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다 돼 간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결혼 준비를 한다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설레는 마음 반, 초조한 마음 반으로 사랑하는 신랑과 식장에 들어서는 꿈을 여러 번 꿨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아내로 한 집에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돼 함께 생활한다는 것 외에 내 인생에 크게 달라질 점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빠르다 하면 빠를 수도 있겠고 누구나 다 그렇다 하면 나 또한 그렇다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나 혼자만의 기상 시간에 맞춰 살던 내가 신랑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일, 퇴근 후 친구들과 보내는 나의 사생활이 큰 일부였던 내가 귀가할 누군가를 위해 먼저 집에 가 있는 일, 엄마가 해 주는 저녁 식사에 배고픔을 달래던 내가 그 한 사람과 같이 먹기 위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일. 여기까지는 예상하던 새로운 세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도 있었으니, 그것은 아주 사소하게 시작됐다.
여자가 많은 회사에 다니다 보니, 여자들의 결혼 생활과 출산 과정에 대해 늘 가까이 접해왔었다. 결혼 얘기는 나와 먼 얘기가 아니라 생각해서 흥미 있게 들어오고 호기심을 갖고 관심이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출산 과정의 얘기나 임신 얘기는 나와 거리가 멀다 생각해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나보다 조금 일찍 결혼한 회사 동기들의 임신 계획 얘기와 출산 얘기를 귀 기울여 듣기 시작한 것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벌어진 상황이었다.
신랑과 연애를 길게 하고 결혼한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늘 신혼을 길게 갖고 아이는 장거리 계획으로 삼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갖은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처음으로 상상해보게 된 것은 친한 회사 동기의 출산 소식을 듣고 아기를 보러 산후조리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아빠를 너무 많이 닮은 동기의 아들을 보면서 내가 갖게 될 아기도 우리 신랑을 빼닮아 미남이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을 하면서 순간 설레는 마음을 나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본 많은 아기는 누군가의 소중한 노력과 보살핌으로 인해 축복 속에서 태어난 것임을 깨달으며 나도 내 안에 품게 될 아기를 위해 예비맘으로서 작은 노력부터 당장 시작을 해야겠다고 혼자 결심을 했다.
개인적인 사정 탓에 당장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하지는 못하지만 더는 나에게 장거리 계획이 아닐 거란 생각에 산부인과를 찾아 산전검사를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나의 몸이 건강해야 나의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고 둘이 한 몸으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확인해야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퇴근하자마자 바로 병원을 찾았다. 혹시나 자궁에 혹이라도 있지 않을까. 어딘가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치료라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모든 게 다 정상이고 깨끗하다는 의사의 한 마디로 덕분에 난 예비맘으로서 씩씩한 첫걸음을 디딜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마음에 욕심이 생겼다.
나의 몸도 건강해야 하지만 아이를 만들어 줄 신랑의 몸 상태도 걱정됐다. 결혼 전에 혼자 살면서 이미 인스턴트식품을 습관적으로 자주 접한 신랑의 몸은 상태가 나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앞으로라도 건강한 아기의 탄생을 위해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함께 자주 먹던 라면, 입이 심심하면 망설임 없이 시켜먹던 중국집 음식과 치킨들. 냉정하게 단번에 자를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조금씩 줄여나가며 우리 아기의 건강을 위한 예비부모로서의 배려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라면이 먹고 싶고 피자가 생각난다는 오빠를 무시하고 퇴근 후 몸이 피곤해도 집에서 만든 밥을 먹게 하려고 어설픈 솜씨로 요리했다. 어디선가 인스턴트식품이 좋은 정자를 생성하는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를 들어서였을까. 습관처럼 컵라면을 사 들고 들어오는 신랑을 막고 그 대신 든든한 식사를 준비했다. 배가 부른 신랑은 인스턴트식품을 찾지 않았다. 흐뭇했다. 신랑은 요즘 그런 말을 한다. 요즘 하루 세 끼 꼭 밥을 먹게 된다고. 다행이다. 나의 속은 모를 신랑이 그런 말을 내뱉어서 순간 나는 혼자 행복했다.
나의 작은 노력이 슬슬 실행되면서 가슴이 콱 막혀오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신랑과 나는 맞벌이 부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을 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돈 벌면서 최선을 다해 직장에 충실하고 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내 옆자리에서는 임신 중인 대리님이 일하고 있었다. 배가 많이 불러온 상태였고 늘 피곤해 보이고 지쳐 보였다. 하루는 일하는데 코피를 갑자기 흘리는 그분의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한창 바쁠 때라 몸이 고단한가, 싶었는데 임신 중인지라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저 남의 일이니 하고 조심스럽게 지켜만 봤었던 내가 문뜩 요즘 나 자신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하지만 미래의 아기를 생각하면 막막한 두려움보다는 당당한 임신과 건강한 출산을 위해 그만큼 건강하게 일을 하면 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결혼 전에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라, 2개월 후에 임신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 정색을 하며 손사래 치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신랑은 알까? 결혼하고 나서 불어날 살들을 걱정한 내가 다이어트는 예비맘에게 좋지 않은 몸 상태를 제공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듣고 건강하게 밥을 잘 챙겨 먹는 나를 그는 알까?
이제는 신랑을 데리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며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엄마가 되기 위해서 마음도 미리 평화롭게 만들어 놓으려 한다. 길을 가다 보는 임산부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워 보인다. 늘씬한 몸매에 완벽한 얼굴을 갖은 TV에서 보는 연예인들보다. 그들은 더욱더 위대해 보이고 존경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의 남편은 누구일지 마음껏 상상했던 학창 시절 때처럼 지금 나는 또 마음껏 상상한다. 나와 내 신랑의 사랑 속에서 생겨날 아기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존재의 의미가 내 세상에서 얼마나 클지 말이다. 행복하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갖는 특권 중 특권이다. 그래서 예비맘은 행복하다.
가정내 평안도 가져오는거 같아요.
갑작스런 임신으로 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