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건강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결혼하기 전 건강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 칼럼니스트 전혜진
  • 승인 2014.03.25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세 계획하고 싶다면 꼭 병원 찾아 검사 받아야

[연재] 결혼문화 'Something four'

 

모든 커플이 아이 때문에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커플 중에서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부부들도 늘고 있지만, 장기 연애가 결혼으로 변화하는 계기 중에는 2세 문제도 꽤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임신과 출산에 무리가 없을 동안 아이를 낳겠다는 마음에 결혼을 서두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 중에 출산이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결혼식 전에 꼭 해 두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예비부부 건강검진이다. 말하자면 산전검사인데,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과 풍진, B형 간염 항체 검사가 기본이고, 여기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함몰유두, 호르몬, 나팔관, 질 초음파 검사 등이 포함된다. 남성이라면 성기능 검사와 정자의 수와 질을 확인하는 정액검사, 전립선 검진 등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물론이다.

 

실제로 평균적인 결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난임률도 올라가는 추세다. 요새는 난임은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것일 뿐 불가능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산부인과에 가서 인공수정을 하거나 시험관 시술을 받는다고 바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힘들어져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호르몬제를 맞고 복수가 차올라 아프고 고생스러운데, 사정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복수가 차서 배가 나온 것을 임신했느냐고 물어보아서 눈물나게 속상했다는 이야기는, 이런 과정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다. 1년 이상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지속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난임이라 정의한다면,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44세 기혼여성 중 1년 이상 피임 없이 지냈는데도 임신하지 못한 경우가 전체의 32.3%에 달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20~44세 기혼여성 3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막상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기 쉽지만, 난임은 빨리 발견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신혼기간을 길게 즐기다가 슬슬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검진을 받아보니 난임이었다는 이들도 있는데, 신혼기간을 길게 즐기겠다고 생각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결혼 초기에 검진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 기간동안 치료하거나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난임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늦게 결혼했으니 빨리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노력하여 바로 임신이 되기는 했는데, 풍진이나 B형 간염 항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들리는가. 결혼하자마자 임신 계획에 돌입하건, 혹은 적당히 신혼을 즐기다가 임신을 시도하건 상관없이,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면 이와 같은 검사는 일찍 받아두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낫다.

 

여유가 있다면 결혼 전 종합병원에서 함께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지만, 비용이 걱정된다면 다른 방법도 많다. 기본적인 신체검사는 직장에서도 격년으로 받을 수 있으며, 산전검사는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서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보건소에서 자궁경부암과 풍진, B형 간염 항체 검사 등은 무료로 지원하고 있으니 가까운 보건소에서 확인하자.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매년 선착순으로 진행하는 곳도 많으며, 보건소마다 검사 항목이 다르니 문의하고 방문하자.)

 

산부인과에서 받을 경우 적게는 8만원 정도에서 검사 항목에 따라 4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산부인과에 따라서는 '웨딩검진'이라는 이름을 붙여 각종 검사를 패키지로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웨딩'이라고 이름 붙인 패키지 치고 저렴한 것은 없는 법이라,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검사까지 묶어서 비용을 올리는 경우도 있으니 내 나이와 건강상태에 맞고 필요한 검사인지 미리 확인하고, 가급적 항목별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뒤 결정하자.

 

비뇨기과에서의 난임 관련 검사는 정액검사가 기본인데, 일반적인 동네 비뇨기과에서는 3~4만원, 난임 클리닉이 있는 산부인과에서는 5~6만원 정도로 받을 수 있다. 예비부부 건강검진 차원에서는 동네 비뇨기과에서 받아도 되지만, 본격적으로 난임을 걱정하게 되었다면 부부가 함께 난임 클리닉에서 정액검사를 받는 편이 낫다.

 

예전에는 아이는 삼신할머니가 점지해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임은 또 다른 문제라서, 삼신할머니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부가 함께, 병원도 함께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결혼을 계획하며 2세에 대해서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면, 예비부부 건강검진이야말로 다른 어떤 결혼 준비과정보다도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전혜진은 수학과 기계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내추럴 본 공돌이이자 퇴근 후에는 SF소설과 만화 스토리를 쓰는 작가다. 주변의 온갖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메모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결혼과정을 꼼꼼히 메모하며 생각했던 일그러진 결혼문화들을 '천만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