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 또 한 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르포] 오늘, 또 한 명의 아기가 버려졌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4.30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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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유기 아동 급증…잔인한 일상 반복 "지원체계만 마련되면 충분히 키울 수 있는데…"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채 피지 못한 꽃들이 지고 말았다. 온 나라가 지금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깊게 잠겨 있다. 무조건 어른들의 잘못이다. 베이비뉴스는 지금 또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바로 부모의 손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매일매일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또 다른 모습의 세월호가 매일매일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다. 그리고, 제 자식과 같이 살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유죄다. 부모 품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부활절 새벽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오른쪽 발바닥에는 4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네 번째 아기라는 뜻이다. 생후 5일째를 맞는 아기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진료대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부활절 새벽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오른쪽 발바닥에는 4라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네 번째 아기라는 뜻이다. 생후 5일째를 맞는 아기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진료대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새벽 5시께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서 꺼낸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친모가 남긴 분홍색 가방을 들고 아기가 머물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새벽 5시께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서 꺼낸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친모가 남긴 분홍색 가방을 들고 아기가 머물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분홍색 이불과 곰돌이 무늬의 겉싸개를 차례로 걷어내자 생후 3일째인 신생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디서 얼마나 급하게 온 것일까. 작고 가냘픈 두 다리는 속싸개에 채 감싸지지도 않았다. 자그마한 몸은 너무 작았다. 낯선 손길을 알아챘는지 아기는 힘겹게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와 짙은 쌍꺼풀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배꼽에는 마르지 않은 탯줄이 검게 남아 있었다.

“주여,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주님의 부활이 이 아이의 부활이 되게 해주시옵소서.” 부활절 아침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위한 기도가 교회 안에 퍼져나갔다.

◇ 부활절 새벽 버려진 아기 발바닥에는 '4'라는 숫자가

아기는 지난 20일 새벽 5시 5분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지난 18일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 이틀 밤도 채 함께 하지 못하고 택시에 실려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앞으로 옮겨졌다. 택시에서 내린 엄마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주춤하다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베이비박스 문이 열렸음을 알리는 ‘딩동’ 소리를 들은 이종락(60) 목사가 잠옷 바람에 뛰어나왔다. “그냥 가면 안돼요”라며 엄마를 잡아 나섰지만, 언덕 아래로 사라진 엄마는 이내 모습을 감췄다.

‘사정상 이 아기를 키울 수 없어서 여기에 맡기고 가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우리 아기 이름은 ○○○이라고 지어줬으면 합니다. 아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미안하네요. 잘 키워주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성공해서 꼭 데리러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엄마는 분홍색 가방에 ○○○라고 이름을 지어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36주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그렇게 엄마와 이별을 했다. 이 목사의 기도가 끝난 뒤 아기는 자원봉사자의 손에 맡겨져 곧바로 교회 2층 믿음방으로 옮겨졌다. 붉은 조명 아래 먼저 온 아기들이 빽빽하게 누워있었다. 아기들을 돌보는 봉사자는 2명. 10개가량의 젖병과 기저귀로 꽉 찬 쓰레기봉투가 믿음방의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인기척에 깬 아기들이 하나 둘 울기 시작하자, 분유를 타는 봉사자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바닥에 꼭 번호 쓰세요, 4번.”

이 목사는 자리를 비우면서 당부의 말을 건넸다. 4번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베이비박스에 네 번째로 들어온 아기라는 뜻이다. 다른 아기와 바뀌지 않으려면 번호 기재는 필수라고. 부활절 새벽에 이곳에 들어온 아기의 오른쪽 발바닥에는 검정색 펜으로 숫자 ‘4’가 선명하게 적혔다. 

지난 20일 새벽 5시경에 버려진 아기가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2층 믿음방에서 친엄마 품이 아닌 자원봉사자 품에 안겨 첫 부활절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새벽 5시경에 버려진 아기가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2층 믿음방에서 친엄마 품이 아닌 자원봉사자 품에 안겨 첫 부활절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2층 믿음방에 아기들이 속싸개와 겉싸개에 쌓인 채 누워 있다. 부모가 다시 찾아오기로 한 아기 등을 제외한 7명의 아기들은 이날 서울시립어린이병원으로 떠나게 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2층 믿음방에 아기들이 속싸개와 겉싸개에 쌓인 채 누워 있다. 부모가 다시 찾아오기로 한 아기 등을 제외한 7명의 아기들은 이날 서울시립어린이병원으로 떠나게 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베이비박스를 떠나 어린이병원으로, 그리고 또 어디로?

