의 방향으로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맘 편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세상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함께 사는 세상을 여성 정책 등을 제시하고, 여성의 임신과 출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소득층 가구의 12개월 미만 아이에게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내 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저소득층 가구의 12개월 영아까지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 공약을 2014년도 신규사업으로 선정하고, 162억여 원의 예산 편성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의원은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은 저소득층의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겠다는 '3대 여성 정책의 6대 실천과제' 중 하나였다"며 "이번 사업이 전면 백지화된 것은 결국 서민대책, 복지공약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분유 및 귀저기 무상 지원' 공약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고위험 임산부 진료비 지원 ▲만 5세까지 국가 무상유아교육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등에 대한 공약 예산까지 줄줄이 삭감되면서 여성과 영유아 부모들을 위한 공약이 시행계획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공약 파기는 저소득층 부모를 두 번 울리는 일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본부 사무처장은 '분유 및 기저귀 무상 제공' 공약 파기를 비판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양육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 사무처장은 "실제로 한 달에 드는 분유값만 해도 15만 원, 그보다 더 좋은 분유를 먹이면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 분유값뿐만 아니라 기저귀값도 한 달 10만 원도 더 넘게 든다"며 "부모들에겐 정말 부담되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분유 및 기저귀 무상 제공' 공약 파기에 대해 "대통령이 민생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인기를 실컷 얻어 놓고 이제 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저소득층을 도와줄 것처럼 생쇼만 하고 공약을 파기하는 것은 한 마디로 공약 사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 사무처장은 "더 큰 돈이 사용되는 공약도 많을 텐데, 분유값을 지원해주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작은 공약까지 지키지 못하면 저소득층 부모를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부모들의 양육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는 다시 공약이행에 힘쓰거나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사무처장은 "저출산 국가다 보니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라는 모토 하에 양육수당을 제공하는 저책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소득 9, 10분위 가정까지는 아니더라도 8분위 가정까지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양육수당을 지원해주고, 저소득층에게는 별도의 추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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