가로 70cm, 세로 60cm, 높이 45cm인 베이비박스. ‘버려진 아기들을 추위나 고양이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취지로 2009년 12월 만들어졌다. 2010년부터 2014년 4월 22일 현재까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458명. 올해 4월 1일부터 22일까지 22일 동안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25명이다. 하루 한 명 이상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정영란(45) 전도사는 “4월과 8월에는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아기들이 다른 때보다 더 많다. 8월에는 얼마나 들어올지···”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화요일 오후 1시 30분. 닫혀있던 하늘색 교회 대문이 활짝 열렸다.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들이 교회를 떠나는 날이다. 매주 화, 목요일 두 번 관악구청 직원들은 아기들을 데리고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 들렀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로 간다. 부모들은 편지에 ‘잘 키워 달라’는 말을 남기곤 하지만, 주사랑공동체교회가 할 수 있는 건 구청 직원들이 오기 전 며칠간 아기를 맡아주는 일 뿐이다. 부활절 새벽 이후로 들어온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아기들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요에 꽁꽁 싸여 쌔근쌔근 잠들어 있다. 오전에는 경찰이 와서 아기들의 DNA 채취 키트와 부모들이 남긴 편지, 아동유기 관련 진술서 등을 챙겨갔다. 아기들의 DNA 정보는 실종아동시스템에 등록돼 추후 부모가 아기를 찾을 때 증거로 사용된다.

“3번 애기까지 먼저 타면 되고요, 4번부터 7번까지는 다음 차타면 돼요.”

7명의 아기들을 한 차에 실을 수 없어 구청 직원들은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얘가 4번이고, 쟤가 5번이고.” 각자 맡은 아기를 품에 꼭 안고 차량에 몸을 실은 구청 직원들, 이들은 반나절동안 꼼짝없이 아기들의 보호자가 된다. 자원봉사자 1명도 아기를 품에 안고, 이동을 도왔다. 해마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관악구청도, 서울시도 비상이다.

관악구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매스컴이 문제다. 베이비박스가 계속 홍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고 떳떳하게 버린다”며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보호해주는 곳이 아니다. 결국 아기들은 모두 양육시설로 가게 되는데, 현재 시설도 (아이들로) 넘치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관악구청 직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아이들은 진료를 시작하기 직전 관악구청 직원들에 의해 이름이 지어진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관악구청 직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아이들은 진료를 시작하기 직전 관악구청 직원들에 의해 이름이 지어진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관악구청 직원과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관계자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생후 5일째를 맞는 아기의 몸무게와 신장을 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관악구청 직원과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관계자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생후 5일째를 맞는 아기의 몸무게와 신장을 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부활절 새벽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부활절 새벽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들, 홀로 견뎌내야 하는 힘든 여정

삼십분 넘게 이동해 병원에 도착하자 분주한 진료가 시작된다. 몸무게와 키, 체온을 재고, 차례대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몇 달 전만 해도 아기들 대부분이 이름이 없어 구청 직원들이 즉석에서 이름을 지었지만, 요즘에는 부모들이 편지에 아기 이름을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이름이 없던 2명의 아기만 구청 직원들에 의해 이름을 얻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 침대에 아기들을 눕혀놓고 배냇저고리까지 벗겨놓으니 아기들의 모습이 비슷비슷하다. “얘 우리 아기 아니지? 우리 아기 어디로 갔지?” 구청 직원들은 이 아기, 저 아기를 보면서 자신이 맡은 아기를 찾다 헷갈리면 발바닥의 번호부터 확인한다. 번호는 작은 발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크게 써 있다.

예방접종, X-레이검사, 혈액검사 등을 받으면서 누구보다 지치는 건 아기들이다. 한 아기가 ‘엥’ 하고 울자, 또 다른 아기가 따라 운다. 분유 먹을 시간이 됐다는 신호다. 구청 직원들이 아기들에게 서둘러 젖병을 물리니 금세 평화가 찾아온다. 분유를 다 먹고도 계속 칭얼대는 한 아이를 직원이 안고 다독이자 “계속 안아주면 손 타요. 보육사들이 돌볼 때 힘들어~”라는 안쓰러운 충고가 들려왔다.

다른 아기들은 모두 분유를 잘 먹는 반면, 부활절 새벽에 들어온 아기의 분유만 거의 그대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걸 알고 불안해 하는 걸까. 안 먹는가 싶어 젖병을 빼려고 하면 작은 입으로 젖꼭지를 꽉 물고만 있다. 다른 아기와 비교하면 별로 칭얼대지도 않는다. 이 아기의 일일 보호자인 구청 직원은 젖병을 빼지도 못한 채 그대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7명의 아기들을 한꺼번에 진료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부활절 새벽에 들어온 아기는 황달이 심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빈 자리가 없어서 입원 여부가 불확실했던 생후 9일된 남자 아기도 마침 자리가 나서 함께 입원하기로 정해졌다.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시립어린이병원도 분주해졌고, 병실 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구청 직원들은 43병동까지 두 아기를 옮긴 뒤, 이날 퇴원할 아기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부활절 새벽 아기는 인큐베이터로 바로 들어간단다. 7명의 아기들 중 한 명은 매독으로 판정돼 치료가 가능한 보라매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들은 또 다시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 남겨졌다. 입원하는 동안 이 아기들을 찾아오는 가족도, 보호자도 없다. 외롭고 힘든 여정을 혼자서 이겨내기에 아기들은 너무나도 작고 나약해 보였다. 구청 직원들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아기들의 증상이 호전되면 함께 서울시아동복지센터로 이동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지 모른다. 병동 입구, 굳게 닫힌 문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아기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생후 5일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이 아기는 황달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생후 5일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이 아기는 황달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애기 또 왔어요?” 일상이 된 풍경…아기들은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이날 퇴원이 결정된 아기 1명을 포함해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 도착한 아기들은 모두 5명. 상담실에 마련된 아기침대에 나란히 눕혀졌다. 센터는 아기들이 장기양육시설로 가기까지 머무는 곳이다. 아기들은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동안 센터 2층 생활관에서 지내며 시설이 배정되길 기다린다. 베이비박스 아기만이 아니라 기아, 미아, 유기, 방임, 아동학대, 부모가 양육능력이 없는 등의 이유로 일시 보호가 필요한 만18세 미만 아동도 단기적으로 지내고 있다.

서울시에 있는 양육시설은 32개소.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포함해 유기되는 아동이 많아지면서 시설은 포화상태다. 하지만 신생아의 경우 면역력이 약하고 빠른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장기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청 직원과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직원이 아동신상인수인계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아기들은 하나 둘 생활관으로 옮겨졌다. 아기의 발목에는 이름, 생년월일, 성별 그리고 번호가 적힌 띠가 둘러진다. 띠는 이곳에서 아기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센터 직원이 한 아기를 안고 생활관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자, 생활관 앞에 서있던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가 “애기 또 왔어요?”라며 설렌 듯 반겼다. 지난 8일 센터에 입소해 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다. 몇 번이나 이 광경을 맞이했을까. 아이는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기고 내려가려는 직원에게 “선생님, 저 한 번만 안아주고 가세요”라고 말하며 직원 품에 쏙 안겼다. 어떤 사유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모르지만, 부모의 품, 가족의 품이 마냥 그리운 아이의 모습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의 미래가 보였다.

“또 동생 데리고 와요! 근데 내 동생은 아니에요.”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매주 두 번, 버려진 아기들로 가득 차는 이 곳은 지금의 경제 대국 15위 대한민국의 현실이 맞는지 싶었다.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시계는 ‘2014년 4월 22일 오후 5시 40분’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네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은 아이들의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아기들은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매일매일 하루에 한 명이상이 베이비박스에 유기되고 있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온 이들은 부모가 아기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가정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는 “베이비박스 아기들은 결국 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버려진 아기들이 어떻게 자랄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있다면 충분히 키울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부모가 자기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국가가 양육비 일부를 책임질 수 있도록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 등을 지원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아동 유기에 유혹되는 시기가 거의 출생부터 출생신고 직전이다. 태어나자마자 등록하는 출생등록제는 아동 유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베이비뉴스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시리즈는 모든 아기들이 버려지지 않고 부모 품 안에서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됩니다. 앞으로 계속되는 기사에도 애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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